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손해배상 · 의료
원고는 백내장 수술 후 시력 저하와 안구 통증을 겪다가 최종적으로 양안 실명에 이르자, 백내장 수술을 시행한 피고1병원과 이후 신경과 진료를 담당한 피고2병원이 의료상 과실 및 설명의무 위반으로 실명을 야기했다고 주장하며 4억 1천2백여만 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했습니다. 법원은 양 피고 병원 모두에게 의료상 과실이나 설명의무 위반이 없다고 판단하여 원고의 청구를 기각했습니다.
원고는 뇌경색, 당뇨, 고혈압 등의 기저질환을 가진 환자로, 2013년 11월 19일 피고1병원(I안과의원)에서 당뇨병성 망막병증, 노년성 핵백내장 등의 진단을 받았습니다. 2014년 3월 20일 우안 백내장 시술, 3월 24일 좌안 백내장 시술을 받았습니다. 수술 후 지속적으로 시력 저하와 안구 불편감을 호소했으나, 피고1병원은 정기적인 안압 측정 및 정밀 안저검사를 실시했으며, 4월 24일까지 안압은 우안 18mmHg, 좌안 19mmHg로 정상 수치였습니다. 4월 14일경 원고의 컨디션 저하와 어눌한 말투를 확인한 피고1병원은 뇌경색과의 연관성을 의심하여 4월 24일 신경과 전문의가 있는 피고2병원(J병원)으로 전원을 의뢰했습니다.
피고2병원에 4월 24일 입원한 원고는 '구음 장애 및 엉덩이(요천추 부위) 통증'을 주된 증상으로 호소했으며, 입원 기간 중에도 눈 불편감과 시야 흐림을 지속적으로 호소했습니다. 피고2병원은 4월 30일부터 경상대학교 안과 등 대학병원 안과 진료를 반복적으로 추천했고, 5월 2일에는 보호자에게도 안과 진료를 권유했습니다. 5월 7일 원고는 피고2병원에서 퇴원하여 서울의 K병원에 내원했고, 당시 안압이 우안 62mmHg, 좌안 60mmHg로 매우 높게 측정되어 '이차 녹내장 양안' 진단을 받았습니다. 같은 날 N병원으로 전원되어 '당뇨병성 망막증으로 인한 신생혈관성 녹내장' 진단하에 5월 8일부터 5월 28일까지 여러 차례 녹내장 수술을 받았으나, 현재 원고는 양안의 시력을 모두 상실한 상태입니다.
원고는 피고1병원이 기저질환을 고려하지 않고 백내장 수술을 진행하고 수술 후 합병증(녹내장)을 조기에 진단하지 못했으며, 상급 안과 병원이 아닌 신경과 병원으로 전원한 과실이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또한 피고2병원이 안과적 문제에 대한 예견의무와 검사의무를 위반하고 안과 진료를 제때 권유하지 않아 실명에 이르게 했다고 주장했습니다. 피고들은 각자 자신들에게 과실이 없음을 주장했습니다.
원고의 피고들에 대한 청구를 모두 기각하고, 소송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법원은 원고의 양안 실명이 당뇨병성 망막증으로 인한 신생혈관성 녹내장이라는 점, 백내장 수술이 녹내장 발생과 직접적인 관련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는 점, 피고1병원이 백내장 수술 후 필요한 검사를 성실히 수행했고 당시 녹내장을 진단할 만한 소견이 없었다는 점, 피고1병원이 원고의 뇌경색 등 신경과적 문제를 고려하여 피고2병원으로 전원 조치한 것은 타당하다는 점, 피고2병원은 원고의 신경과적 문제로 내원한 것이므로 안과적 문제를 예견하거나 진료할 의무가 없었고 안과 진료를 반복적으로 권유했다는 점 등을 종합하여 피고들에게 의료상 과실이나 설명의무 위반이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결국 원고의 실명은 기존의 당뇨 및 고혈압 등 전신 질환의 영향이 가장 크다고 보았습니다.
이 사건은 민법 제750조에 따른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 책임이 문제되었습니다. 의료소송에서 불법행위책임을 묻기 위해서는 의사의 의료행위에 과실이 있었는지, 그 과실이 손해 발생의 원인이 되었는지(인과관계), 그리고 손해가 발생했는지가 입증되어야 합니다. 여기서 '과실'은 의료인이 의료행위를 할 때 마땅히 기울여야 할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의무'를 소홀히 했는지를 기준으로 판단됩니다. 의사는 환자의 생명, 신체, 건강을 보호하기 위해 당시의 의료수준에 따라 요구되는 최선의 조치를 다해야 하며, 여기에는 악결과 예견의무(예상되는 나쁜 결과 예측)와 악결과 회피의무(예측된 나쁜 결과를 피하기 위한 조치), 그리고 설명의무 등이 포함됩니다.
법원은 이 사건에서 다음과 같은 이유로 피고들에게 과실이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결론적으로 법원은 원고의 실명이 피고들의 의료 과실이나 설명의무 위반으로 발생했음을 인정할 만한 증거가 부족하다고 보아 원고의 청구를 기각했습니다. 원고의 실명은 기존 당뇨병성 망막증의 자연적 진행에 따른 것으로 판단될 가능성이 높다는 취지입니다.
수술 후 예상치 못한 증상이 나타나면 시기, 내용, 정도 등을 상세히 기록하고 의료진에게 적극적으로 알리는 것이 중요합니다. 특히 통증이나 시력 변화 등은 구체적인 표현으로 전달해야 합니다. 당뇨, 고혈압, 뇌경색 등 기존 질환이 있는 경우, 수술 여부를 결정할 때 반드시 의료진에게 관련 질환 정보를 충분히 제공하고 수술 후 발생할 수 있는 합병증에 대해 자세히 문의해야 합니다. 특정 진료과에서 치료 중 다른 증상이 나타나거나 증상 호전이 없을 경우, 다른 전문의의 협진이나 상급 병원 또는 다른 전문과의 전원을 적극적으로 요청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때, 전원 시 환자의 모든 증상을 명확히 전달하도록 확인하는 것이 좋습니다. 의료진의 설명을 충분히 듣고 이해하지 못하는 부분이 있다면 다시 질문하여 정보를 정확히 인지해야 합니다. 자신의 상태와 치료 계획에 대해 스스로 판단하고 결정하는 자기 결정권을 적극적으로 행사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의료진이 다른 전문 병원 진료를 권유할 경우, 시기를 놓치지 않고 권유받은 대로 다른 병원을 찾아 진료를 받는 것이 중요합니다. 특히 급성으로 진행될 수 있는 질환의 경우 더욱 그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