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신헌법 비판 학생의 긴급조치 기소유예 취소 사건

청구인은 1975년 유신헌법을 비판하는 글을 학보에 게재하여 당시 대통령긴급조치 제9호 위반 혐의로 기소유예 처분을 받았습니다. 이후 2013년 헌법재판소가 긴급조치 제9호에 대해 위헌 결정을 내리자, 청구인은 자신의 기본권이 침해되었다며 과거의 기소유예 처분 취소를 구하는 헌법소원 심판을 청구했습니다. 하지만 헌법재판소는 이미 검찰이 해당 사건을 재수사하여 '혐의없음' 처분을 내렸고 긴급조치 제9호의 위헌성도 충분히 해명되었으므로, 청구인에게 더 이상 권리보호이익이 없다고 판단하여 심판청구를 각하했습니다.

관련 당사자

• 청구인 정○○: 1975년 유신헌법을 비판하는 학보를 게재하여 기소유예 처분을 받았고 이후 해당 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헌법소원을 제기한 사람
• 피청구인 서울북부지방검찰청 검사: 청구인에게 대통령긴급조치 제9호 위반 혐의로 기소유예 처분을 내린 검찰 당사자이자 이후 해당 사건을 재기하여 '혐의없음' 처분을 내린 주체

분쟁 상황

청구인은 1975년 ○○신학대학교 ○○단 중대장으로서 유신헌법과 시국을 비판하는 글을 학보에 게재하여 대통령긴급조치 제9호를 위반했다는 혐의로 1975년 11월 3일 기소유예 처분을 받았습니다. 오랜 시간이 지난 2013년 3월 21일 헌법재판소는 대통령긴급조치 제9호가 위헌이라는 결정을 내렸습니다. 이에 따라 청구인은 2013년 5월 10일 위헌으로 선언된 긴급조치를 적용한 자신의 기소유예 처분으로 인해 행복추구권, 인간의 존엄과 가치, 명예권, 평등권 등 헌법상 기본권이 침해되었다고 주장하며 해당 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헌법소원 심판을 청구했습니다.

핵심 쟁점

과거 위헌으로 결정된 대통령긴급조치에 근거한 기소유예 처분에 대한 헌법소원 심판이 피청구인 검사가 스스로 '혐의없음' 처분을 내려 원 기소유예 처분이 이미 효력을 잃은 상황에서 청구인에게 여전히 권리보호이익이 있는지 여부가 주요 쟁점입니다. 또한 긴급조치 제9호의 위헌성이 이미 헌법재판소에서 명확히 선언된 상황에서 해당 헌법소원의 '객관적 헌법질서보장'을 위한 심판 이익이 인정될 수 있는지도 함께 다루어졌습니다.

법원의 판단

헌법재판소는 청구인의 심판청구를 각하했습니다.

결론

헌법재판소는 이 사건 심판청구 이후 검찰이 청구인에 대한 사건을 재수사하여 '혐의없음(범죄인정 안됨)'의 불기소처분을 내렸으므로 기존의 기소유예 처분은 그 효력을 잃었다고 판단했습니다. 이로 인해 청구인이 헌법소원을 통해 달성하려던 주관적인 목적이 이미 이루어져 더 이상 권리보호이익이 없다고 보았습니다. 나아가 이미 헌법재판소에서 이 사건 기소유예 처분의 근거인 대통령긴급조치 제9호에 대해 위헌 결정을 내리고 효력을 소급하여 상실시킴으로써 해당 법령에 대한 헌법적 해명이 충분히 이루어졌고 앞으로 유사한 기본권 침해 행위가 반복될 위험도 없으므로 예외적으로 심판 이익을 인정할 사안도 아니라고 결론 내렸습니다.

연관 법령 및 법리

이 사건은 헌법재판소법과 헌법소원심판의 권리보호이익에 대한 법리를 주요하게 다루고 있습니다.

