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채권/채무 · 행정
신용보증기금은 농업회사법인 주식회사 C(이하 C)의 대출 채무를 보증했다가 C가 채무를 이행하지 못하자 7억 8백여만 원을 대위변제하고 C에 대한 구상금 채권을 갖게 되었습니다. C는 이 사건 근저당권설정 계약 당시 이미 채무초과 상태였고, 사내이사 E의 개인 채무(피고 A에게 6억 원, 피고 B에게 4억 원)를 담보하기 위해 회사 소유 부동산에 근저당권을 설정해 주었습니다. 신용보증기금은 이러한 C의 행위가 다른 채권자들의 권리를 침해하는 사해행위에 해당한다고 주장하며 취소를 구하는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법원은 C의 근저당권 설정 행위가 사해행위에 해당하고, C의 사해 의사 및 피고 A, B의 악의가 인정된다고 판단하여 근저당권설정 계약을 취소하고 피고들에게 등기 말소를 명령했습니다.
농업회사법인 주식회사 C는 2020년 7월 1일 신용보증기금의 보증을 받아 D은행에서 7억 원을 대출받았습니다. 그러나 경영 악화로 2023년 5월 31일 신용보증사고가 발생했고, 신용보증기금은 2023년 8월 28일 C의 대출원리금 채무 708,542,876원을 대위변제하면서 C에 대한 구상금 채권을 취득했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C는 2023년 4월 18일, 사내이사 E의 개인 채무 약 10억 원(피고 A에게 6억 원, 피고 B에게 4억 원)을 담보하기 위해 회사 소유 부동산에 피고들을 채권자로 하는 근저당권을 설정해 주었습니다. 신용보증기금은 C의 이러한 행위가 채무초과 상태에서 이루어진 것으로 다른 채권자들의 공동 담보를 해치는 사해행위라고 보고 근저당권설정 계약 취소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신용보증기금의 구상금 채권이 사해행위취소권의 피보전채권으로 인정될 수 있는지 여부, C가 사내이사 E의 채무를 담보하기 위해 부동산에 근저당권을 설정한 행위가 일반 채권자들을 해하는 사해행위에 해당하는지 여부, C의 사해 의사 및 피고 A, B의 악의(사해행위임을 알았는지)가 인정되는지 여부.
법원은 피고들과 농업회사법인 주식회사 C 사이에 2023년 4월 18일 체결된 각 근저당권설정계약을 모두 취소하고, 피고들은 C에게 2023년 4월 19일 접수된 각 근저당권설정등기의 말소등기절차를 이행하도록 명령했습니다. 소송비용은 피고들이 부담하도록 했습니다.
신용보증기금의 청구가 모두 받아들여졌습니다. C가 피고들에게 설정해준 근저당권은 사해행위로 취소되었으며, 피고들은 해당 근저당권 등기를 말소해야 합니다. 이는 C의 다른 채권자들에게 공동 담보로 제공될 수 있는 재산을 보전하는 결과로 이어집니다.
이 사건은 '사해행위취소권'이라는 법률 개념을 중심으로 판단되었습니다. 사해행위취소권은 민법 제406조에 규정되어 있으며, 채무자가 자신의 재산을 줄이거나 특정 채권자에게만 유리하게 하여 다른 채권자들이 돈을 받을 수 없게 만드는 행위(사해행위)를 했을 때, 채권자가 법원에 그 행위를 취소하고 재산을 원상태로 돌려놓을 것을 요구할 수 있는 권리입니다.
피보전채권의 인정: 채권자취소권으로 보호받을 수 있는 채권은 원칙적으로 사해행위보다 먼저 발생한 채권이어야 합니다. 하지만 대법원 판례(대법원 2002. 4. 12. 선고 2000다43352 판결)는 사해행위 당시에 채권 성립의 기초가 되는 법률관계가 있었고, 가까운 장래에 채권이 성립할 '고도의 개연성'이 있으며, 실제로 채권이 성립했다면, 그 채권도 보호받을 수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이 사건에서 신용보증기금의 구상금 채권은 근저당권 설정 계약 이후에 발생했지만, 이미 신용보증약정이 체결되어 있었고 C의 경영 악화로 대위변제가 임박했으므로 피보전채권으로 인정되었습니다.
사해행위의 성립: 채무자가 제3자의 채무를 담보하기 위해 자신의 부동산에 근저당권을 설정하는 물상보증 행위는, 그 부동산의 담보 가치만큼 채무자의 일반 채권자들을 위한 책임재산을 감소시키기 때문에 사해행위가 될 수 있습니다(대법원 2015. 6. 11. 선고 2014다237192 판결). 특히, 채무자가 채무초과 상태에서 이러한 행위를 하면 사해행위로 인정됩니다. 이 사건에서 C의 부동산 가액(선순위 담보액 공제 후)과 다른 자산을 합한 적극재산이 1,667,462,181원인 반면, 금전채무액이 2,529,255,983원으로 채무초과 상태였기 때문에 사해행위로 판단되었습니다.
사해의사 및 수익자의 악의 추정: 채무자가 채무초과 상태에서 재산을 처분하여 다른 채권자들의 공동 담보가 부족하게 되면, 채무자에게 '사해의사'가 있었다고 추정됩니다. 또한, 사해행위로 이득을 얻은 '수익자'(이 사건에서는 피고 A, B)도 채무자의 사해행위임을 알았다는 '악의'가 추정됩니다. 이 추정을 뒤집고 선의임을 주장하려면 수익자가 객관적이고 납득할 만한 증거를 제시해야 합니다(대법원 2015. 3. 20. 선고 2014다205607 판결). 이 사건에서 피고들은 C의 사내이사 E과 오랫동안 알고 지냈고, C의 경영 상황 및 선순위 근저당권의 존재를 알고 있었던 점 등이 인정되어 악의 추정을 뒤집지 못했습니다.
회사가 빚을 갚지 못하는 상황에서 특정 채권자에게만 담보를 제공하거나 재산을 넘기는 행위는 법적으로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특히 회사가 빚이 자산보다 많은 '채무초과' 상태에서 대표이사나 임원의 개인적인 빚을 갚거나 담보하기 위해 회사 재산을 제공하는 것은 다른 채권자들의 권리를 침해하는 '사해행위'로 간주될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사해행위 취소 소송에서는 채무자의 채무초과 상태, 채무자가 다른 채권자를 해할 의도(사해의사), 그리고 담보를 받은 사람(수익자)이 그 행위가 사해행위임을 알았는지(악의)가 중요한 쟁점이 됩니다. 담보를 받은 사람이 사해행위임을 몰랐다고 주장하더라도, 채무자와 관계가 가깝거나 회사의 상황을 알 수 있었던 객관적인 정황이 있다면 법원은 이를 쉽게 받아들이지 않을 수 있습니다. 채권자취소권은 사해행위 당시 채권이 직접적으로 성립하지 않았더라도, 채권 발생의 기초가 되는 법률관계가 이미 존재했고 가까운 장래에 채권이 성립할 개연성이 높으며 실제로 그 채권이 성립한 경우에는 인정될 수 있습니다. 부동산에 담보가 설정되어 있는 경우, 그 부동산의 가치를 평가할 때는 이미 설정된 다른 선순위 담보(예: 기존 근저당권)의 채권액을 공제한 나머지 금액으로 평가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