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밀침해/특허
이 사건은 특허발명의 공동 특허권자 중 한 명인 원고 A가 피고 회사에 설정해 준 전용실시권 계약을 발명자인 배우자 B가 단독으로 해제 통보한 것이 적법하다고 주장하며, 피고 회사에 전용실시권 말소 등록 절차 이행을 청구한 사건입니다. 피고 회사는 계약의 해제가 공동으로 이루어져야 하고, 이 계약은 동업 계약의 실질을 가진다고 주장했습니다. 법원은 원고 A가 단독으로 한 해제 통보는 해제의 불가분성 원칙에 따라 효력이 없으며, 다른 공동 특허권자가 피고 회사의 대표이사여서 이를 보존행위로도 볼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또한, 이 전용실시계약은 특허권을 현물 출자한 동업 계약의 일환으로 보아야 하므로, 단순한 계약 해제를 원인으로 한 전용실시권 말소 청구는 이유 없다고 보아 원고의 청구를 기각했습니다.
이 사건은 이 사건 특허발명의 발명자 B, 공동 특허권자 원고 A(B의 배우자)와 H(D의 배우자)이 관련된 분쟁입니다. 원고 A와 H은 2017년 10월 피고 C 주식회사에 특허 통상실시권을, 2018년 2월 전용실시권을 설정해주었습니다. 이후 발명자 B은 2020년 12월 4일 피고 C 주식회사가 계약 의무를 불이행하고 전용실시권을 무단으로 이전했다는 이유로 전용실시계약을 해제한다고 통보했습니다. 이에 피고 C 주식회사는 자금 조달 어려움으로 영업이 부진했으나, 자금력 있는 회사와 연계하여 판매 및 홍보를 맡기고 매출의 1%를 로열티로 지급할 테니 전용실시권을 유지하자고 제안했습니다. 그러나 원고 A와 B는 2021년 1월 15일 이 제안이 현실성이 없다며 거절했고, 결국 원고 A는 피고 C 주식회사를 상대로 전용실시권 설정 등록 말소 절차 이행을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하기에 이르렀습니다.
이 사건의 주요 쟁점은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특허권을 공동으로 소유한 사람들 중 한 명이 단독으로 전용실시권 설정계약을 해제할 수 있는지 여부입니다. 이는 민법상 '해제의 불가분성' 원칙과 '공유물의 보존행위' 범위에 해당되는지가 문제되었습니다. 둘째, '전용실시권 설정계약'이라는 이름에도 불구하고, 실제 계약의 내용과 당사자들의 의도를 고려할 때 이 계약이 단순한 특허 사용 허락을 넘어 특허권을 현물로 출자하는 '동업 계약'의 성격을 가지는지 여부였습니다.
법원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제1심 판결을 취소하고 원고의 청구를 기각했습니다.
단독 해제의 불가: 민법 제547조 제1항에 따라 계약 당사자 중 한쪽 또는 양쪽이 여러 명인 경우, 계약의 해지는 '그 전원으로부터 또는 전원에 대하여' 해야 합니다. 이 사건 전용실시계약은 원고 A와 H이 공동으로 피고 회사와 체결한 것이므로, 원고 A가 단독으로 한 2020년 12월 4일자 해제 의사표시만으로는 계약이 적법하게 해제되었다고 볼 수 없습니다.
보존행위로 볼 수 없음: 특허권의 공유 관계는 합유에 준하는 성격을 가지며, 민법 제265조에 따라 보존행위는 각 공유자가 단독으로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보존행위는 통상 긴급을 요하거나 다른 공유자에게도 이익이 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이 사건에서 다른 공동 특허권자인 H은 피고 회사의 대표이사이며 D의 배우자입니다. 따라서 원고 A의 해제 주장이 H에게 긴급하거나 H에게 이익이 된다고 보기 어려워 보존행위로 인정되지 않았습니다.
