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
원고는 농업용수로 옆 토지 소유자로서 한국농어촌공사와 제3자 B 사이의 구거(농수로) 사용 허가 계약이 무효임을 확인해달라고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법원은 원고가 계약의 당사자가 아니고, 원고의 법적 지위에 불안이나 위험이 발생했다고 보기 어려우며, 이 소송이 원고의 권리 관계 불안을 해소하는 유효한 수단이 아니므로 '확인의 이익'이 없다고 판단하여 소송을 각하했습니다.
2015년 4월 10일, 피고 한국농어촌공사가 관리하는 농업용수로(D)에서 물이 넘쳐 B의 어린이집 놀이터 90㎡ 상당에 침수 및 오염 사고가 발생했습니다. 이후 B은 2019년 9월 16일, 원고 건물 사용자 및 주변인의 쓰레기 적재 및 투척 등으로 농업용수로가 막혀 재해가 발생하고 그로 인한 오염 및 안전 문제가 발생할 우려가 있다며 피고에게 펜스 등 보호장치 설치와 자신을 관리 주체로 지정해 줄 것을 요청했습니다. 피고는 2019년 9월 18일 B에게 동물 난입에 대한 안전 펜스는 B이 설치해야 하며 이 사건 구거와 원고 토지 사이의 경계 펜스는 적합한 규격으로 검토 후 설치하라고 답변했습니다. 2020년 8월 31일 B은 파주시 G동장을 통하여 피고에게 이 사건 구거에 있는 태풍으로 넘어진 위험 수목 제거에 대하여 협조를 요청했고, 피고는 2021년 4월 1일 파주시장에 태풍 피해로 인한 수목 제거 협조 요청을 하였습니다. 파주시장은 2021년 4월 22일 피고에게 위험 수목을 제거할 예정이며 앞으로는 이 사건 구거의 위험 수목 제거 요청 시 피고가 제거해야 한다고 회신했습니다. 최종적으로 피고는 2021년 7월 6일 농어촌정비법 제23조에 따라 B과 파주시 C 임야 660㎡(이 사건 구거 중 위 농업용수로 부분을 제외한 것으로 보임) 및 H 구거 25㎡에 대하여 임대 기간 2021년 1월 1일부터 2023년 12월 31일(3년)까지로 하는 영농 사용(재배 작물 '배추') 임대차 계약을 체결했습니다. 원고는 이 계약이 무효라고 주장하며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이 사건의 핵심 쟁점은 원고가 피고와 제3자 B 사이의 구거 사용 허가 계약의 무효 확인을 구할 '확인의 이익'이 있는지 여부입니다. 즉, 원고가 직접적인 계약 당사자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이 계약의 유효성에 대해 법원의 판단을 구할 자격이 있는지가 문제되었습니다.
법원은 원고의 소송이 부적법하다고 판단하여 '이 사건 소를 각하한다'고 판결했습니다. 소송비용은 원고가 부담하도록 했습니다.
법원은 원고가 이 사건 구거에 인접한 토지와 건물을 소유하고 있다는 사정만으로는 피고와 B 사이의 구거 사용 허가 계약의 무효 확인을 구할 법률상 이익이 없다고 보았습니다. 특히 원고의 토지는 농업용수로보다 고지대에 위치하여 용수가 넘치더라도 아무런 영향을 받지 않고, 영농 활동도 하지 않으며, 국유가 아닌 피고 소유의 구거이므로 '공유수면 관리 및 매립에 관한 법률'상 권리자에도 해당하지 않아 원고의 법적 지위가 불안하거나 위험하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따라서 원고의 청구는 '확인의 이익'이 없다며 부적법하다고 결론 내렸습니다.
농어촌정비법 제17조 및 제18조 제3항은 농업생산기반시설은 농업생산에 필요한 시설로, 누구든지 관리자의 승낙 없이 이를 불법으로 점용하거나 사용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여 농업용수로와 같은 시설의 공공적 성격과 관리 주체(한국농어촌공사)의 권한을 명시하고 있습니다. 농어촌정비법 제23조는 농업생산기반시설의 관리자가 해당 시설의 목적 달성에 지장이 없는 범위 내에서 사용 허가를 할 수 있음을 규정하며, 이에 따라 피고는 B에게 이 사건 구거 사용을 허가한 것입니다. 확인의 소의 확인의 이익 법리는 판례가 확인의 소는 원고의 법적 지위가 불안하거나 위험할 때 그 불안을 제거하는 데 가장 유효하고 적절한 수단인 경우에 인정된다고 보는 것입니다. 당사자 일방과 제3자 사이의 권리관계에 대해서도 당사자 일방의 권리관계에 불안이나 위험이 초래되고 이를 확정시키는 것이 유효ㆍ적절한 수단이 된다면 확인의 이익을 인정할 수 있습니다(대법원 2021다201320 판결 등). 그러나 이 사건에서는 원고의 법적 지위가 불안하거나 위험하다고 볼 수 없고, 피고와 B 사이의 계약 유무효 확인이 원고의 불안을 해소할 유효하고 적절한 수단이 아니라고 판단되어 확인의 이익이 없다고 결론 내렸습니다. 이는 원고가 해당 시설의 권리자에 해당하지 않으며, 실제적인 피해 위험도 없다는 점 등이 고려된 것입니다.
다른 사람 사이의 계약 무효를 확인하는 소송을 제기하려면, 그 계약 때문에 자신의 법적 지위에 심각한 불안이나 위험이 발생하고, 그 계약의 유효성 확인이 자신의 불안을 해소할 가장 유효하고 적절한 수단이 되어야 합니다. 단순히 이웃이라는 이유만으로는 타인 간의 계약에 개입하기 어렵습니다. 자신의 권리나 법적 지위가 다툼이 있거나 불안정한 상황일 때 법원의 확인을 구하는 소송(확인의 소)을 제기할 수 있지만, 이때 법률상 '확인의 이익'이 있어야 합니다. 이는 소송을 통해 얻는 판결이 원고의 법적 불안을 효과적으로 제거할 수 있어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이행을 청구할 수 있는 다른 소송 방법이 있다면 확인의 이익이 없다고 판단될 수 있습니다. 인접한 토지 소유자라고 해서 모든 경우에 공공시설물(구거, 농수로 등)의 관리나 사용 허가에 대해 직접적인 법적 권리나 의견 개진권이 있다고 단정하기 어렵습니다. 해당 시설의 용도, 소유권, 그리고 자신의 토지에 미치는 실제적인 영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합니다. 특히, 본인의 토지가 고지대에 있어 피해 가능성이 없거나 영농 활동과 관련이 없다면 법적 이익을 인정받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