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타 민사사건
망 B 명의로 운영되던 'R건설'이 조립식 건축자재 외상대금 약 8천만 원을 주식회사 K(피고)에게 미지급했습니다. 피고는 망 B와 연대보증인 아들 G을 상대로 지급명령을 신청했고, B는 이의하지 않아 지급명령이 확정되었습니다. 이후 B가 사망하자 B의 자녀들(원고들)은 B가 사업 및 채무 사실을 몰랐다고 주장하며, 확정된 지급명령에 기초한 강제집행을 불허해달라는 청구이의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법원은 망 B가 아들 G에게 자신의 명의를 사용하여 영업하는 것을 최소한 허락했고, 피고와의 거래를 알고 있었다고 판단하여 원고들의 청구를 모두 기각했습니다.
2016년 11월 25일, 망 B 명의로 'R건설'이라는 주택건설업 사업자등록이 되었습니다. 2017년 4월경부터 2021년 9월 30일까지 'R건설'은 피고 주식회사 K로부터 조립식 건축자재를 외상으로 공급받았습니다. 2021년 10월 22일, 망 B와 아들 G(연대보증인) 명의로 8천만 원 상당의 대금지불각서가 작성되었으나, 이 과정에서 G이 B 명의 부분을 위조한 사실이 있었습니다. 피고는 이 각서에 근거하여 2021년 10월 26일 B와 G을 상대로 80,302,557원의 지급명령을 신청했고, 2021년 11월 1일 B와 G에게 지급명령이 송달되었습니다. B는 이 지급명령에 대해 이의하지 않아 2021년 11월 16일 지급명령이 확정되었습니다. 반면 G은 이의신청을 하여 별도 소송이 진행되었고, 이후 7,730만 원을 분할 지급하는 내용의 임의조정이 성립되었으나 G은 이 돈을 피고에게 지급하지 않았습니다. B는 이 사건 소송 제기 후인 2024년 2월 1일 사망했고, 그의 자녀들인 원고들이 B의 재산을 상속하여 이 사건 소송을 수계했습니다. 원고들은 B가 사업자등록 사실, R건설 운영 사실, 피고와의 거래 사실을 전혀 몰랐으며, 아들 G이 B 몰래 사업을 한 것이라고 주장하며, 확정된 지급명령에 기초한 강제집행을 불허해달라는 청구이의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망 B가 자신의 명의로 아들 G이 운영하는 'R건설'의 사업 및 피고와의 거래 사실을 인지하고 허락했는지 여부와, 그로 인해 발생한 채무에 대해 상법상 명의대여자로서 책임을 져야 하는지 여부가 핵심 쟁점이었습니다. 또한, 확정된 지급명령의 집행력을 배제하기 위한 청구이의의 소송에서 망 B의 채무 불성립을 주장할 수 있는지, 그리고 그 증명 책임은 누구에게 있는지 문제되었습니다.
법원은 원고들의 청구를 모두 기각하고, 소송비용은 원고들이 부담하도록 판결했습니다. 이는 피고의 망 B에 대한 확정된 지급명령에 기초한 강제집행을 불허해달라는 원고들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은 것입니다.
법원은 망 B가 아들 G에게 자신의 명의를 사용하여 영업을 할 것을 최소한 허락했으며, 피고와의 거래 사실을 알고 있었다고 판단했습니다. 그 근거로는 망 B 명의로 사업자등록이 되어 있었고, B의 통장으로 외상대금을 송금하는 등 B 명의 계좌가 사용된 점, 피고 직원이 B 소유 주택을 방문해 B를 만났던 점, 그리고 무엇보다 B에게 지급명령이 송달되었음에도 이의하지 않아 지급명령이 확정된 점 등을 들었습니다. 아들 G이 B의 명의 부분을 위조하여 각서를 작성한 사실은 인정되지만, 이는 B가 사업 자체를 몰랐다는 증거로 충분하지 않다고 보았습니다. 따라서 망 B는 상법상 명의대여자로서 피고에 대한 채무에 책임이 있다고 보아, 원고들의 청구는 이유 없다고 최종 결론을 내렸습니다.
