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동
피고 사업장에서 근무하던 원고가 월말 정기 회식에 참여하여 2차 회식 도중 화장실을 이용하러 이동하다가 계단에서 넘어져 발에 심각한 골절상을 입었습니다. 원고는 피고가 갑상선 기능 항진증으로 술을 잘 마시지 못하는 자신에게 술을 강권하고 2차 회식 참석을 강요하여 사고가 발생했으므로, 피고가 근로자 보호의무를 위반했다고 주장하며 손해배상을 청구했습니다. 그러나 법원은 피고가 회식 참여나 음주를 강요했다는 증거가 없고, 사고가 회식 장소에서 약 100미터 떨어진 곳에서 발생하여 피고가 이를 예측하기 어려웠다고 판단하여 원고의 청구를 기각했습니다.
피고 B는 광주 북구에서 'D' 중흥점을 운영하는 사업주이고, 원고 A는 2018년 7월 1일부터 위 대리점에서 사무직으로 근무한 직원입니다. 위 대리점은 매월 말일 정기적으로 월말 회식을 실시해왔습니다. 2019년 4월 30일, 원고와 피고를 비롯한 전 직원은 저녁 6시부터 8시 30분까지 F식당에서 1차 회식을, 이어서 밤 8시 30분부터 10시 34분까지 H에서 2차 회식을 진행했으며, 모든 회식 비용은 피고가 부담했습니다. 원고는 2차 회식 도중 화장실을 이용하기 위해 인근 1차 회식 장소였던 F식당 건물을 다녀오다가 계단에서 넘어지는 사고를 당했습니다. 이 사고로 원고는 우 족부 4, 5 중족골 골절, 우 제5족지 중족 족지 관절 아탈구, 우 족관절 열상, 우 거골 골절, 우 족부 입방골 골절 등 심각한 상해를 입었습니다. 원고는 이 사고를 업무상 재해로 인정받아 근로복지공단으로부터 요양급여 3,331,080원, 휴업급여 9,418,800원, 장해급여 10,287,200원 등 총 23,037,080원을 지급받았습니다. 원고는 갑상선 기능 항진증으로 술을 거의 마시지 못함에도 피고와 직원들의 계속된 술 권유로 어쩔 수 없이 술을 마셨고, 취한 상태에서 2차 회식 참석을 강요받았으며, 급하게 마신 술의 취기가 올라온 상태에서 화장실을 가다가 사고를 당했다고 주장했습니다. 이에 피고가 주량이 약한 원고에게 회식 참석을 강요하고 음주를 권유하여 사고를 예측할 수 있었음에도 근로자 보호의무를 게을리했다며, 피고에게 손해배상금 68,577,355원 및 지연손해금을 지급하라고 청구했습니다.
사업주가 주최한 회식 중 직원이 부상을 당했을 때, 사업주에게 근로자 보호의무 위반으로 인한 손해배상 책임이 있는지 여부가 주요 쟁점입니다. 특히 회식 참여와 음주에 대한 강제성 여부, 그리고 사고 발생에 대한 사업주의 예측 가능성 여부가 법적 판단의 핵심 요소가 되었습니다.
법원은 피고 사업주 B가 원고 A에게 회식 참석이나 음주를 강요했다는 증거가 부족하며, 원고가 술에 취해 몸을 가누지 못하거나 사리분별력이 떨어질 정도였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또한 사고 발생 장소가 2차 회식 장소로부터 약 100미터 떨어진 곳에 위치하여, 피고가 그곳에서 원고가 사고를 당할 것을 예측할 수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보았습니다. 따라서 원고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사고가 회식 중 통상 발생할 수 있는 것으로 예측되거나 피고의 고의 또는 과실에 의한 것이라고 인정하기에 부족하다며, 원고의 손해배상 청구를 기각하고 소송비용은 원고가 부담하도록 판결했습니다.
본 판례는 근로계약 관계에서 발생하는 사용자의 근로자에 대한 보호의무와 그 위반으로 인한 손해배상 책임에 관한 법리를 다루고 있습니다. 사용자는 근로계약에 수반되는 신의성실의 원칙(민법 제2조)상의 부수적 의무로서, 근로자가 노무를 제공하는 과정에서 생명, 신체, 건강을 해치는 일이 없도록 인적·물적 환경을 정비하는 등 필요한 조치를 강구해야 할 보호의무를 부담합니다. 이러한 보호의무를 위반하여 근로자가 손해를 입은 경우, 사용자는 불법행위 책임(민법 제750조)을 부담합니다. 다만, 이러한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사고가 발생했다는 사실만으로는 부족하며, 대법원 판례(2000. 5. 16. 선고 99다47129 판결, 2001. 7. 27. 선고 99다56734 판결 등 참조)가 제시하는 두 가지 주요 요건이 충족되어야 합니다. 첫째는 사고가 근로자의 '업무와 관련성'을 가져야 한다는 것입니다. 본 판례에서는 피고가 주최하는 월말 정기 회식에 직원 전원이 참석한 점을 들어 회식 참여에 업무관련성을 인정했습니다. 둘째는 그 사고가 '통상 발생할 수 있다고 예측되거나 예측할 수 있는 경우'여야 한다는 '예측 가능성'입니다. 법원은 이 예측 가능성을 판단할 때 사고가 발생한 때와 장소, 강요 여부, 가해자의 분별능력, 가해자와 피해자의 관계 등 여러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합니다. 본 판례에서는 피고가 회식이나 음주를 강요했다는 증거가 부족하고, 사고 발생 장소가 회식 장소로부터 약 100미터 떨어진 곳임을 감안하여 사업주에게 예측 가능성이 있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즉, 사용자의 보호의무는 무한정 인정되는 것이 아니며, 사고의 업무 관련성과 함께 그 사고 발생에 대한 합리적인 예측 가능성이 인정될 때만 사용자에게 손해배상 책임이 발생한다는 원칙을 이 판결이 다시 한번 확인시켜 주었습니다.
유사한 상황에서 회식 중 부상에 대한 사업주의 책임을 판단할 때는 다음 사항들을 고려할 수 있습니다. 첫째, 회식 참여가 실질적으로 강제되었는지 여부입니다. 단순한 권유를 넘어 업무상 불이익이나 직장 분위기로 인해 거절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면 강제성이 인정될 수 있습니다. 둘째, 특정 직원의 건강 상태나 주량을 알고 있었음에도 사업주나 다른 직원이 지속적으로 음주를 강요했는지 여부입니다. 단순한 술 권유와 강요는 법적으로 다른 의미를 가집니다. 셋째, 사고가 발생한 장소와 당시 상황이 사업주가 합리적으로 예측할 수 있는 범위 내에 있었는지 여부입니다. 회식 장소 인근에서 발생한 사고라도, 사업주의 관리 범위를 벗어난 먼 거리에서 직원의 자율적인 행동으로 인해 발생했다면 예측 가능성이 낮다고 판단될 수 있습니다. 넷째, 직원이 과도한 음주로 인해 스스로 몸을 가누기 어렵거나 판단력이 저하된 상태에서 발생한 사고의 경우, 직원 개인의 책임도 일정 부분 고려될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회식 중 사고가 업무상 재해로 인정되어 근로복지공단으로부터 급여를 받았다고 하더라도, 이는 사업주의 손해배상 책임 인정과는 별개의 법적 판단 기준을 따르므로, 업무상 재해 인정이 반드시 사업주의 손해배상 책임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유의해야 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