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타 민사사건
의약품 제조 회사 A는 의료기기 연구개발 회사 B와 코로나19 항원검사 신속진단장비 공동연구 및 제품 공급 계약을 맺고, 선급금으로 총 63억 원을 지급했습니다. 하지만 B사가 적절한 품질의 장비를 개발하지 못하고 제품 공급이 지연되자, A사는 계약을 해지하고 선급금 반환을 청구했습니다. B사는 A사가 제공한 항체에 문제가 있었다거나, 아직 개발 단계이므로 계약 위반이 아니라고 주장하며 맞섰습니다. 법원은 B사가 계약 목적에 맞는 품질의 장비를 제조 및 공급하지 못했다고 판단했으며, A사 제공 항체 문제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이에 따라 법원은 A사의 계약 해지가 적법하다고 보았고, B사는 A사에 선급금 63억 원과 이에 대한 이자 및 지연손해금을 반환하라고 판결했습니다.
원고 주식회사 A와 피고 주식회사 B는 2020. 6. 12. 코로나19 항원검사 신속진단장비에 대한 공동연구 및 제품 공급 계약을 체결했습니다. 이후 2020. 6. 29. 선급금 지급 조건에 대한 변경 계약을 맺고, 원고는 피고에게 2020. 7. 1. 33억 원, 2020. 7. 9. 30억 원을 포함하여 총 63억 원의 선급금을 지급했습니다. 공동연구가 진행되던 중 이 사건 장비의 품질 문제가 지속적으로 발생하여, 초기 CE 인증 카트리지의 민감도 93.3%, 특이도 100%에 비해 실제 임상시험에서는 민감도 72.5%~19%, 특이도 82.9%~97%로 품질이 저조하게 나타났습니다. 원고는 2020. 12. 17. 피고에게 품질 개선 실패를 이유로 계약 합의해지 및 선급금 63억 원의 즉시 반환을 요구하는 공문을 발송했습니다. 피고는 2020. 12. 24. 합의해지를 부인하며 장비의 품질 문제가 원고가 제공한 항체에서 비롯되었을 가능성을 제기했습니다. 이에 원고는 2020. 12. 29. 피고에게 계약상 의무 이행을 최고하고, 불이행 시 계약 해제 및 선급금 반환에 대한 법적 조치를 경고했습니다. 피고가 의무를 이행하지 않자 원고는 2021. 1. 14. 계약 해제를 통보했고, 이 통보는 2021. 1. 15. 피고에게 도달했습니다. 피고는 원고에게 선급금 63억 원을 반환하지 않았습니다. 원고는 피고가 적합한 품질의 제품 제조 실패, 제품 허가 취득 지원 의무 불이행, 원고 동의 없는 하도급 계약 체결, 의무 이행 거절 등으로 채무를 불이행했다고 주장했습니다. 반면 피고는 원고가 공급한 S항체의 하자가 원인이며, 장비가 아직 개발 단계에 있어 채무불이행으로 볼 수 없다고 반박했습니다.
피고가 계약에 따라 적합한 품질의 진단장비를 제조 및 공급할 의무를 이행하지 않았는지 여부, 원고가 공급한 핵심 원자재인 S항체의 품질 문제로 인해 제품 개발이 지연되었는지 여부, 원고의 계약 해지 통보가 적법한지 여부, 계약 해지에 따라 피고가 원고에게 선급금 63억 원 및 관련 이자를 반환할 의무가 있는지 여부
법원은 피고의 채무불이행으로 인한 원고의 계약 해지가 적법하다고 판단하였고, 이에 따라 피고는 원고에게 미반환된 선급금 전액과 법정 이자를 지급해야 한다고 결론 내렸습니다. 원고의 청구는 전부 받아들여졌습니다.
이 사건은 계약의 해제와 그에 따른 원상회복 의무에 관한 민법상의 원칙들이 적용됩니다.
민법 제543조 (해지, 해제권) 계약 당사자 중 한쪽이 계약이나 법률에 정해진 해지 또는 해제 권리를 가질 때, 그 권리 행사는 상대방에 대한 의사표시로 이루어집니다. 이 사례에서 피고가 적정 품질의 장비를 제조하고 공급하는 의무를 이행하지 못했으므로, 원고에게 계약 해제권이 발생했고, 원고는 해제 통보를 통해 적법하게 계약을 해제했습니다.
민법 제548조 (해제의 효과, 원상회복의무) 계약이 해제되면 각 당사자는 상대방에게 원상회복의 의무를 가집니다. 특히 금전을 반환할 경우에는 그 돈을 받은 날부터 이자를 더해서 돌려줘야 합니다. 이 조항에 따라 피고는 계약 해제로 인해 원고로부터 받은 선급금 63억 원을 반환할 의무가 생겼으며, 계약서에 명시된 약정 이자율(연 5%)과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에 따른 지연이자율(연 12%)을 적용하여 이자까지 지급해야 합니다.
민법 제390조 (채무불이행과 손해배상) 채무자가 계약 내용에 따라 의무를 이행하지 않았을 때, 채권자는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다만 채무자의 고의나 과실 없이 이행이 불가능해진 경우에는 예외입니다. 피고가 계약에서 약정한 '적합한 품질의 장비 제조 및 공급' 의무를 이행하지 못했으므로 이는 채무불이행에 해당하며, 계약 해제의 중요한 원인이 되었습니다. 법원은 피고가 주장한 원고 제공 항체의 품질 문제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아, 피고에게 채무불이행 책임이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계약서의 중요성 이 사례에서 법원은 계약 당사자들이 작성한 계약서의 문언을 중시했습니다. 특히 공동연구계약 제18조 제1항의 품질 의무와 제25조 제3항 (b)호의 선급금 반환 조건, 그리고 제17조에 명시된 선급금의 성격(초도 물품 대금의 일부) 등이 판결의 주요 근거가 되었습니다. 이는 계약 체결 시 구체적인 조항을 명확히 작성하는 것이 분쟁 해결에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줍니다.
공동연구나 제품 공급 계약을 체결할 때는 제품의 구체적인 품질 기준, 성능 목표, 개발 및 공급 완료 기한 등을 계약서에 명확히 명시하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특히 민감도나 특이도와 같은 객관적인 수치로 품질을 평가할 수 있는 제품의 경우, 이를 계약서에 구체화하고 미달 시의 책임 소재를 명확히 해야 합니다. 선급금은 그 성격(개발비, 투자금, 물품 대금의 일부 등)에 따라 반환 의무가 달라질 수 있으므로, 계약서에 선급금의 지급 목적과 계약 해지 또는 해제 시 반환 조건 등을 상세히 규정해야 합니다. 계약 이행 중 문제가 발생했을 경우, 구두가 아닌 서면으로 상대방에게 문제 제기 및 해결 촉구를 하고, 이에 대한 상대방의 답변이나 조치를 반드시 기록으로 남겨야 합니다. 이는 추후 분쟁이 발생했을 때 중요한 증거 자료가 됩니다. 원자재나 주요 부품의 공급 지연, 품질 문제 등이 발생했을 때의 책임 분담, 해결 절차 등을 계약서에 미리 명시해두는 것이 분쟁을 예방하고 효과적으로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중소기업이라 할지라도 대기업과의 계약에서 문제가 생겼을 때에는 계약서에 명시된 절차에 따라 정당하게 이의를 제기하고, 모든 과정을 문서화하는 노력이 필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