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
주식회사 A는 피고 B 주식회사가 공고한 D 고속도로 통행료 수납 용역 입찰에 참여했습니다. 원고 A는 최저가 입찰자 다음 순위의 적격심사 대상자가 되었으나, 피고 B는 원고 A의 영업소장 후보 H의 경력이 적격심사 기준에 미달한다고 판단하여 부적격 통보를 하였습니다. 이에 피고 B는 다음 순위 입찰자인 주식회사 C와 용역 계약을 체결했습니다. 원고 A는 이 입찰 과정에 절차적, 내용적 하자가 있었으므로, C와의 계약이 무효임을 확인하고 자신이 낙찰자 지위에 있음을 확인해 달라는 주위적 청구와, 피고 B가 부당하게 계약 체결을 거부하여 발생한 손해를 배상해 달라는 예비적 청구를 제기했습니다. 법원은 주위적 청구는 확인의 이익이 없어 각하하고, 예비적 청구는 입찰 과정에 원고가 주장하는 하자가 없다고 판단하여 기각했습니다.
피고 B 주식회사는 D 고속도로의 2020년 통행료 수납 용역을 위한 전자입찰을 공고했습니다. 적격심사 방식으로 진행된 이 입찰에서 원고 A 주식회사는 2순위 최저가 입찰자로서 최우선 적격심사 대상자가 되었습니다. 그러나 피고 B는 원고 A가 제출한 서류 중 영업소장 후보 H의 경력이 적격심사 기준인 '영업소장 경력'에 미달한다고 판단하여, 원고 A에게 부적격 통보를 하고 적격심사에서 탈락시켰습니다. 이후 피고 B는 3순위 입찰자인 주식회사 C와 용역 계약을 체결했습니다. 원고 A는 자신의 탈락이 부당하다고 주장하며 C와의 용역 계약 무효 확인 및 자신이 낙찰자 지위에 있음을 확인해 달라는 소송을 제기했으며, 이와 함께 계약 불이행에 따른 손해배상도 청구했습니다.
이 사건의 주요 쟁점은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원고가 피고와 C 사이의 용역 계약 무효를 확인하고 자신이 낙찰자 지위에 있음을 확인해달라는 주위적 청구에 대해 법률상 '확인의 이익'이 있는지 여부입니다. 둘째, 피고가 진행한 입찰 절차에 '국가를 당사자로 하는 계약에 관한 법률'에서 정한 이의신청이나 불복수단이 적용되어야 하는 절차적 하자가 있었는지 여부입니다. 셋째, 피고의 적격심사 기준이 '약관의 규제에 관한 법률'에서 말하는 약관에 해당하여 원고에게 유리하게 해석되어야 하는지 여부입니다. 넷째, 원고의 영업소장 후보 H의 경력이 피고의 적격심사 기준인 '영업소장 경력'을 충족하는지 여부입니다. 다섯째, 이러한 절차적 또는 내용적 하자가 인정되어 피고가 원고에게 예약채무불이행 또는 불법행위에 기한 손해배상 책임을 져야 하는지 여부입니다.
법원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판결을 내렸습니다.
주위적 청구(계약무효확인 및 낙찰자 지위 확인) 각하의 이유: 원고가 이 계약의 무효 확인 판결을 받더라도, 피고와 용역 계약을 체결하고 현재 용역을 수행 중인 C 주식회사는 이 소송의 당사자가 아니므로, 판결의 효력이 C에게 미치지 않아 C와의 계약이 무효가 되거나 종료되지 않습니다. 따라서 원고가 C를 대신하여 용역을 수행할 수 없으므로, 원고의 법적 지위의 위험을 제거할 유효·적절한 수단이 될 수 없어 확인의 이익이 없다고 보았습니다. 원고가 손해배상을 구하려 한다면 직접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것이 더 유효하고 적절한 수단이라고 판단했습니다.
예비적 청구(손해배상) 기각의 이유:
절차적 하자에 대한 판단: 피고는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에 따라 기획재정부장관이 지정·고시한 '공공기관'에 해당하지 않습니다. 입찰 공고문에도 '국가를 당사자로 하는 계약에 관한 법률'에 따른 이의신청이나 불복수단이 적용된다는 내용이 없었습니다. 일부 국가계약법 관련 개별 규정이 언급되거나 전자조달시스템을 사용했다는 이유만으로, 국가계약법상 이의신청 절차 등이 당연히 적용된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하여 절차적 하자가 없다고 보았습니다.