이 사건 판결에는 다음과 같은 법령과 법리가 적용되었습니다.
민사집행법 제58조 제3항: 이 조항은 지급명령에 기판력(확정된 판결과 동일한 효력)이 인정되지 않으므로, 지급명령에 대한 강제집행을 막기 위한 '청구이의의 소'에서 지급명령 발령 전에 발생한 청구원인의 불성립이나 무효 등의 사유를 주장할 수 있음을 규정합니다. 다만, 청구이의 소송에서 증명책임은 일반 민사소송과 동일하게 분배됩니다. 즉, 원고가 피고의 채권 불성립을 주장하면 피고가 '채권의 발생원인 사실'을 증명해야 하고, 원고가 채권 발생의 원인 약정이 무효이거나 취소되었다는 등 권리 발생의 장애 또는 소멸 사유를 주장하는 경우에는 원고에게 그 사실을 증명할 책임이 있습니다. 이 사건에서 원고들은 B가 채무를 부담하지 않는다고 주장했으므로, 피고가 B에 대한 채권 발생원인 사실을 증명해야 했고, 법원은 피고의 주장을 인정했습니다.
상법 제24조 (명의대여자의 책임): 이 조항은 '타인에게 자기의 성명 또는 상호를 사용하여 영업을 할 것을 허락한 자는 자기를 영업주로 오인하여 거래한 제3자에 대하여 그 타인과 연대하여 변제할 책임이 있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는 명의대여로 인해 발생하는 거래 상대방의 신뢰를 보호하기 위한 규정입니다. 명의를 빌려준 사람은 상대방이 명의대여 사실을 알았거나 모른 데 중대한 과실이 있었음을 입증해야만 책임을 면할 수 있습니다. 본 사건에서 법원은 망 B가 아들 G에게 자신의 명의를 사용하도록 허락했다고 보아 B에게 상법 제24조에 따른 명의대여자 책임을 인정한 것입니다.
금융실명거래 및 비밀보장에 관한 법률 제3조 (금융실명거래): 이 법은 금융거래 시 실명 확인을 의무화하여 차명 거래를 제한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망 B 명의의 통장이 개설되어 R건설의 외상대금 거래에 사용된 사실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망 B 본인이 직접 통장을 개설했거나 적법한 절차에 따라 위임하여 개설했음을 의미합니다. 이는 망 B가 자신의 명의로 이루어지는 사업 및 거래를 인지하고 있었음을 뒷받침하는 중요한 정황 증거로 활용되었습니다.
타인에게 자신의 명의를 빌려주어 사업을 운영하게 하는 경우(명의대여)에는 실제 사업 운영자가 아니더라도 상법상 명의대여자로서 거래 상대방에게 채무를 변제할 책임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명의대여자가 책임을 면하기 위해서는 거래 상대방이 명의대여 사실을 알았거나, 알지 못한 데 중대한 과실이 있었다는 점을 명의대여자가 직접 증명해야 합니다. 사업 명의자가 통장 개설에 협조하거나, 사업 관련 장소 방문, 지급명령 등 법적 절차에 대한 통보를 받고도 이의하지 않는 등의 행동은 명의대여 사실을 알고 묵인한 것으로 해석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지급명령이 발송되면 반드시 내용을 확인하고, 부당하다고 생각될 경우에는 정해진 기간(보통 송달일로부터 2주 이내) 내에 이의 신청을 해야 합니다. 이의 신청을 하지 않아 지급명령이 확정되면 강력한 집행력이 발생하여 재산에 강제집행이 들어올 수 있습니다. 확정된 지급명령에 대해 뒤늦게 다투려면 '청구이의의 소'를 제기해야 하며, 이때 채권이 발생하지 않았다는 주장 등 지급명령 발령 전의 사유도 주장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주장하는 내용에 따라 증명 책임이 달라지므로 유의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