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채무
이 사건은 사망한 아들이 생전에 부모와 회사 명의로 작성한 거액의 차용증에 대해, 부모가 아들의 배우자를 상대로 채무가 존재하지 않음을 확인해달라고 청구한 사건입니다. 법원은 차용증의 진정성립은 인정했지만, 아들이 부모에게 차용증에 기재된 40억 500만 원을 실제로 대여했다는 사실은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결과적으로 부모의 아들에 대한 대여금 채무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판결이 내려졌습니다.
망인 D은 중증 재생불량성 빈혈로 오랜 기간 투병했으며, 2013년에는 아버지 원고 B로부터 조혈모세포이식도 받았습니다. 원고들(부모)은 주식회사 E를 운영했고, 망인은 2016년에 피고 C와 혼인했습니다. 2015년부터 2018년까지 망인은 원고 A(때로는 주식회사 E, 원고 B도 포함)를 채무자로 하는 여러 장의 차용증을 작성했습니다. 이 차용증에는 총 40억 500만 원의 대여금액이 기재되어 있었고, 특히 경기도 김포시의 토지 수용 보상금이 지급되는 즉시 상환한다는 내용이 명시되어 있었습니다. 망인 D이 2020년 사망하자, 원고들은 피고 C를 상대로 상속재산분할심판을 청구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피고 C는 망인이 원고들에게 대여한 것으로 기재된 이 채권을 상속재산에 포함시켜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상속재산분할심판의 1심 재판부는 이 채권의 존부는 민사소송에서 다루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단했고, 이에 원고들은 이 사건 대여금 채무가 존재하지 않음을 확인해달라는 소송을 제기하게 되었습니다.
이 사건의 주요 쟁점은 세 가지였습니다.
법원은 다음과 같이 판결했습니다.
법원은 먼저 차용증에 날인된 원고 A의 인영이나 지장이 원고 A의 의사에 따라 이루어졌다고 보아 차용증의 진정성립은 인정했습니다. 그러나 실제 대여금 채무의 존재에 대해서는 망인 D의 건강 상태, 경제 활동 능력, 그리고 원고들과 E의 계좌 거래 내역을 볼 때, 망인이 원고들에게 40억 500만 원이라는 거액을 대여할 능력이 있었고 실제로 대여했다는 사실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또한, 차용증이 김포 토지수용 보상금이 지급될 것을 기대하며, 몸이 아픈 아들(D)의 강한 요구에 따라 부모(원고 A)가 '보상금을 지급하겠다'는 취지로 부득이 서명·날인해 준 것으로 보았으며, 실제 금전 지급에 대한 합의가 있었다고 볼 수 없다고 해석했습니다. 결론적으로 법원은 원고 A가 망인 D에게 차용증상 금액을 지급하기로 약정했다고 인정할 증거가 부족하므로, 주채무인 원고 A의 대여금 채무는 존재하지 않으며, 이에 따라 연대보증인인 원고 B의 채무 또한 존재하지 않는다고 판단했습니다.
이 사건에서는 주로 다음과 같은 법률과 법리가 적용되었습니다.
가족 간이라 할지라도 거액의 금전 거래 시에는 실제 금전이 오고 간 내역(예: 계좌 이체 기록)을 명확히 남기고, 차용증과 같은 법적 문서를 작성할 때는 그 내용과 의미를 정확히 이해하고 당사자들의 진정한 의사가 반영되었는지 확인해야 합니다. 단순히 특정 상황(예: 질병, 토지 보상금 기대)에 대한 약속이나 형식적인 서류 작성은 실제 법적 채무로 이어지지 않을 수 있음을 인지해야 합니다. 차용증 등 처분문서가 존재하더라도, 법원은 문서의 진정한 작성 경위, 당사자들의 실제 자금력, 대여금 지급 내역, 그리고 채권자가 오랫동안 채무 변제를 요구하지 않은 정황 등 여러 간접 사실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채무의 존재 여부를 판단할 수 있습니다. 특히 상속재산 분할 과정에서 채무의 존재 여부가 다툼이 될 경우, 상속재산분할심판 절차(비송사건)만으로는 채무의 존부를 실체적으로 확정할 수 없으므로, 별도의 민사소송을 통해 해결해야 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