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융
피고인들은 유령 법인을 설립하여 대포통장을 개설한 조직의 일원으로서, 인터넷 도박 사이트 운영에 이용될 것을 알면서 법인 명의 계좌에 연결된 전자금융거래 접근매체(OTP, 비밀번호 등)를 은행에서 재발급받아 조직에 보관, 전달, 유통한 혐의로 기소되었습니다. 피고인들은 각 14회에서 57회에 걸쳐 이러한 행위를 저질렀습니다.
F를 총책으로 하는 범죄 조직은 실체가 없는 '유령 법인'을 설립하고 그 명의로 계좌를 개설하여 대포통장을 만들었습니다. 이들은 대포통장과 연결된 전자금융거래 접근매체를 인터넷 도박 사이트 운영자에게 유통하여 범행 수익을 나누어 갖기로 공모했습니다. 피고인들은 이 조직의 A/S팀 소속으로, '은행에서 법인 계좌에 연결된 접근매체를 재발급받아 오면 일당을 주겠다. 위 계좌는 스포츠 토토 업체에 사용되는 계좌이다'라는 설명을 듣고 법인등기부등본, 법인 대표자 신분증, 위임장 등을 건네받았습니다. 이후 은행에서 OTP와 비밀번호를 재발급받아 이를 조직원에게 건네주어 성명불상의 인터넷 도박 사이트 운영자에게 전달 및 유통했습니다. 피고인 A와 C는 각 14회, 피고인 B는 57회, 피고인 E는 17회에 걸쳐 이러한 행위를 반복했습니다.
피고인들이 유령 법인 명의의 전자금융거래 접근매체(OTP, 비밀번호)가 인터넷 도박 사이트 운영 등 범죄에 이용될 것을 알면서도 이를 재발급받아 보관, 전달, 유통한 행위가 전자금융거래법 위반에 해당하는지 여부와, 조직적인 범행 내에서 피고인들의 역할과 책임 범위가 쟁점이 되었습니다.
법원은 피고인 A에게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 및 사회봉사 120시간을 선고했습니다. 피고인 B에게는 징역 10개월의 실형을 선고했습니다. 피고인 C에게는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 및 사회봉사 120시간을 선고했습니다. 피고인 E에게는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 및 사회봉사 120시간을 선고했습니다.
재판부는 전자금융거래 접근매체의 불법 유통 행위가 전자금융거래의 안정성과 신뢰성을 훼손하고 보이스피싱, 인터넷 도박 등 다른 중대 범죄의 수단이 되어 사회적 폐해가 심각하므로 엄중한 처벌이 필요하다고 보았습니다. 피고인 A, C, E는 범행을 모두 인정하고 반성하며, 동종 전과가 없고 다른 범죄와의 형평성을 고려하여 집행유예와 사회봉사 명령이 내려졌습니다. 반면 피고인 B는 이종 범죄로 인한 누범 기간 중에 있었으며 범행 횟수도 57회로 많아 징역 10개월의 실형을 선고받았습니다. 이는 범죄의 심각성과 누범 가중의 중요성을 보여주는 결과입니다.
이 사건의 핵심은 전자금융거래법 위반입니다. 구 전자금융거래법 제6조 제3항 제3호는 범죄에 이용할 목적으로 또는 범죄에 이용될 것을 알면서 접근매체를 대여받거나 대여하는 행위 또는 보관, 전달, 유통하는 행위를 금지하며, 제49조 제4항 제2호는 이를 위반할 경우 처벌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피고인들은 인터넷 도박 사이트 운영에 사용될 것을 알면서 법인 계좌의 접근매체(OTP, 비밀번호)를 재발급받아 전달, 유통하여 이 규정을 위반했습니다.
또한 피고인들은 조직적으로 범행을 저질렀으므로 형법 제30조의 공동정범 원칙이 적용됩니다. 이는 여러 사람이 함께 범죄를 계획하고 실행했다면, 각자가 그 범죄의 모든 결과에 대해 책임진다는 법리입니다. 피고인들은 조직 총책을 비롯한 다른 조직원들과 함께 유령 법인 계좌의 접근매체를 불법 유통하기로 공모하여 공동정범으로 인정되었습니다.
피고인 B의 경우, 과거 도로교통법 위반(음주운전)으로 징역형을 복역한 후 3년 이내에 이 사건 범행을 저질렀기 때문에 형법 제35조의 누범에 해당하여 형이 가중되었습니다. 누범은 이전에 금고 이상의 형을 받고 집행을 종료하거나 면제된 후 일정 기간 내에 다시 금고 이상에 해당하는 죄를 범할 경우, 가중 처벌을 받는 제도입니다. 피고인 A와 C의 경우, 과거 다른 범죄들과 이 사건 범죄가 동시에 재판받았을 경우와의 형평을 고려해야 한다는 형법 제37조 경합범 처리가 양형에 참작되었습니다.
재판부는 피고인 A, C, E에게 형법 제62조 제1항에 따라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했습니다. 이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금고형을 선고할 경우, 일정한 요건 하에 형의 집행을 유예하여 일정 기간 사고 없이 지내면 형 선고의 효력을 잃게 하는 제도입니다. 또한 형법 제62조의2에 따라 집행유예와 함께 120시간의 사회봉사 명령이 부과되었습니다.
유령 법인 명의의 '대포통장' 개설이나 접근매체 불법 유통에 가담하면 전자금융거래법 위반으로 엄중한 처벌을 받습니다. 특히 금융기관의 접근매체(OTP, 공인인증서, 비밀번호 등)를 범죄에 이용될 것을 알면서 다른 사람에게 넘겨주거나 관리하는 행위는 절대로 해서는 안 됩니다. 고액의 일당을 준다는 유혹적인 구인 광고를 통해 법인 계좌 개설, 재발급, 서류 전달 등 비정상적인 업무를 요구받는 경우, 이는 대부분 대포통장 모집책일 가능성이 높으므로 각별히 주의해야 합니다. '스포츠 토토 업체에 사용되는 계좌'라는 설명을 들었다면 해당 접근매체가 범죄에 이용될 것임을 충분히 인지했다고 판단될 수 있으므로, 설사 직접적인 이득을 취하지 않았더라도 처벌을 피하기 어렵습니다. 과거에 다른 범죄로 형사처벌을 받은 적이 있다면, 누범 기간 중에는 가벼운 범죄라도 형량이 크게 가중될 수 있다는 점을 반드시 명심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