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 응급실에서 놓친 대동맥박리 진단으로 식물인간 상태에 이른 환자의 손해배상 사건

고혈압 병력이 있는 60대 여성 D씨는 2014년 9월 11일 갑작스러운 극심한 가슴 통증으로 B 병원 응급실에 내원했습니다. 의료진은 D씨의 증상을 급성 위염으로 추정 진단하고 퇴원시켰습니다. 그러나 D씨는 귀가 후 의식을 잃고 다른 병원(F병원)으로 옮겨져 상행대동맥박리로 진단받고 긴급 수술을 받았습니다. 진단 지연으로 D씨는 저산소성 뇌 손상을 입어 현재 식물인간 상태입니다. 이에 D씨는 B 병원을 상대로 의료 과실에 따른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으며, 법원은 B 병원 의료진이 대동맥박리 가능성을 제대로 감별하지 못하고 추가 검사를 시행하지 않은 과실을 인정하여, B 병원이 D씨에게 198,200,338원 및 지연이자를 지급하라고 판결했습니다. 다만, 대동맥박리 수술의 합병증 발생률 등을 고려해 피고의 책임은 50%로 제한되었습니다.

관련 당사자

• 원고 (A): 고혈압 병력이 있는 60대 여성 환자로, 갑작스러운 가슴 통증으로 B 병원 응급실에 내원했다가 대동맥박리 진단이 지연되어 심각한 뇌 손상을 입고 현재 식물인간 상태에 이른 피해자입니다.
• 피고 (학교법인 B): C 병원을 개설하여 운영하는 법인으로, 원고를 진료한 의료진의 사용자로서 의료 과실에 대한 책임이 있는 병원 측입니다.

분쟁 상황

고혈압을 앓던 60대 여성 D씨는 2014년 9월 11일 새벽 갑작스러운 극심한 가슴 통증과 식은땀, 구토 증상을 호소하며 피고 병원 응급실에 내원했습니다. 응급의학과 전공의는 혈액검사, 심전도, 흉부 엑스레이 검사를 실시했으나 정상 범주 내의 수치와 심비대 소견만을 확인하고, D씨의 증상을 급성 위염으로 추정 진단했습니다. 소화제와 진통제를 투약했으나 통증은 지속되었고, D씨는 통증이 다소 완화된 후 퇴원했습니다. 그러나 귀가 후 통증이 다시 심해지고 의식이 저하되어 다른 병원(F병원) 응급실로 옮겨졌습니다. F병원 의료진은 심장초음파 및 CT 검사를 통해 D씨가 상행대동맥박리(스탠포드 A형) 상태임을 진단하고 긴급 수술을 진행했습니다. 하지만 진단 및 수술 지연으로 D씨는 저산소성 뇌 손상을 입어 현재 식물인간 상태에 이르게 되었습니다. 이에 D씨(원고 A)는 피고 병원의 의료진이 대동맥박리 진단에 필요한 추가 검사를 소홀히 하여 손해가 발생했다며 피고 병원 법인을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핵심 쟁점

B 병원 의료진이 고혈압 병력이 있는 환자의 가슴 통증에 대한 진료 과정에서 대동맥박리 진단에 필요한 주의의무를 다했는지 여부, 의료진의 과실과 환자의 현재 식물인간 상태 사이에 인과관계가 존재하는지 여부, 그리고 인정될 경우 손해배상의 범위와 책임 제한의 정도가 이 사건의 주요 쟁점이었습니다.

법원의 판단

법원은 피고 학교법인 B가 원고에게 198,200,338원 및 이에 대한 2014년 9월 11일부터 2019년 5월 22일까지는 연 5%의,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연 15%의 각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라고 판결했습니다. 이는 재산상 손해액 178,200,338원(총 손해액의 50% 책임 제한 적용)과 위자료 20,000,000원을 합한 금액입니다. 원고의 나머지 청구는 기각되었으며, 소송비용 중 2/5는 원고가, 나머지는 피고가 부담하도록 했습니다.

결론

법원은 피고 병원 의료진이 고혈압 병력이 있고 심한 가슴 통증을 호소하며 심비대가 확인된 환자에게 대동맥박리 가능성을 의심하고 추가 정밀 검사(심장초음파, CT)를 시행하거나 권유할 주의의무가 있었음에도 이를 소홀히 하여 오진하고 퇴원시킨 과실을 인정했습니다. 이러한 과실로 인해 대동맥박리 진단 및 치료가 지연되어 원고가 심각한 뇌 손상에 이르게 되었으므로, 피고는 그 사용자로서 원고에게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다만, 대동맥박리 수술의 합병증 발생률 및 환자의 기존 질환 등을 고려하여 피고의 책임을 50%로 제한했습니다.

연관 법령 및 법리

이 사건은 의료진의 주의의무 위반으로 인한 손해배상 책임을 다루고 있으며, 다음 법리들이 적용되었습니다.

