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해배상 · 의료
중증 대동맥판막 협착증 환자가 피고 병원에서 경피적 대동맥판막 삽입술(TAVI)을 받았으나 시술이 실패하고 이후 개흉술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합병증으로 사망하였습니다. 이에 망인의 유족들이 피고 의료법인에 대해 시술 방법 선택 상 과실, 시술 상 과실, 설명의무 위반을 주장하며 손해배상을 청구하였으나, 법원은 피고 병원 의료진에게 과실이 없다고 판단하여 원고들의 청구를 모두 기각했습니다.
망인 G는 중증 대동맥판막 협착증으로 다른 병원에서 약물치료를 받다가 증상이 악화되어 수술적 치료나 시술을 권유받았습니다. 이후 피고 병원에서 경피적 대동맥판막 삽입술(TAVI)을 선택하여 사전 검사를 진행하였고, 2020년 7월 14일 시술이 시작되었습니다. 그러나 심한 석회화와 이엽성 판막 문제로 시술이 두 차례 모두 실패하고 승모판 역류와 혈압 저하가 발생했습니다. 이후 2020년 7월 20일 개흉술을 통해 판막치환술과 건삭성형술을 받았지만, 망인은 폐렴, 폐부종, 염증 악화 등으로 중환자실에서 치료를 받다가 2020년 8월 9일 패혈증 및 다발성 장기부전으로 사망했습니다. 망인의 유족들은 피고 병원 의료진이 시술 방법 선택 시 과실(심장통합진료 미실시, 이엽성 판막 진단 소홀, 수술 위험도 평가 미흡)과 시술 상의 과실(위험 평가 소홀, 시술 강행, 승모판 건삭 파열, 응급 개흉술 지연), 그리고 치료 방법 및 위험성에 대한 설명의무 위반이 있었다고 주장하며 손해배상을 청구했습니다.
피고 병원 의료진이 ❶ 대동맥판막 시술 방법 선택 과정에서 심장통합진료 소홀, 이엽성 판막 진단 소홀, 수술적 치료의 적응증 평가 미흡 등의 과실이 있었는지 ❷ 시술 과정에서 대동맥판막의 석회화와 이엽성 판막 위험 평가를 소홀히 하여 시술이 실패하고 승모판 건삭을 파열시켰으며 응급 개흉술을 지연하는 등의 과실이 있었는지 ❸ 환자에게 시술 외 다른 치료 방법, 위험성, 합병증 등에 대한 충분한 설명의무를 다하지 않았는지 여부입니다.
법원은 원고들의 모든 청구를 기각하였습니다. 피고 병원 의료진에게 시술 방법 선택 상 과실, 시술 상 과실, 그리고 설명의무 위반이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소송비용은 원고들이 부담하게 되었습니다.
환자 사망과 관련하여 의료진의 시술 방법 선택, 시술 과정, 설명의무 등에서 의료상 과실이 있었다는 원고들의 주장은 모두 받아들여지지 않았습니다.
1. 의사의 재량권 (대법원 2007. 5. 31. 선고 2005다5867 판결): 의사는 환자의 구체적인 상황과 당시의 의료수준, 자신의 지식과 경험을 바탕으로 적절하다고 판단되는 진료 방법을 선택할 수 있는 상당한 범위의 재량을 가집니다. 이러한 재량권 행사가 합리적인 범위를 벗어나지 않는 한, 진료 결과가 좋지 않더라도 이를 곧바로 의료 과실이라고 단정하기는 어렵습니다. 2. 의료행위 시 주의의무의 수준 (대법원 2006. 11. 23. 선고 2005다11688 판결): 의사는 환자의 생명, 신체, 건강을 관리하는 업무의 특성상 환자의 구체적인 증상과 상황에 따라 위험을 방지하기 위한 최선의 조치를 취해야 할 주의의무가 있습니다. 이때 의료수준은 의료행위 당시 임상의학 분야에서 일반적으로 실천되고 인정되는 '의학 상식'을 기준으로 하며, 진료 환경과 의료행위의 특수성을 고려하여 규범적인 수준으로 판단됩니다. 3. 설명의무의 범위 (대법원 2010. 5. 27. 선고 2007다25971 판결): 의사의 환자에 대한 설명의무는 모든 의료 과정에 적용되는 것이 아니라, 수술과 같이 환자의 신체를 침습하는 의료행위 또는 사망과 같은 중대한 결과 발생 가능성이 있어 환자에게 자기결정에 의한 선택이 요구되는 경우에 주로 문제됩니다. 따라서 환자에게 발생한 결과가 의사의 침습 행위와 무관하거나, 환자의 자기결정권이 중요하게 작용하지 않는 사항에 대해서는 설명의무 위반으로 인한 위자료 청구가 어렵습니다.
의료기관에서는 환자의 심장 상태, 나이, 합병증 가능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심장내과, 흉부외과, 마취통증의학과, 영상의학과 등 여러 전문의가 참여하는 심장통합진료협의를 통해 치료 방법을 결정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특히 대동맥판막 협착증의 경우 시술 전 필요한 사전 검사를 모두 시행하고, 그 결과를 바탕으로 한 충분한 논의가 필수적입니다. 이엽성 판막이 과거에는 시술의 상대적 금기증이었으나, 현재는 기술 발달로 인해 삼엽성 판막과 큰 차이 없이 시술될 수 있다는 점을 인지해야 합니다. 의사는 환자의 상황과 당시의 의료수준, 자신의 지식과 경험에 따라 적절한 진료 방법을 선택할 재량을 가지며, 합리적인 범위를 벗어나지 않는다면 진료 결과만을 가지고 과실이라고 단정하기 어렵습니다. 또한, 환자에게 시술이나 수술에 대한 동의서를 받을 때에는 환자의 현재 상태, 시술/수술의 방법과 목적, 발생 가능한 합병증, 그리고 제안된 시술을 하지 않을 경우의 예상되는 결과(예: 수술적 치료 필요성 등)를 상세히 기재하여 충분히 설명해야 합니다. 환자가 이미 다른 병원에서 유사한 설명을 듣고 특정 치료 방법을 원한다는 의사를 밝힌 경우, 추가적인 설명의무의 범위가 달라질 수 있습니다. 시술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발생할 수 있는 합병증이나 실패 가능성에 대해 의료진의 최선을 다한 노력이 있었다면, 그 결과가 좋지 않더라도 모두 과실로 인정되지는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