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
보험사 A 주식회사는 단체상해보험 계약에 따른 보험금 지급 채무가 없음을 확인해달라는 소송을 제기했고 사망한 경마 조교사의 유족인 B, C, D는 재해사망보험금 지급을 요구하는 반소(맞소송)를 제기했습니다. 법원은 망인이 업무 스트레스로 인해 우울증을 앓다가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할 수 없는 상태에서 자살에 이르렀다고 보아 이는 보험 계약에서 정한 ‘우발적인 외래의 사고’에 해당한다고 판단했습니다. 이에 따라 보험사는 유족에게 재해사망보험금의 일부와 지연이자를 지급하라고 판결했습니다.
E단체는 2017년 'F 단체상해보험' 입찰 공고를 내면서 계약조건에 '업무 중' 재해를 보장내용으로 명시했습니다. A 주식회사는 공동수급체로서 이 입찰에 참여해 E단체와 보험계약을 체결했습니다. 망인 O는 E단체 I본부 소속 조교사로서 이 보험의 피보험자였습니다. 2018년 1월 7일 망인은 창고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은 상태로 발견되었습니다. 망인의 상속인인 유족들은 2019년 8월 31일 A 주식회사에 이 보험 계약에 따른 재해사망보험금 8천만 원의 지급을 청구했으나, 보험사는 망인이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할 수 없는 상태에서 사망했음이 충분히 입증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보험금 지급을 거절했습니다. 이에 보험사는 망인의 사망이 '업무 중' 사망이 아니며 자살 당시의 계획성을 들어 '우발적인 외래의 사고'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하며 채무부존재확인 본소(원래 소송)를 제기했습니다. 반면 유족들은 망인이 장기간의 업무 스트레스로 인해 비정상적인 정신 상태에서 정상적인 판단 능력을 상실하여 자살에 이른 것이므로 보험금을 지급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반소(맞소송)를 제기했습니다.
이 사건의 주요 쟁점은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단체상해보험 계약에서 '업무 중' 사망의 의미를 어떻게 해석할 것인가였습니다. 보험사는 모든 사망이 아니라 '업무 중' 사망만 보장하기로 하는 개별 약정을 주장했습니다. 둘째, 망인의 자살이 보험 약관상 '우발적인 외래의 사고'에 해당하는지 여부였습니다. 이는 망인이 자살 당시 정신질환 등으로 인해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할 수 없는 상태였는지에 따라 판단됩니다. 셋째, 망인의 자살 행위 전 계획성 여부가 '우발적인 외래의 사고' 인정에 영향을 미치는지 여부였습니다.
법원은 보험사인 원고 A 주식회사가 피고 B에게 34,285,714원, 피고 C에게 22,857,142원, 피고 D에게 22,857,142원 및 각 금원에 대하여 2019년 9월 18일부터 2022년 2월 7일까지는 연 6%의,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연 12%의 비율에 의한 지연손해금을 각 지급하라고 판결했습니다. 원고의 나머지 본소 청구(채무부존재)와 피고들의 나머지 반소 청구(보험금 전액)는 각 기각되었습니다.
법원은 망인의 자살이 조교사로서의 업무 스트레스로 인해 발병한 혼합형 불안 우울장애가 악화되어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할 수 없는 상태에서 발생한 급격하고 우연한 외래의 사고에 해당한다고 판단했습니다. 따라서 보험사는 망인의 상속인인 유족들에게 재해사망보험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보았습니다. 또한 보험 계약 조건에 명시된 '업무 중' 재해는 일반적으로 '업무상' 재해와 구분하여 해석할 특별한 이유가 없다고 보아 보험사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이에 따라 보험금 청구액의 일부를 지급하라는 판결이 내려졌습니다.
