
손해배상 · 의료
허리 통증으로 입원한 환자가 침대에서 낙상한 후 사망하자 유가족이 병원을 상대로 의료과실에 따른 손해배상을 청구한 사건입니다. 유가족 측은 병원이 낙상 고위험군인 환자에게 낙상 예방 조치를 제대로 하지 않았고, 사고 발생 후에도 적절한 검사와 처치, 전원 조치를 지연하여 환자가 사망에 이르렀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나 법원은 환자가 낙상 '저위험군'으로 평가되었고 낙상 예방 교육을 받았으며, 사고 발생 후 병원 의료진의 조치(초기 대응, CT 처방 및 촬영, 약물 처치, 전원 조치)가 의학적 소견과 당시 상황(새벽 시간, 코로나19로 인한 병상 부족)을 고려할 때 합리적이고 통상적인 범위 내에서 이루어졌다고 판단했습니다. 결과적으로 법원은 병원 의료진에게 어떠한 주의의무 위반도 인정되지 않는다며 원고(유가족)의 청구를 모두 기각했습니다.
망인 G은 2022년 5월 25일 허리 통증으로 피고가 운영하는 H병원에 입원했습니다. 입원 중이던 2022년 5월 27일 새벽 3시 40분경 침대에서 떨어지는 사고를 당했고, 같은 날 다른 병원으로 이송되어 수술을 받았지만 의식을 회복하지 못했습니다. 결국 망인은 2022년 6월 30일 뇌간압박을 직접 사인으로 사망했습니다. 이에 망인의 배우자(소송 중 사망)와 자녀들인 원고들은 피고 병원 의료진의 업무상 주의의무 위반(낙상 예방 소홀, 사고 후 조치 및 전원 지연, 설명 의무 위반)으로 인해 망인과 그 가족이 입은 손해에 대한 배상을 청구했습니다.
피고 병원 의료진이 낙상 고위험군인 망인에게 낙상 예방 조치를 소홀히 했는지 여부, 낙상 사고 발생 후 망인에 대한 검사, 처치, 전원 조치를 지연하여 사망에 이르게 한 과실이 있는지 여부, 그리고 낙상으로 인한 심각한 손상 가능성에 대한 설명 의무를 다하지 않았는지 여부가 쟁점이 되었습니다.
원고들의 피고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를 모두 기각했습니다. 소송비용은 원고들이 부담하도록 판결했습니다.
법원은 피고 병원 의료진이 낙상 예방 및 사고 후 처치 과정에서 업무상 주의의무를 위반했다고 볼 증거가 부족하다고 판단하여 원고들의 청구를 기각했습니다. 주요 판단 근거는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망인에 대한 낙상위험도 평가(Morse Fall Scale) 결과 '저위험군'으로 분류되었으며, 유가족의 주장과 같은 단편적인 사정만으로 고위험군으로 볼 수 없어 고위험군에 준하는 특별한 예방 조치 의무를 인정하기 어렵다고 보았습니다. 둘째, 피고 병원은 입원 당시 낙상 예방 교육을 실시하여 구체적인 주의사항과 낙상으로 인한 치명적인 결과 발생 가능성을 설명했으며, 이는 설명 의무를 다한 것으로 판단했습니다. 셋째, 사고 발생 당시 망인이 보호자 없이 비상벨을 누르지 않고 혼자 움직이다 발생한 것으로 보이므로, 병원이 교육 내용에 어긋나는 돌발 행동까지 모두 대비할 시설이나 인력을 갖추도록 기대하는 것은 과도하다고 보았습니다. 넷째, 사고 발생 후 의료진의 조치에 관하여, 사고 직후 망인이 의식이 있었으므로 즉시 뇌 CT 처방을 하지 않은 것이 주의의무 위반이 아니며, 이후 상태 악화에 따른 뇌 CT 처방 및 촬영, 약물 투여 등 일련의 조치는 의학적 소견과 당시 상황(새벽 시간 CT 기사 섭외 등)을 고려할 때 적절했다고 판단했습니다. 다섯째, 전원 조치가 다소 지연되었으나, 당시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한 상급 병원의 병상 및 의료진 부족 상황을 고려할 때, 병원이 전원을 위해 최선을 다했음에도 불가피하게 지연된 것으로 보아 과실로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이 사건은 의료기관의 환자 안전 관리 및 의료 행위상 주의의무와 관련된 손해배상 책임에 대한 법리를 다루고 있습니다.
의료기관에서 낙상 사고가 발생했을 경우, 첫째, 환자와 보호자는 병원 입원 시 제공되는 낙상 예방 교육 내용을 반드시 숙지하고, 침대 난간 사용, 도움 요청 시 호출벨 사용 등 병원의 지침을 철저히 따라야 합니다. 특히 야간에는 보호자가 잠시 자리를 비우더라도 환자 혼자 움직이지 않도록 각별히 주의해야 합니다. 둘째, 환자의 낙상 위험도는 병원에서 의학적으로 검증된 평가 도구를 사용하여 판단합니다. 고령이거나 특정 질환이 있다고 해서 무조건 '고위험군'으로 분류되는 것이 아니므로, 병원의 객관적인 평가 결과를 이해하고 그에 따른 지침을 준수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셋째, 거동이 불편하거나 인지 능력이 저하된 환자의 경우, 경제적 부담이 있더라도 병원의 간병 서비스나 개인 간병인 활용을 적극적으로 고려하여 환자의 안전을 확보하는 것이 낙상 사고 예방에 큰 도움이 됩니다. 넷째, 사고 발생 후 의료진의 대응은 환자의 초기 상태(의식 유무 등)와 의학적 소견을 바탕으로 판단됩니다. 사고 직후 의식이 명료한 환자에게 즉시 고가의 정밀 검사를 시행하지 않는 것이 반드시 과실은 아닐 수 있습니다. 또한 의료기관의 규모, 사고 발생 시간(주간/야간), 외부 환경(감염병 확산 등)에 따라 적절한 조치를 취하는 데 소요되는 시간이나 전원 가능한 병원 확보 여부 등이 달라질 수 있음을 이해해야 합니다. 다섯째, 병원 측이 환자의 낙상 방지를 위해 합리적인 범위 내에서 최선의 노력을 다했는지 여부가 중요한 판단 기준이 됩니다. 모든 돌발적인 상황에 대비하는 완벽한 시설이나 인력을 갖추지 못했다고 해서 무조건 과실이 인정되는 것은 아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