계약의 실질은 동업 계약: 법원은 계약서의 명칭보다는 실제 내용을 중요하게 보았습니다. 이 사건 전용실시계약은 ▲통상적인 전용실시권 설정계약과 달리 실시기간, 실시장소, 실시료 약정이 없고, 대신 피고 회사의 지분 20%를 B에게 양도하며 회사 보유금을 일정 수준 유지하고 생산 설비 확장 비용을 피고 회사가 부담하는 등 동업적 조항이 많다는 점 ▲전용실시권이 부여되었음에도 발명자 B이 여전히 발명을 실시하고 타 생산업체 의뢰 시 B과 합의하도록 한 점 ▲사업 자금 조달을 위해 기술신용보증기금 대출 필요성 등으로 전용실시권을 설정하게 되었다는 원고 A의 주장에 비추어 볼 때, B이 특허권을 현물 출자하고 피고 회사와 E가 사업 자금을 출자하는 동업 계약의 일환으로 체결된 것이라고 판단했습니다. B이 피고 회사의 주식 20,000주를 소유하고 피고 회사가 B에게 상당한 금액을 지급한 사실도 이러한 판단을 뒷받침합니다.
결론적으로, 이 전용실시권은 동업 계약에 따라 B이 투자한 조합 재산으로 보이므로, 동업 계약 해제에 따른 '청산' 절차를 거쳐야 하는 것이지, 단순한 전용실시계약의 해제를 원인으로 말소를 청구할 수 없다고 보아 원고 A의 청구를 기각했습니다.
항소심 법원은 원고 A의 전용실시권 말소 청구를 받아들이지 않고 제1심 판결 중 피고 패소 부분을 취소하며 원고의 청구를 기각했습니다. 이는 원고 A가 단독으로 전용실시계약을 해제할 수 없으며, 해당 계약의 실질이 단순한 전용실시계약이 아닌 동업계약으로 판단되었기 때문입니다. 이에 따라 원고 A는 전용실시권 말소 등록을 받을 수 없게 되었습니다.
이 사건과 관련하여 적용된 주요 법령과 법리는 다음과 같습니다.
민법 제547조 제1항 (해지의 효과):
민법 제265조 (공유물의 관리, 보존) 및 민법 제272조 (합유물의 처분, 변경과 보존):
특허법 제100조 제2항 (전용실시권의 설정):
계약의 실질 판단 원칙 (민법상 계약자유의 원칙 및 해석):
이와 유사한 상황에 처했을 때 다음 사항들을 참고하는 것이 좋습니다.
공동 소유권 행사 시 모든 공유자의 동의 필요: 특허권과 같은 재산권을 여러 사람이 공동으로 소유(공유)하고 있다면, 중요한 계약을 변경하거나 해제할 때에는 모든 공유자의 동의를 얻는 것이 원칙입니다. 한 명의 의사표시만으로는 법적 효력이 발생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보존행위의 범위 신중히 판단: 공유물의 '보존행위'는 각 공유자가 단독으로 할 수 있지만, 이는 긴급하거나 다른 모든 공유자에게 이익이 되는 경우에 주로 적용됩니다. 공동 소유자 중 한 명이 계약 상대방과 가족 관계나 회사 대표이사 같은 특수 관계에 있는 경우, 해당 행위가 다른 모든 공유자에게 이익이 된다고 보기 어려워 단독 보존행위로 인정받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계약의 실질 파악의 중요성: 계약서의 제목이 '전용실시권 설정계약'과 같이 특정되어 있더라도, 법원은 계약 내용의 실질과 당사자들의 실제 의도를 중요하게 판단합니다. 만약 계약 내용이 단순한 기술 사용 허락을 넘어 지분 양도, 경영 참여, 이익 배분 등 동업의 성격을 강하게 띤다면, 법원은 이를 동업계약으로 판단할 수 있습니다. 이런 경우 계약 해제가 아닌 동업 관계의 '청산' 절차를 거쳐야 할 수 있으므로 계약 체결 시 신중하게 내용을 검토해야 합니다.
복합적 계약 관계는 명확히: 특허권 출자, 회사 지분 참여, 사업 자금 투자 등 여러 요소가 복합적으로 얽힌 계약을 체결할 때는 각 요소의 법적 성격을 계약서에 명확히 명시하여 추후 발생할 수 있는 분쟁의 소지를 최소화해야 합니다.
특수 관계 간의 계약: 가족이나 친인척 등 특수 관계에 있는 당사자들 사이의 계약은 이해상충의 가능성이 있어 분쟁 발생 시 더욱 복잡한 법적 판단을 요구할 수 있습니다. 가능한 한 모든 조건을 명확히 하고 공정하게 협의하는 것이 중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