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폭행/강제추행
두 피고인 A과 B은 모텔에서 술에 취해 항거불능 상태가 된 피해자 C를 각자 간음한 혐의로 기소되었습니다. 1심 법원에서는 피고인들에게 특수준강간이 아닌 개별 준강간죄를 인정하여 징역 3년형 등을 선고했습니다. 이에 피고인들과 검사 모두 항소했습니다. 피고인들은 형량이 너무 무겁다고 주장했고, 검사는 특수준강간죄가 인정되어야 하며 형량이 너무 가볍다고 주장했습니다. 항소심 법원은 피고인들이 합동하여 범행을 저질렀다는 증거가 부족하다고 보아 특수준강간 혐의에 대해서는 1심과 같이 무죄를 선고했고, 개별 준강간죄만을 인정했습니다. 다만, 피고인들이 피해자와 합의하고 반성하는 등 여러 사정을 참작하여 징역 3년형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하고, 성폭력 치료프로그램 80시간 이수 및 아동·청소년, 장애인 관련기관에 5년간 취업 제한을 명령했습니다.
2021년 8월 1일 새벽, 전북의 한 모텔에서 피고인 A, B과 피해자 C 등 지인들이 함께 술을 마셨습니다. 자정이 넘어 G과 H가 귀가하고, 이후 F과 피해자 C가 편의점에서 술을 더 사 와 마시던 중 F이 잠시 밖으로 나갔습니다. 피해자 C는 술에 취해 침대 위에 잠들었는데, 이때 피고인 A이 피해자의 바지와 속옷을 벗기고 성기를 삽입했습니다. 피해자가 고통을 느껴 잠시 깨어 거부 의사를 표시했음에도 피고인 A은 범행을 계속했습니다. 피고인 B은 피고인 A이 피해자를 간음하는 것을 옆 침대에서 지켜보다가, A이 범행을 끝내고 화장실에 간 사이에 피해자를 간음했습니다. 이로 인해 피고인들은 합동하여 항거불능 상태의 피해자를 간음했다는 혐의로 기소되었습니다.
피고인들이 술에 취한 피해자를 '합동하여' 간음한 특수준강간죄가 성립하는지, 아니면 각자 간음한 개별 준강간죄가 성립하는지 여부와 원심의 형량이 적정한지 여부가 쟁점이 되었습니다.
원심판결을 파기한다. 피고인들에게 각각 징역 3년에 처하되, 이 판결 확정일부터 각 5년간 형의 집행을 유예한다. 피고인들에게 각 80시간의 성폭력 치료프로그램 수강을 명령하고, 아동·청소년 관련기관 등과 장애인 관련기관에 각 5년간 취업제한을 명령한다.
항소심 법원은 피고인들이 피해자 C를 개별적으로 준강간한 사실은 인정했으나, 두 피고인이 사전에 모의했거나 암묵적으로 공모하여 합동범으로 볼 만큼의 실행행위를 분담했다고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하여 특수준강간 혐의는 무죄로 판단했습니다. 피고인 A이 피해자를 간음하는 동안 피고인 B이 옆 침대에서 이를 지켜본 사실이나, 피고인 B이 간음할 때 피고인 A이 화장실에서 나와 이를 목격한 사실만으로는 '공동가공의 의사'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보았습니다. 다만, 양형에 있어서는 피고인 A이 항소심에서 범행을 인정하고 반성하는 태도를 보였고, 피고인들 모두 피해자의 언니를 통해 합의금(A 7,000만 원, B 5,000만 원)을 지급하여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밝힌 점, 성폭력 범죄 전력이 없는 초범인 점(B은 이종 벌금형 전과 1회), 4개월 이상 구금 생활을 통해 자숙의 시간을 가진 점 등을 유리한 정상으로 참작하여 징역 3년의 실형 대신 집행유예 5년을 선고했습니다. 또한, 재범 위험성이 낮고 다른 제재만으로도 충분하다고 판단하여 신상정보 공개 및 고지 명령은 면제했습니다.
본 사건에서 피고인들은 피해자가 술에 취해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 상태'에 있었던 것을 이용하여 간음했으므로, 각자 형법 제299조(준강간)에 따라 처벌을 받았습니다. 준강간죄는 강간죄(형법 제297조)와 동일하게 처벌됩니다. 검사는 피고인들이 2명 이상이 '합동하여' 준강간을 저질렀다고 보아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4조 제3항(특수준강간)을 적용하려 했으나, 법원은 피고인들 사이에 '공동가공의 의사'나 '기능적 행위지배'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하여 특수준강간 혐의를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형법 제30조(공동정범)이 성립하려면 두 명 이상이 '공동의 의사'로 범죄를 실행해야 하며, 단순히 타인의 범행을 알면서도 제지하지 않거나 방관하는 것만으로는 공동정범이 될 수 없습니다. 법원은 피고인들이 피해자와의 합의, 반성하는 태도, 성폭력 범죄 전과 없음 등 유리한 정상을 참작하여 형법 제62조 제1항에 따라 징역형의 집행을 5년간 유예했습니다. 또한,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16조 제2항에 따라 80시간의 성폭력 치료프로그램 수강을 명령하고, 구 아동ㆍ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제56조 제1항 및 장애인복지법 제59조의3 제1항에 따라 5년간 아동·청소년 및 장애인 관련기관 취업 제한을 명령했습니다. 한편,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47조 제1항, 제49조 제1항 및 아동ㆍ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제49조 제1항 단서, 제50조 제1항 단서에 의거, 재범 위험성이 낮고 공개·고지로 인한 불이익이 크다고 판단하여 신상정보 공개 및 고지 명령은 면제되었습니다.
상대방이 술에 취해 잠이 들거나 의식이 불분명한 상태에서 성관계를 시도하는 것은 '동의 없는 성관계'로 간주되어 준강간죄에 해당합니다. 설령 피해자가 명확히 거부 의사를 표현하지 못했더라도, 항거불능 상태를 이용했다면 처벌받을 수 있습니다. 여러 사람이 함께 범행에 가담하는 경우, 각자의 행위가 개별적으로 이루어졌더라도 상황에 따라 '합동범'으로 인정되어 가중 처벌될 수 있습니다. 본 사건에서는 '합동범' 요건인 공모가 인정되지 않았지만, 공모 여부는 사안별로 판단될 수 있습니다. 성범죄 피해자와 합의하고 피해자가 처벌을 원치 않는다는 의사를 밝히는 것은 피고인의 양형에 매우 중요한 감경 요소가 됩니다. 또한, 범행을 인정하고 진심으로 반성하는 태도 역시 양형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성폭력 범죄로 유죄 판결이 확정될 경우, 신상정보 등록 및 공개·고지 명령, 취업 제한 명령, 성폭력 치료프로그램 이수 등 다양한 보안처분이 부과될 수 있습니다. 다만, 재범 위험성이 낮고 피고인이 입을 불이익이 크다는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신상정보 공개·고지 명령이 면제될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