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채무 · 행정
망인 E의 상속인들이 상속재산인 부동산을 피고 C가 모두 상속하는 것으로 분할 협의했습니다. 그러나 상속인 D는 당시 원고 A 주식회사에 대한 신용카드 대금 채무를 포함한 다수의 빚으로 채무 초과 상태였습니다. 이에 원고는 D의 상속분 포기가 자신의 채권을 해치는 '사해행위'에 해당한다며 이 상속재산분할협의의 취소와 부동산 소유권이전등기 말소를 청구했습니다. 법원은 D의 상속분 포기를 사해행위로 인정하고 협의 취소 및 등기 말소를 명령했습니다.
2018년 10월 3일 망인 E가 사망하자 배우자 F와 자녀 G, H, I, D, 피고 C는 상속인이 되었습니다. 망인의 상속재산으로는 여러 부동산이 있었는데 상속인들은 같은 날 이 부동산 전부를 피고 C가 상속하는 것으로 상속재산분할협의를 했습니다. 그런데 상속인 D는 당시 원고 A 주식회사에 신용카드대금 원금 11,460,901원을 비롯한 다수의 채무를 부담하고 있었으며 별다른 적극재산이 없어 채무 초과 상태였습니다. 피고 C는 이 협의를 원인으로 2019년 10월 24일 부동산 소유권이전등기를 완료했습니다. 이에 원고 A 주식회사는 D가 채무 초과 상태에서 자신의 상속분을 포기하여 채권자인 자신을 해치는 '사해행위'를 했다며 법원에 상속재산분할협의 취소와 소유권이전등기 말소를 청구하여 이 사건 분쟁이 발생했습니다.
채무 초과 상태의 상속인이 상속재산 분할 협의를 통해 자신의 상속분을 포기하는 행위가 채권자를 해하는 '사해행위'에 해당하는지 여부와, 피고가 망인의 재산 유지 또는 증가에 특별히 기여하여 기여분이 인정되는 경우 상속분 포기가 사해행위에 해당하지 않는지 여부, 피고가 채무자 D의 채무 초과 상태나 사해의사를 몰랐다고 주장하는 경우 그 주장이 받아들여질 수 있는지 여부가 이 사건의 주요 쟁점입니다.
법원은 원고의 청구를 인용하여 D의 상속분인 2/13 지분에 대한 상속재산분할협의를 취소했습니다. 피고 C는 D에게 해당 지분의 소유권이전등기 말소 절차를 이행하도록 명령했으며 소송비용은 피고가 부담하도록 했습니다.
채무 초과 상태의 상속인이 자신의 상속분을 포기하는 상속재산분할협의는 다른 채권자들의 채권을 침해하는 사해행위로 인정될 수 있으며, 특별한 기여분이 인정되지 않는 한 취소될 수 있다는 점을 분명히 한 판결입니다.
이 사건은 채무자의 상속분 포기를 사해행위로 인정하고 상속재산분할협의를 취소한 사례로 다음과 같은 법률과 원칙이 적용됩니다.
채권자취소권 (사해행위취소권): 채무자가 빚이 많은 상태에서 자신의 재산을 감소시켜 채권자들이 돈을 받아내기 어렵게 만드는 행위(사해행위)를 한 경우 채권자가 그 행위를 취소하고 재산을 원래 상태로 되돌릴 수 있도록 법이 부여한 권리입니다. 이 사건에서 법원은 D가 채무 초과 상태에서 자신의 상속분인 2/13 지분을 포기함으로써 원고의 채권을 해쳤다고 보았습니다.
상속재산분할협의의 성격: 상속재산분할협의는 공동상속인 사이에 잠정적 공유 상태인 상속재산의 귀속을 확정하는 법률행위입니다. 따라서 그 내용이 채권자의 권리를 침해한다면 사해행위 취소의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즉 상속재산분할협의도 일반적인 재산권에 관한 법률행위와 같이 사해행위로 인정될 수 있습니다.
사해행위의 판단 기준: 채무자가 유일한 재산을 매각하여 현금화하거나 타인에게 무상으로 이전하는 행위는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채권자에 대한 사해행위로 봅니다. 이와 마찬가지로 이미 채무 초과 상태에 있는 채무자가 상속재산 분할 협의를 하면서 자신의 상속분에 관한 권리를 포기하여 일반 채권자에 대한 공동 담보가 감소된 경우에도 원칙적으로 채권자에 대한 사해행위에 해당합니다.
사해의사 및 수익자의 악의 추정: 채무자가 사해행위를 했다고 인정되면 채무자에게 채권자를 해할 의사(사해의사)가 있었다고 추정되고 그 행위로 이득을 본 사람(수익자)에게도 채권자를 해할 의사(악의)가 있었다고 추정됩니다. 이 추정을 뒤집으려면 수익자가 자신이 선의였음을 스스로 증명해야 하지만 이 사건에서 피고는 이를 입증하지 못했습니다.
기여분 (민법 제1008조의2 제1항): 공동상속인 중 피상속인의 재산 유지 또는 증가에 특별히 기여하거나 피상속인을 특별히 부양한 사람이 있다면 그 기여분을 고려하여 상속분을 조정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법원은 '특별한 기여'라는 기준을 엄격하게 적용하며 공동상속인들 사이의 공평을 위하여 상속분을 조정할 필요가 있을 만큼의 특별한 부양 또는 재산 유지·증가 기여 사실이 인정되어야 합니다. 이 사건에서도 피고가 망인과 함께 거주하며 농사를 지었다는 사실만으로는 특별한 기여로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하여 피고의 기여분 주장은 받아들여지지 않았습니다.
채무가 많은 사람이 상속을 받게 될 경우 자신의 상속분을 무작정 포기하거나 다른 상속인에게 몰아주는 협의를 하면 채권자들이 '사해행위'라며 해당 협의를 취소할 수 있습니다. 특히 자신의 채무가 상속으로 인해 늘어나는 것을 피하려면 '상속 포기' 또는 '한정 승인' 제도를 고려해야 합니다. 단순 상속 포기는 상속 개시를 안 날로부터 3개월 이내에 가정법원에 신고해야 합니다. 상속재산분할협의를 할 때는 각 상속인의 채무 상태를 확인하고 특정 상속인에게 재산을 몰아주는 경우 채권자취소권의 대상이 될 수 있음을 유의해야 합니다. 상속재산분할협의 시 기여분을 주장하려면 망인의 재산 유지 또는 증가에 특별히 기여했거나 특별히 부양했다는 객관적이고 충분한 증거가 필요합니다. 단순한 병간호나 동거만으로는 특별한 기여가 인정받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사해행위'의 대상이 된 재산을 취득한 사람(수익자)은 자신이 채권자를 해할 의사가 없었음을 입증해야 하지만 실제로는 그러한 주장이 받아들여지기 어렵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