내용적 하자에 대한 판단: 적격심사 기준은 계약 일방 당사자가 다수의 상대방과 계약을 체결하기 위해 미리 마련한 내용인 '약관'에 해당하지 않으므로, '약관의 규제에 관한 법률'이 적용되지 않는다고 보았습니다. 원고의 영업소장 후보 H의 경력에 대해서는, 제출된 경력확인서 내용이 실제 영업소 운영 기간과 일치하지 않고, 피고의 과업수행계획서상 H의 직책(심사팀장)이 영업소장의 업무를 대행하거나 총괄하는 현장 총괄책임자의 역할이 아니었으며, 다른 직원들의 확인이나 H 본인의 증언에서도 소장대행의 권한이 없었던 것으로 확인되어, H가 '영업소장 경력' 기준을 충족했다고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이러한 이유로 입찰 과정에 원고가 주장하는 절차적, 내용적 하자가 없으므로, 이를 전제로 한 손해배상 청구는 이유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이 사건과 관련된 주요 법령과 법리는 다음과 같습니다:
확인의 소의 이익: '확인의 소'는 원고의 법률상 지위에 현존하는 불안이나 위험을 제거하기 위한 유효·적절한 수단일 때만 인정됩니다. 이 사건에서 원고는 피고와 제3자(C 주식회사) 간의 계약 무효를 확인하고 자신이 낙찰자 지위에 있음을 확인해달라고 주장했지만, 법원은 제3자인 C 주식회사가 소송 당사자가 아니므로 원고가 승소하더라도 C 주식회사가 피고와 맺은 계약의 효력에 영향을 미치지 않아, 원고의 법적 불안을 해소할 수 없으므로 확인의 이익이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따라서 직접적인 손해배상 청구와 같은 다른 유효한 구제 수단이 있다면 확인의 이익은 부정될 수 있습니다.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 (공공기관운영법) 제2조, 제5조 제1항: 이 법은 기획재정부장관이 지정·고시한 공공기관에만 적용됩니다. 제5조 제1항은 공공기관을 공기업, 준정부기관, 기타공공기관으로 구분하여 지정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 사건에서 피고 B 주식회사는 민간투자법에 따른 사업시행자이지만, 공공기관운영법에 따라 지정된 '공공기관'에 해당하지 않았습니다. 따라서 공공기관에 적용되는 '국가를 당사자로 하는 계약에 관한 법률'의 이의신청이나 불복수단이 피고의 입찰 절차에 당연히 적용된다고 볼 수 없다고 법원은 판단했습니다.
국가를 당사자로 하는 계약에 관한 법률 (국가계약법): 국가나 공공기관이 당사자가 되는 계약에 적용되는 법률로, 계약 체결의 공정성과 투명성을 확보하기 위한 여러 절차와 규정을 포함합니다. 이 사건에서 원고는 피고가 국가계약법상의 이의신청 등 불복수단을 인정하지 않아 절차적 하자가 있다고 주장했으나, 피고가 공공기관운영법상 공공기관이 아니고 입찰 공고문에 국가계약법 적용이 명시되지 않았으므로, 국가계약법의 불복수단이 직접 적용되지 않는다고 법원은 보았습니다.
약관의 규제에 관한 법률 (약관규제법) 제2조 제1항: 이 조항은 '약관'을 그 명칭이나 형태 또는 범위를 불문하고, 계약의 일방 당사자가 다수의 상대방과 계약을 체결하기 위하여 일정한 형식으로 미리 마련한 계약의 내용을 의미한다고 정의합니다. 이 사건에서 원고는 적격심사 기준이 약관에 해당하므로 자신에게 유리하게 해석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나 법원은 이 사건 입찰이나 용역 계약이 '다수의 상대방과 계약을 체결하기 위한 것'으로 볼 수 없으므로, 적격심사 기준이 약관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하여 약관규제법을 적용하지 않았습니다.
유사한 입찰 탈락 및 계약 분쟁 상황에 놓였을 때 다음 사항들을 참고할 수 있습니다:
소송 형태 및 확인의 이익 검토: 현재 체결된 계약의 무효를 주장하고 자신이 낙찰자 지위에 있음을 확인받고자 할 경우, 해당 계약의 다른 당사자가 소송에 참여하지 않으면 판결의 효력이 미치지 않아 실질적인 권리 구제가 어려울 수 있습니다. 이러한 경우 법원에서는 '확인의 이익'이 없다고 보아 소송을 각하할 수 있으므로, 직접적인 손해배상 청구와 같은 보다 유효하고 적절한 구제 수단을 고려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입찰 절차 법령 적용 여부 확인: 입찰을 주관하는 기관이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에 따른 공공기관으로 지정되었는지, 또는 입찰 공고문에 '국가를 당사자로 하는 계약에 관한 법률' 등 특정 법령의 적용에 대한 명시적인 규정이 있는지 철저히 확인해야 합니다. 명시적인 규정이 없는 경우 해당 법령이 당연히 적용된다고 주장하기 어렵습니다.
적격심사 기준 해석 및 준비: 입찰에 참여하기 전 적격심사 세부 평가 기준을 면밀히 검토해야 합니다. 특히 '영업소장 경력'과 같이 특정 직위의 경력을 요구하는 경우, 직책명뿐만 아니라 실제 수행했던 업무 내용, 권한, 책임 범위가 기준에 부합하는지 구체적으로 입증할 수 있도록, 경력확인서, 과업수행계획서, 조직도 등 객관적인 자료를 충분히 준비해야 합니다. 과거와 현재의 과업 내용이 변경되었을 경우에도 그 내용을 정확히 파악하고 준비해야 합니다.
약관규제법 적용 여부: 입찰 조건이나 적격심사 기준이 '약관의 규제에 관한 법률'의 적용을 받는지 여부를 판단할 때는, 그 기준이 '다수의 상대방과 계약을 체결하기 위하여 일정한 형식으로 미리 마련한 계약의 내용'에 해당하는지 여부가 핵심적인 판단 기준이 됩니다. 모든 입찰 조건이 약관에 해당한다고 볼 수는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