• 의료진의 주의의무: 의사는 사람의 생명, 신체, 건강을 관리하는 업무의 특성상 환자의 구체적인 증상이나 상황에 따라 위험을 방지하기 위하여 요구되는 최선의 조치를 취할 주의의무를 가집니다(대법원 1998. 7. 24. 선고 98다12270 판결 등 참조). 이 주의의무는 의료행위 당시 임상의학 분야에서 실천되고 있는 의료 수준을 기준으로 합니다.
• 진단상의 주의의무: 진단은 질병 여부를 감별하고 치료법을 선택하는 중요한 의료행위이므로, 의료진은 전문직업인으로서 요구되는 의료 윤리와 의학지식, 경험에 기초하여 신중히 환자를 진찰하고 정확히 진단함으로써 위험 발생을 예견하고 회피하는 데 필요한 최선의 주의의무를 다해야 합니다(대법원 2002. 8. 23. 선고 2000다41776 판결 등 참조).
• 추가 검사 설명 및 권유 의무: 의사는 환자를 진료하는 과정에서 질환이 의심되는 증세가 있는지를 자세히 살피어 그러한 증세를 발견한 경우에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 질환의 발생 여부 정도 등을 밝히기 위한 조치나 검사를 받도록 환자에게 설명, 권유할 주의의무를 집니다(대법원 2003. 12. 26. 선고 2003다13208, 13215 판결 등 참조).
• 이 사건에서의 법리 적용: 법원은 원고가 고혈압 병력이 있고 심한 가슴 통증을 호소했으며 흉부 엑스레이에서 심비대가 확인되는 등 대동맥박리의 가능성을 의심할 수 있는 여러 증상과 인자가 존재했음에도 피고 병원 의료진이 추가적인 정밀 검사(심장초음파, CT)를 시행하거나 권유하지 않은 채 단순 급성 위염으로 진단하고 퇴원시킨 것은 이러한 주의의무를 위반한 의료 과실이라고 판단했습니다. 이러한 과실이 원고의 대동맥박리 진단 및 치료 지연으로 이어져 현재의 식물인간 상태에 이르게 한 상당한 인과관계가 인정된다고 보았습니다.
• 사용자 책임: 피고 학교법인 B는 C 병원을 운영하는 법인으로서, 그 소속 의료진의 과실로 인해 원고가 입은 손해에 대해 민법 제756조(사용자의 배상책임)에 따른 사용자 책임을 부담합니다.
• 손해배상액의 제한: 대법원 판례에 따라, 의료 과실로 인한 손해배상액 산정 시 피해자의 기왕증이나 질환의 특성 등 여러 사정을 고려하여 의료기관의 책임을 제한할 수 있습니다. 이 사건에서는 상행대동맥박리 수술 후 합병증 발생률이 높은 점, 원고의 나이 및 기존 질환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피고의 책임을 전체 손해액의 50%로 제한했습니다.
• 국민건강보험공단의 대위취득: 피해자가 제3자의 불법행위로 인해 건강보험 급여를 받은 경우, 국민건강보험공단은 그 급여액의 한도에서 피해자의 손해배상채권을 대위취득합니다. 이로 인해 피해자의 제3자에 대한 손해배상청구권은 그 범위에서 감축될 수 있습니다. 본 사안에서는 기왕치료비의 경우 건강보험공단이 대위취득한 보험급여액이 병원의 책임제한 후 배상액을 초과하여 원고가 직접 병원에 청구할 수 있는 기왕치료비는 없다고 판단되었습니다.

참고 사항

유사한 문제 상황에 처했을 때 다음 사항들을 참고할 수 있습니다.

• 응급상황 시 증상 구체적 설명: 가슴 통증 등 응급 증상 발생 시, 통증의 양상(찢어지는 듯한, 둔한), 부위, 이동 여부, 동반 증상(식은땀, 구토, 의식 변화)을 의료진에게 최대한 자세히 설명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 고혈압 등 기저 질환 병력 고지: 고혈압과 같은 만성 질환이나 심장 질환의 가족력 등은 특정 질병의 위험을 높일 수 있으므로 응급실 방문 시 반드시 의료진에게 알려야 합니다.
• 진단 결과 및 추가 검사 필요성 확인: 응급실에서 단순 진단 후 귀가 조치될 경우, 현재 진단된 질병 외에 다른 심각한 질병의 가능성은 없는지, 추가적인 정밀 검사(예: 심장초음파, CT)가 필요한지 의료진에게 적극적으로 질문하고 설명을 요구하는 것이 좋습니다. 특히 증상이 호전되지 않거나 악화될 경우 재차 검사를 요청해야 합니다.
• 의무기록 확인: 퇴원 시 또는 추후 의료 분쟁 발생 가능성이 있다면 본인의 진료 기록, 검사 결과, 의사 소견 등을 정확히 확인하고 보관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 초기 증상이 경미하더라도 주의: 급성 대동맥박리 등 중증 질환은 초기 증상이 모호하거나 다른 질환으로 오인될 수 있으므로, 의료진은 물론 환자 본인도 초기 증상을 경미하게 여기지 않고 신중하게 대처해야 합니다.
• 증상 악화 시 즉시 다른 병원 방문 고려: 만약 한 병원에서 진료 후에도 증상이 호전되지 않거나 악화될 경우, 주저하지 말고 다른 의료기관을 방문하여 재진료를 받는 것을 고려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