이 사건에는 다음과 같은 법률과 법리가 적용되었습니다. 1. 보험 계약 약관의 해석: 법원은 E단체가 공고한 '업무 중' 재해와 이 사건 보험 계약 약관에 명시된 '우발적인 외래의 사고'를 종합적으로 해석했습니다. 통상 단체보험의 경우에도 '업무 중' 재해를 일반적인 '업무상' 재해와 달리 해석할 특별한 이유가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2. 자살 보험금 면책 예외 사유: 대법원 판례(대법원 2015. 6. 23. 선고 2015다5378 판결, 대법원 2015. 9. 24. 선고 2015다30398 판결 등)에 따르면, 사망을 보험사고로 하는 보험계약에서 자살을 보험자의 면책사유로 규정하고 있더라도, 피보험자가 정신질환 등으로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할 수 없는 상태에서 사망의 결과를 발생케 한 경우까지 포함하는 것은 아닙니다. 이 경우 직접적인 원인행위가 외래의 요인에 의한 것이라면, 그 사망은 피보험자의 고의에 의하지 않은 우발적인 사고로서 보험사고에 해당할 수 있습니다. 3. 자유로운 의사결정 불능 상태 판단 기준: 대법원 판례(대법원 2011. 4. 28. 선고 2009다97772 판결, 대법원 2021. 2. 4. 선고 2017다281367 판결 등)는 자살자의 나이와 성행, 신체적·정신적 심리상황, 정신질환의 발병 시기, 진행 경과와 정도, 자살에 즈음한 시점에서의 구체적인 상태, 자살자를 둘러싼 주위 상황, 자살 무렵의 행태, 자살행위의 시기 및 장소, 기타 자살 동기, 경위와 방법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본 사건에서는 망인의 과거 우울증 진료 기록, 장기간의 업무 스트레스(성과연봉제, 차명/대리마주 조사, 협회 해체, 고용노동부 특별근로감독 및 과태료 처분 등), 사망 전 무단결근 및 비정상적 언행,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감정 결과 등을 토대로 망인이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할 수 없는 상태에 있었다고 인정했습니다. 4. 산업재해보상보험법상 업무상 재해 인정: 서울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가 망인의 사망을 산업재해보상보장법 제37조 제1항 제2호에 따른 업무상 사유에 의한 사망으로 판정한 사실은 법원이 망인의 사망이 업무와 상당한 인과관계가 있으며 자유로운 의사결정이 불가능한 상태에서 발생했음을 판단하는 중요한 근거가 되었습니다. 5. 지연손해금: 보험금 청구 후 보험사는 약관에 명시된 기간(대개 10영업일) 내에 보험금을 지급해야 합니다. 이를 지연할 경우, 상법에서 정한 연 6%의 이자율과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에서 정한 연 12%의 이자율에 따른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습니다.
단체보험 계약을 할 때는 '업무 중' 사고나 '재해'의 구체적인 정의와 보장 범위를 약관을 통해 면밀히 확인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법원은 일반적으로 '업무 중' 재해를 '업무상' 재해와 유사하게 해석하지만 계약 내용에 따라 다를 수 있습니다. 피보험자가 자살한 경우에도 정신질환 등으로 인해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할 수 없는 상태에서 발생한 자살은 '우발적인 외래의 사고'로 인정되어 보험금을 받을 수 있습니다. 이때 중요한 것은 자살 당시 피보험자의 정신 상태가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할 수 없는 상태였음을 입증하는 것입니다. 이를 위해서는 병원 진료 기록, 정신과 전문의의 감정 또는 소견, 가족이나 동료 등 주변 사람들의 진술, 산업재해 판정 기록 등 객관적이고 신빙성 있는 자료를 최대한 많이 확보해야 합니다. 특히 망인의 평소 성격, 정신질환 발병 시기와 경과, 업무 스트레스의 정도와 변화, 자살 직전의 비정상적인 행동이나 언행 등 자살의 동기나 경위를 종합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증거를 준비하는 것이 도움이 됩니다. 보험금을 청구할 때는 보험 계약의 약관에 명시된 서류와 절차를 정확히 따르고, 보험금 지급이 지연될 경우 지연이자가 발생할 수 있으므로 지급 기한(대부분 접수일로부터 3영업일 또는 조사 필요 시 10영업일)을 확인하여 청구권을 행사해야 합니다. 상속인으로서 보험금을 청구하는 경우에는 민법상 상속 지분에 따라 보험금이 분할 지급되므로 이 점을 미리 숙지해야 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