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 내 성추행, 성희롱 및 감사 방해로 인한 해고 유지 판결

원고 A는 피고 B 주식회사로부터 강제추행, 언어적 성희롱, 감사 방해 등의 사유로 해고되자 해고 무효 확인과 미지급 임금의 지급을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제1심 법원은 원고의 청구를 기각했고, 원고는 항소와 함께 청구 금액을 확장했습니다. 항소심 법원은 원고에게 인정된 징계 사유들이 정당하며 해고 처분이 징계권 남용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습니다. 이에 따라 원고의 항소 및 확장 청구를 모두 기각하고 원심 판결을 유지했습니다.

관련 당사자

• 원고 A: 피고 회사로부터 해고된 직원으로, 해고 무효 확인 및 미지급 임금 등을 청구한 사람
• 피고 B 주식회사: 원고 A를 해고한 회사로, 해고의 정당성을 주장한 측

분쟁 상황

원고 A는 2020년 12월 4일 피고 B 주식회사로부터 해고되었습니다. 해고의 주요 사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1. 제1징계사유 (강제추행)​: 2020년 4월 16일 2차 회식 장소에서 피해자의 상의 안에 손을 넣어 허리와 등을 만지는 등의 행위. 원고는 관련 형사사건에서 무죄 판결을 받았으므로 징계사유가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2. 제2징계사유 (언어적 성희롱)​: 평소 피해자에게 "저녁 먹고 가", "술 한 잔 하고 가", "가족들이나 친구들이랑 순천에 놀러 오면 우리 집 빌려줄게"와 같은 발언을 반복적으로 하고, 1차 회식 장소에서 피해자에게 "순천에 온다면서 왜 놀러 안 오냐, 친구랑 온다면서 왜 안 오냐", "그럼 너만 오면 되지" 등의 발언을 한 행위. 원고는 이는 순수한 호의였고 불순한 의도는 없었다고 주장했습니다.
3. 제3징계사유 (감사 방해)​: 2차 회식 장소의 CCTV 영상을 확인하고 일부 촬영했음에도, 1차 조사에서 감사 담당자에게 CCTV 영상이 삭제되었다고 허위 진술한 행위. 원고는 소극적인 허위 진술이었을 뿐 감사 규정을 위반한 것이 아니라고 주장했습니다. 원고 A는 이 해고가 부당하다고 주장하며 해고 무효 확인과 함께 2020년 12월부터 2024년 3월까지의 미지급 임금 498,867,645원과 복직 시까지 월 9,644,000원의 임금 지급을 청구했습니다. 청구 금액은 소송 과정에서 141,686,669원에 대해서는 소장 부본 송달 다음 날부터, 259,529,938원에 대해서는 2023년 9월 4일자 변경신청서 부본 송달 다음 날부터, 97,651,038원에 대해서는 2024년 4월 1일자 변경신청서 부본 송달 다음 날부터 판결 선고일까지 연 6%, 그 다음 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 연 12%의 지연손해금도 포함되었습니다.

핵심 쟁점

직장 내 성추행, 성희롱 및 감사 방해 행위가 해고 사유로 정당하게 인정될 수 있는지 여부와 해고 처분이 징계권 남용에 해당하는지 여부

법원의 판단

원고의 항소와 이 법원에서 확장한 원고의 청구를 모두 기각합니다. 항소제기 이후의 소송비용은 원고가 부담합니다.

결론

법원은 원고 A에게 인정된 세 가지 징계사유, 즉 강제추행, 언어적 성희롱, 감사 방해가 모두 정당하다고 판단했습니다. 특히 형사사건에서 무죄가 선고되었더라도 민사상 징계사유는 고도의 개연성으로 인정될 수 있다는 법리에 따라 제1징계사유인 강제추행을 인정했습니다. 또한 원고의 여러 징계사유와 비위 정도, 원고의 태도, 피고 회사의 징계양정기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했을 때 해고 처분이 사회 통념상 현저히 타당성을 잃은 징계권 남용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고 결론 내렸습니다. 이에 따라 원고의 해고 무효 확인 및 임금 청구를 모두 기각하고 제1심 판결을 그대로 유지했습니다.

