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채권/채무
주식회사 A는 주식회사 E에 빌려준 5억 원의 채무에 대해 주식회사 D가 연대보증을 서자 주식회사 D의 채권자가 되었습니다. 주식회사 D는 채무초과 상태에서 주식회사 B에 2억 5천 4백 4십만 원을 변제하고 주식회사 C에 기계를 매각했습니다. 이에 주식회사 A는 주식회사 D의 행위가 자신을 해치는 사해행위라며 변제 행위와 매매 계약의 취소 및 원상회복을 청구했으나 법원은 원고의 모든 청구를 기각했습니다.
원고 주식회사 A는 주식회사 E에 5억 원을 대여했고, 주식회사 D가 이 채무에 대해 연대보증을 섰습니다. 이후 주식회사 D는 채무초과 상태에서 피고 주식회사 B에 2021년 4월 3일 1억 6천 4백 4십만 원, 같은 해 4월 5일 9천만 원을 합하여 총 2억 5천 4백 4십만 원을 변제했습니다. 또한 2021년 4월 7일과 4월 9일 피고 주식회사 C와 이 사건 기계에 대한 매매계약을 체결했습니다. 주식회사 A는 주식회사 D가 자신에 대한 연대보증채무를 불이행할 목적으로 위 변제 행위와 기계 매각 행위를 한 것이라며, 이는 채권자 공동담보를 감소시키는 '사해행위'에 해당하므로 해당 행위를 취소하고 원상회복을 요구하는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채무자가 채무초과 상태에서 특정 채권자에게 채무를 변제하거나 재산을 처분한 행위가 다른 채권자의 채권을 해치는 '사해행위'에 해당하는지, 그리고 이 경우 채무자와 변제를 받은 채권자 사이에 다른 채권자를 해할 의도인 '사해의사'가 있었는지 여부 및 그 입증 책임이 누구에게 있는지에 대한 판단이 핵심 쟁점입니다.
법원은 원고 주식회사 A가 피고 주식회사 B에게 2억 5천 4백 4십만 원과 이에 대한 이자 지급을 요구한 청구, 그리고 피고 주식회사 C에게 특정 기계를 인도하라고 요구한 청구 등 피고들에 대한 모든 청구를 기각했습니다. 소송 비용은 원고가 부담하도록 했습니다.
이 사건에서 법원은 채무 초과 상태에 있는 회사가 특정 채권자에게 채무를 변제했더라도, 그것만으로는 사해행위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즉, 변제 행위가 사해행위로 인정되려면 채무자가 특히 일부 채권자와 통모하여 다른 채권자를 해할 의도를 가졌다는 점이 명확히 입증되어야 하는데, 원고는 이러한 '사해의사'를 증명하지 못했기에 원고의 사해행위 취소 청구는 모두 기각되었습니다.
이 사건과 관련된 주요 법리는 민법 제406조 (채권자취소권)입니다. 이 조항은 채무자가 채권자를 해함을 알고 재산권을 목적으로 한 법률행위를 한 때에는 채권자가 그 취소 및 원상회복을 법원에 청구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 경우, 그 행위로 이익을 받은 자나 전득한 자가 그 행위 당시 채권자를 해함을 알지 못하는 경우에는 취소할 수 없습니다. 핵심은 채무자의 '사해의사', 즉 채권자를 해칠 의도가 있었는지 여부입니다. 대법원 판례는 채무자가 채무초과 상태에서 특정 채권자에게 채무를 변제한 경우, 이는 채무의 본지에 따른 이행으로서 원칙적으로 사해행위가 아니라고 봅니다. 다만, '채무자가 특히 일부의 채권자와 통모하여 다른 채권자를 해할 의사를 가지고 변제를 한 경우'에 한하여 사해행위로 인정될 수 있다고 판시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사해의사'는 사해행위를 주장하는 채권자가 입증해야 하며, 수익자의 채무자에 대한 채권 존재 여부, 변제액, 채무자와 수익자의 관계, 채무자의 변제능력 및 수익자의 인지, 변제 전후의 행위, 당시의 사정 등 제반 사정을 종합적으로 참작하여 판단됩니다. 이 사건에서는 원고가 이러한 채무자의 '사해의사'를 입증하는 데 실패했기 때문에 청구가 기각되었습니다.
채무자가 빚이 많은 상황에서 특정 채권자에게 채무를 갚거나 재산을 처분하는 경우, 다른 채권자들이 이러한 행위가 자신들의 채권을 해치는 '사해행위'라고 주장하며 소송을 제기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단순히 채무자가 채무초과 상태에서 채무의 본지에 따라 특정 채무를 변제하는 행위는 원칙적으로 사해행위로 보지 않습니다. 사해행위가 인정되려면 채무자와 변제를 받은 사람(수익자)이 다른 채권자들을 해칠 의도로 '통모'했다는 사정이 구체적으로 입증되어야 합니다. 이러한 '사해의사'의 존재 여부는 채무자와 수익자의 관계, 채무자의 변제 능력, 수익자의 인지 여부, 변제 전후의 상황 등 여러 요소를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됩니다. 사해행위를 주장하는 채권자는 이러한 '사해의사'를 명확하게 증명해야 할 책임이 있습니다. 따라서 유사한 상황에 처했을 때는 재산 처분이나 채무 변제가 정당한 법률 행위였음을 증명할 수 있는 객관적인 자료, 즉 채권의 존재 유무, 계약 내용, 변제 목적 및 경위 등을 철저히 준비하고 보관하는 것이 중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