1. 헌법재판소법 제47조 제2항: 이 조항은 법률의 위헌결정이 있을 때 그 법률 또는 법률 조항은 결정이 있는 날로부터 효력을 상실한다고 규정합니다. 다만 형벌에 관한 법률 또는 법률 조항은 소급하여 효력을 상실합니다. 이 사건에서는 대통령긴급조치 제9호가 헌법재판소의 위헌 결정으로 인해 형벌 조항으로서 소급하여 효력을 상실하게 되었고 이로써 긴급조치에 근거한 기소유예 처분 또한 법적 근거를 잃게 되었습니다.
2. 헌법소원심판의 목적 및 권리보호이익: 헌법소원심판은 공권력의 행사나 불행사로 인해 헌법상 보장된 기본권을 침해받았을 때 그 침해를 구제하는 것을 목적으로 합니다. 따라서 청구인이 헌법소원을 제기한 후에 기본권 침해의 원인이 된 공권력 행사가 취소되거나 사정 변경으로 인해 기본권 침해 행위가 이미 배제되어 더 이상 기본권 침해를 받고 있지 않게 되면 청구인의 기본권 침해를 구제하기 위한 '권리보호이익'이 없다고 보아 심판청구는 원칙적으로 부적법하게 됩니다 (헌재 1993. 11. 25. 92헌마169 참조).
3. 불기소처분의 효력 상실: 검사가 특정 사건을 불기소처분(예: 기소유예)했다가 이후 재기하여 다시 불기소처분(예: 혐의없음)이나 공소제기 처분을 하게 되면 원래의 불기소처분은 그 효력을 잃게 됩니다. 이 사건에서 검찰이 청구인에 대한 기소유예 처분 사건을 재기하여 '혐의없음' 처분을 내렸기 때문에 원래의 기소유예 처분은 효력을 상실하게 되었습니다.
4. 객관적 헌법질서보장 기능과 예외적 심판 이익: 헌법소원은 주관적인 권리 구제 기능 외에도 '객관적 헌법질서 보장'이라는 기능도 가지고 있습니다. 따라서 주관적인 권리보호이익이 없더라도 같은 유형의 침해 행위가 앞으로도 반복될 위험이 있고 헌법질서의 수호 유지를 위해 헌법적 해명이 긴요한 경우에는 예외적으로 심판 이익을 인정할 수 있습니다 (헌재 1992. 1. 28. 91헌마111 참조). 그러나 이 사건에서는 이미 긴급조치 제9호에 대한 위헌 결정이 내려져 충분한 헌법적 해명이 이루어졌고 유사한 기본권 침해 행위의 반복 위험도 없다고 판단되어 예외적인 심판 이익도 인정되지 않았습니다.

참고 사항

과거에 위헌적인 법령에 근거하여 처분을 받았더라도 해당 법령이 추후 헌법재판소에 의해 위헌으로 결정되면 그 법령의 효력은 소급하여 상실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위헌 결정이 내려진 후에는 위헌 법령에 근거한 과거의 행정처분이나 사법처분 등에 대한 재심 청구 또는 불복 절차를 고려할 수 있습니다. 다만 이미 법원이나 검찰 등 공권력 주체가 스스로 잘못된 처분을 취소하거나 변경(예: 기소유예를 '혐의없음'으로 변경)하여 개인의 권리 구제 목적이 달성된 경우에는 별도로 헌법소원을 제기하더라도 '권리보호이익'이 없다는 이유로 각하될 수 있습니다. 헌법소원은 주관적인 권리 구제뿐만 아니라 객관적인 헌법 질서 유지를 위한 기능도 있지만 이미 헌법재판소에서 해당 법령의 위헌성을 명확히 선언하여 헌법적 해명이 충분히 이루어졌고 유사한 침해 행위가 반복될 위험이 없는 경우에는 객관적인 심판 이익도 인정되기 어렵습니다. 따라서 법령 위헌 결정 후 과거 처분의 취소를 원할 때는 관련 공권력 주체(검찰, 법원 등)의 후속 조치 여부를 먼저 확인하는 것이 중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