연관 법령 및 법리

1. 징계사유에 대한 증명책임과 증명 정도: 성희롱이나 성폭력을 사유로 한 징계의 정당성을 다투는 민사소송에서, 징계의 적법성을 주장하는 피고(회사)에게 징계사유의 증명책임이 있습니다. 민사소송에서 사실의 증명은 자연과학적 증명이 아니라,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경험칙에 비추어 모든 증거를 종합적으로 검토하여 어떤 사실이 있었다는 점을 시인할 수 있는 '고도의 개연성'을 증명하는 것으로 충분합니다. (대법원 2021. 3. 25. 선고 2020다281367 판결 등 참조)
2. 형사판결과 민사상 징계의 독립성: 민사책임과 형사책임은 그 지도이념과 증명책임, 증명의 정도 등에서 다른 원리가 적용됩니다. 따라서 징계사유와 관련된 형사재판에서 성희롱·성폭력 행위가 있었다는 점을 합리적 의심을 배제할 정도로 확신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무죄가 선고되었다고 하더라도, 그러한 사정만으로 민사소송에서 징계사유의 존재를 부정할 것은 아닙니다.
3. 징계권 남용 판단 기준: 근로자에게 징계사유가 있어 징계처분을 하는 경우, 어떠한 처분을 할 것인지는 원칙적으로 징계권자의 재량에 맡겨져 있습니다. 징계처분이 위법하다고 인정되려면, 그 징계처분이 사회통념상 현저하게 타당성을 잃어 징계권자에게 맡겨진 재량권을 남용한 것이라고 인정되는 경우에 한정됩니다. 이는 직무의 특성, 징계사유의 내용과 성질, 징계 목적 및 수반되는 제반 사정을 참작하여 객관적으로 명백히 부당하다고 인정될 때입니다. (대법원 2012. 9. 27. 선고 2010다99279 판결 등 참조)
4. 성희롱의 성립 요건: 성희롱이 성립하기 위해 행위자에게 반드시 성적 동기나 의도가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객관적으로 성적 굴욕감이나 혐오감을 유발할 수 있는 수준의 성적 언동이 있었고, 그로 인하여 피해자가 성적 굴욕감이나 혐오감을 느꼈다고 인정되는 경우 성희롱으로 평가될 수 있습니다.
5. 민사소송법 제420조: 이 조항은 제1심판결의 기초사실 등 일부 기재를 항소심에서 그대로 인용할 때 사용되는 절차법적인 근거 조문입니다.

참고 사항

1. 형사 무죄와 회사 징계의 별개 판단: 형사사건에서 무죄 판결을 받았더라도, 회사 징계 절차나 민사소송에서는 다른 증명 기준이 적용될 수 있습니다. 형사 재판은 합리적 의심을 배제할 정도의 확신이 요구되지만, 민사나 징계 절차에서는 '고도의 개연성'만으로도 사실을 인정할 수 있으므로, 형사상 무죄가 반드시 징계의 무효로 이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2. 성희롱 판단 시 행위자의 의도보다 피해자의 입장 중시: 성희롱은 행위자의 의도가 순수했는지 여부와 상관없이, 객관적으로 상대방에게 성적 굴욕감이나 혐오감을 유발할 수 있는 언동이었고 피해자가 실제로 그러한 감정을 느꼈다면 성립할 수 있습니다. 특히 직장 내 상하 관계에서는 피해자가 거절하기 어려운 상황에 놓일 수 있다는 점이 고려됩니다.
3. 반복적 언행의 심각성: 한두 번의 발언보다 지속적이고 반복적인 성적 언동은 직장 내 성희롱의 심각성을 가중시키는 요인이 될 수 있습니다. 이는 피해자가 느끼는 정신적 고통을 더욱 심화시킬 수 있습니다.
4. 회사 내부 감사 및 조사 협조의 중요성: 회사 내부 감사나 조사 과정에서 허위 진술을 하거나 자료 제출을 거부하는 행위는 별도의 징계 사유가 될 수 있으며, 이는 중대한 비위로 간주되어 가중된 징계의 원인이 될 수 있습니다.
5. 징계 양정의 재량권 존중: 회사에 징계 사유가 명확하고 징계 처분이 사회 통념상 현저하게 타당성을 잃지 않았다면, 법원은 회사의 징계권 남용을 인정하지 않는 경향이 있습니다. 여러 징계 사유가 복합적으로 인정되고 비위의 정도가 심각한 경우, 해고와 같은 중징계도 정당성을 인정받을 수 있습니다.
6. 반성하는 태도: 자신의 비위 행위를 인정하지 않고 피해자에게 진정한 반성이나 사죄의 태도를 보이지 않는 것은 징계 양정에서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습니다. 특히 성 관련 비위의 경우 피해자에 대한 공감과 반성적 태도가 중요하게 고려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