압류/처분/집행
피고인 A는 자신이 운영하는 주식회사 H의 대표이사로서 피해자 G이 운영하는 'C'과 소화장치 물품공급계약을 체결한 후 물품대금을 지급하지 못하여 사기 혐의로 기소되었습니다. 첫 번째 혐의는 3,920만 원의 잔금 변제기일을 연장받는 과정에서 회사의 재정 상태를 속여 재산상 이익을 취득했다는 것이고 두 번째 혐의는 J 공장 소화장치 등 물품대금 1,229만 5천 원을 지급할 의사나 능력이 없음에도 피해자를 속여 물품을 공급받았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법원은 피고인이 피해자를 기망했다고 인정할 증거가 부족하며 사기죄의 편취 고의를 단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하여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피고인 A가 대표이사로 있는 주식회사 H는 피해자 G이 운영하는 'C'과 소화장치 물품 공급계약을 장기간 이어왔습니다. 그러나 주식회사 H는 2021년부터 매출이 감소하고 경영상 어려움을 겪으면서 거래처에 대금 지급이 늦어지거나 소위 '돌려막기'를 하는 상황에 처했습니다. 이에 피해자 G은 피고인 A가 회사의 어려운 사정을 숨긴 채 2022년 10월 7일 물품대금 3,920만 원의 변제기를 7일 연장받고, 또 다른 계약에서는 2022년 9월 27일 물품 공급 후 잔금 1,229만 5천 원을 지급하지 않은 것이 사기에 해당한다고 주장하며 법원에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이 사건의 핵심 쟁점은 피고인이 회사의 심각한 재정난을 알리지 않고 물품대금 변제기를 연장받거나, 물품을 공급받은 행위가 형법상 사기죄의 구성요건인 '기망'과 '편취의 고의'에 해당하는지 여부였습니다. 특히 변제기 유예의 경우, 단순히 기다려달라는 요청 외에 구체적인 기망 행위가 있었는지, 그리고 물품 공급 계약의 경우, 계약 당시 피고인에게 대금을 지급할 의사나 능력이 없었다고 단정할 수 있는지 여부가 중요한 판단 기준이었습니다.
법원은 피고인 A에게 무죄를 선고하고, 배상신청인 G의 배상신청을 각하했습니다.
공소사실 가.항 (변제기 유예): 법원은 피해자 G이 이미 피고인 회사(H)의 재정적 어려움을 인지하고 있었으며, 피고인의 '기다려달라'는 요청은 구체적인 기망 행위가 아닌 단순한 부탁에 불과했다고 보았습니다. 피해자가 과거 거래 신뢰를 바탕으로 불과 7일의 변제기를 유예해 준 것이므로, 피고인의 기망 행위나 그로 인해 변제기를 유예받았다고 인정하기에 증거가 부족하다고 판단했습니다.
공소사실 나.항 (물품대금 사기): 사기죄는 차용 또는 계약 당시 변제 의사나 능력 여부를 기준으로 판단해야 합니다. 법원은 피고인 회사가 장기간 피해자와 성실히 거래해 왔고, 과거 연체된 채무를 모두 변제했으며, 이 사건 계약 당시 선금 50%인 12,295,000원을 먼저 지급한 점, 남은 잔금 12,295,000원이 피고인의 사업 규모 등에 비추어 소액인 점 등을 종합했습니다. 또한 비록 회사가 2021년부터 매출 감소로 어려움을 겪고 있었으나, 계약 체결 당시 잔금을 지급할 의사나 능력이 없었다고 단정하기에는 증거가 부족하며, 사업 경영자가 도산 가능성을 인식했더라도 이를 피할 수 있다는 상당한 믿음과 성실한 노력이 있었다면 편취의 고의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는 대법원 판례를 인용하여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형사소송법 제325조 (무죄 판결): 이 조항은 피고인의 행위가 범죄를 구성하지 않거나, 범죄 사실이 증명되지 않았을 때 법원이 무죄를 선고해야 한다는 원칙을 담고 있습니다. 본 판결에서 법원은 피고인의 사기 혐의에 대한 증거가 부족하다고 판단하여 이 조항에 따라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사기죄의 '기망' 및 '편취의 고의' (형법 제347조): 사기죄가 성립하려면 타인을 속이는 행위(기망)와 그로 인해 재산상 이익을 편취하려는 의도(편취의 고의)가 있어야 합니다. 특히 기업 경영자의 경우 사업이 경영 부진 상태에 있어 도산에 이를 가능성이 있더라도, 그러한 상황을 피할 수 있다고 믿고 성실히 계약 이행을 위한 노력을 할 의사가 있었다면 '편취의 고의'가 있었다고 단정하기는 어렵습니다(대법원 2001도202 판결). 이 사건에서 법원은 피고인이 단순히 '기다려달라'고 요청한 것을 구체적인 기망 행위로 보지 않았고, 과거 성실한 거래 이력, 선금 지급 등의 상황을 고려하여 잔금 미지급 당시 편취의 고의가 있었다고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 제32조 제1항 (배상명령 신청 각하): 이 법률은 형사사건의 피해자가 가해자에게 배상을 청구하는 절차를 간소화한 것입니다. 하지만 배상명령은 유죄 판결을 전제로 하므로, 피고인에게 무죄가 선고된 이 사건에서는 피해자 G의 배상명령 신청이 각하되었습니다. 피해자는 민사 소송을 통해 별도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회사와의 거래에서 대금 지급이 반복적으로 지연되는 경우, 과거에 해결된 사례가 있더라도 상대방의 현재 재정 상태를 면밀히 확인하고 추가적인 신뢰를 제공할 때는 신중해야 합니다. 단순히 '기다려달라'는 요청만으로는 사기죄의 '기망' 행위로 인정되기 어려울 수 있으므로, 재정적 어려움을 숨기고 적극적으로 허위 사실을 이야기하며 이득을 취했는지 여부가 중요합니다. 사업 경영상 어려움으로 인해 대금 지급이 늦어지더라도, 계약 당시부터 대금을 갚을 의사나 능력이 전혀 없었다고 보기 어렵다면 단순히 채무불이행으로 판단될 수 있습니다. 특히 과거 거래 내역이 좋고, 계약 당시 선금을 지급하는 등 채무 이행을 위한 노력이 있었다면 사기죄 성립을 부정하는 중요한 요소가 될 수 있습니다. 피해를 입었다고 판단될 경우, 민사 소송을 통해 채무 불이행에 대한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방안도 고려할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