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증권
건설 공사대금 채권을 가진 회사가 채무자인 다른 회사를 상대로, 채무자가 유일한 재산인 부동산을 신탁회사에 넘긴 신탁계약이 채권자를 해치는 ‘사해신탁’에 해당한다며 취소를 청구한 사건입니다. 법원은 채무자가 자금난 속에서 신규 자금을 융통하여 사업을 지속하고 기존 채무를 변제하려 한 신탁계약은 채무자의 책임재산을 실질적으로 감소시키지 않았다고 보아 사해신탁이 아니라고 판단하고 원고의 청구를 기각했습니다.
원고 A 주식회사는 이 사건 회사로부터 다세대주택 신축 공사대금 3억 1,000만 원(기한이익 상실 시 3억 6,000만 원 및 연 12%의 지연손해금)을 받을 채권자였습니다. 이 사건 회사는 2019년 11월 15일 공사대금 분할금 지급을 지체하여 기한의 이익을 상실했습니다. 그에 앞서 이 사건 회사는 2018년 6월 22일, 유일한 재산인 부동산에 관해 피고 B 주식회사와 신탁계약을 맺고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쳤습니다. 이 신탁계약 당시 이 사건 회사는 원고에 대한 채무 외에 H조합에 대한 채권최고액 17억 2,900만 원 상당의 근저당 채무도 있었습니다. 원고는 이 사건 회사가 유일한 재산을 신탁한 행위가 원고를 해하는 사해행위에 해당한다고 주장하며 신탁계약 취소 및 소유권이전등기 말소를 청구했습니다.
원고 A 주식회사의 청구를 기각한다. 소송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법원은 채권자 취소권 행사의 제척기간과 관련하여, 원고가 채무자의 사해의사를 알았다고 볼 증거가 없어 제척기간이 도과하지 않았다고 판단했습니다. 그러나 채무자인 이 사건 회사가 유일한 재산인 부동산을 신탁하고 새로운 자금 19억 원을 빌려 기존 채무를 변제하고 사업을 지속하려 한 행위는 채무 변제력을 확보하려는 불가피한 행위였고, 신규 자금 사용 내역과 신탁의 공시성 등을 고려할 때 채무자 책임재산의 실질적 감소가 없다고 보아 사해신탁으로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따라서 원고의 신탁계약 취소 청구를 기각했습니다.
민법 제406조 제2항 (채권자취소권의 행사기간): 채권자취소의 소는 채권자가 취소원인을 안 날부터 1년, 법률행위가 있은 날부터 5년 내에 제기해야 합니다. 여기서 '취소원인을 안 날'은 단순히 채무자가 재산을 처분한 사실을 아는 것을 넘어, 채무자가 채권자를 해할 의사(사해의사)를 가지고 사해행위를 했다는 구체적인 사실을 알게 된 날을 의미합니다. 신탁법 제8조 제1항 (사해신탁의 취소): 채무자가 채권자를 해함을 알면서 신탁을 한 경우, 채권자는 수탁자나 수익자를 상대로 신탁취소의 소를 제기할 수 있습니다. 사해행위/사해신탁 판단 기준: 대법원은 자금난에 처한 채무자가 사업 유지를 위해 자금을 융통하고 특정 채권자에게 담보를 제공하거나 신탁을 체결하는 것이 채무 변제의 최선이라고 판단한 경우,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사해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봅니다. 신탁계약 당시의 채권채무관계, 신탁의 경위와 목적, 경제적 의미, 신탁을 통해 제공받은 자금의 용처 등 여러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합목적적으로 판단해야 합니다. 이 사건에서는 채무자가 신규 자금 19억 원을 빌려 H조합에 대한 채무 1,347,855,771원을 변제하고 원고에게 공사대금 등 2억 7,000만 원을 지급하는 등 사업 유지를 위해 사용되었으며, 이로 인해 책임재산이 실질적으로 감소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되어 사해신탁으로 인정되지 않았습니다.
채무자가 재산 처분 행위를 했다는 사실만으로는 사해행위 취소 소송의 제척기간이 시작되지 않습니다. 채무자가 채권자를 해칠 의도로 재산을 처분했다는 구체적인 사실(사해의사)을 알게 된 때로부터 1년 안에 소송을 제기해야 합니다. 단순히 등기가 변경된 사실을 안 것만으로는 사해의사를 알았다고 보기 어렵습니다. 채무자가 자금난으로 사업을 계속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신규 자금을 융통하여 사업을 추진하거나 기존 채무를 변제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판단하여 담보를 제공하거나 신탁을 체결한 경우, 이는 사해행위로 보지 않을 수 있습니다. 신탁 계약을 통해 신규 자금을 조달한 경우, 그 자금이 어떻게 사용되었는지(기존 채무 변제, 사업 유지 등)가 중요합니다. 자금 사용이 채무자의 재산 상태를 실질적으로 감소시키지 않고 오히려 채무 변제력을 유지하려는 목적으로 사용되었다면 사해행위로 인정되지 않을 가능성이 큽니다. 신탁재산은 신탁원부에 모든 사항이 공시되므로, 채권자도 신탁재산의 운용 상태를 확인하고 감시할 수 있는 점도 고려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