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약금
원고는 벽지 및 장판 도·소매업체 'D'의 사업자 등록 명의자이며, 피고들은 'E'이라는 상호로 벽지 및 장판 도·소매업을 공동 운영하는 부부 사업자입니다. D은 E에 2013년 7월부터 2018년 4월까지 물품을 공급하였으나 물품대금 1억 3,906만 2,010원을 받지 못하자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원고는 물품대금 외에 E의 자산을 양도한 대금도 청구했으나 법원은 물품대금만 인정했습니다.
원고 A는 'D'라는 상호로 벽지 및 장판류 도·소매업을 운영하고 있었으며, A의 삼촌 F가 실질적인 운영자였습니다. 피고 B와 C 부부는 'E'이라는 상호로 인천 지역에서 벽지 및 장판류 도·소매업을 공동으로 운영했습니다. E는 F의 권유로 초기에는 G이 운영하다가, 2013년 2월경 피고들이 합류하면서 G은 운영에서 물러났고 피고 C가 E의 사업자 등록을 새로 했습니다. G이 E 운영에서 물러날 무렵, 원고 A와 G 사이에 E의 자산(임대차보증금 반환채권 및 미수금 채권 등)을 양도·양수하는 내용의 약정이 있었습니다. 이후 D은 E에 2013년 7월부터 2018년 4월까지 물품을 공급했지만 물품대금 잔액이 발생했고, 원고는 이 미지급 물품대금과 함께 과거 E의 자산을 피고들에게 양도한 대금까지 청구하며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피고들은 물품대금 계약의 당사자가 원고가 아닌 F라고 주장하며 대금 지급 의무를 부인했습니다.
원고가 피고들에게 'E'의 자산을 구두로 양도하였는지 여부. 피고들이 'E'이라는 상호를 계속 사용함으로써 G이 원고에게 부담하는 채무를 상법상 상호속용 양수인으로서 책임져야 하는지 여부. 피고들과의 물품 공급 계약 당사자가 원고(사업자 등록 명의자)인지 아니면 F(실질적 운영자)인지 여부. 미지급 물품대금의 정확한 액수 및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의 적용 이율.
법원은 원고가 피고들에게 E의 자산을 구두로 양도하였다는 주장을 인정할 증거가 부족하다고 판단했습니다. 또한, 상법상 상호속용 양수인의 책임에 대해서도 G이 원고에게 채무를 부담한다고 보기 어렵다며 원고의 양도대금 청구를 모두 기각했습니다.
하지만, 물품대금 청구에 대해서는 원고가 D의 사업자등록 명의자이고, 원고 명의로 계약서 작성, 지급 최고, 거래내역서 기재 등이 이루어진 점을 종합하여 피고들과 D 사이의 물품거래 계약 당사자를 원고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단했습니다.
따라서 법원은 피고들이 연대하여 원고에게 미지급 물품대금 139,062,010원과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2018년 7월 24일부터 2019년 5월 31일까지는 연 15%, 그 다음 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연 12%)을 지급하라고 판결했습니다. 원고의 나머지 청구는 기각되었습니다.
이번 판결을 통해 법원은 사업자 등록 명의와 실제 운영자가 다를 때 거래 계약의 당사자를 판단하는 기준을 명확히 제시했습니다. 특히, 계약서 작성, 채무 이행 최고, 거래내역서 등 객관적인 자료를 바탕으로 사업자 등록 명의자가 계약 당사자로 인정될 수 있음을 보여주었습니다. 또한, 영업 양도 시 상호속용 양수인의 책임이 발생하는 요건에 대해 엄격하게 판단하여, 단순한 상호 사용만으로는 전 운영자의 채무까지 승계되는 것이 아님을 확인시켜주었습니다. 미지급 물품대금에 대한 지연손해율은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 개정에 따라 기간별로 다르게 적용되었습니다.
상법 제42조 제1항 (상호를 속용하는 양수인의 책임): 이 조항은 영업을 양수한 사람이 양도인의 상호를 계속 사용하는 경우, 그 영업으로 인해 발생한 양도인의 채무에 대해 양수인도 책임질 수 있다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 책임이 인정되려면, 양수인이 상호를 속용하는 것 외에도 양도인에게 실제로 채무가 존재해야 합니다. 이번 판결에서는 원고가 제시한 '동산 및 채권 양도 양수 계약서'에 원고의 서명이나 날인이 없어 문서의 진정 성립이 어렵다고 보았고, 설령 계약이 있었다 하더라도 그 내용상 G이 원고에게 채무를 부담하는 것으로 해석되지 않았습니다. 따라서 피고들에게 상법 제42조 제1항에 따른 책임이 없다고 판단되었습니다. 이는 영업을 양수받을 때 전 사업자의 상호를 사용한다고 해서 무조건 전 사업자의 모든 채무를 떠안게 되는 것은 아니며, 채무의 존재 여부와 양수도 계약의 내용이 중요하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 제3조 제1항 (법정이율): 이 법 조항은 소송 과정에서 금전 채무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계산할 때 적용되는 이율을 정하고 있습니다. 이율은 법령 개정에 따라 변동될 수 있습니다. 이번 사건에서는 소장 부본 송달 다음 날인 2018년 7월 24일부터 2019년 5월 31일까지는 연 15%가 적용되었고, 이후 2019년 6월 1일부터는 법 개정에 따라 연 12%의 이율이 적용되었습니다. 이는 소송이 진행되는 도중에 법정 이율이 변경될 경우, 변경된 시점을 기준으로 다른 이율이 적용될 수 있음을 알려줍니다. 따라서 소송 중이거나 지연손해금을 청구할 때는 해당 시점의 정확한 법정 이율을 확인해야 합니다.
계약 당사자의 확정 원칙: 계약이 누구와 누구 사이에 체결되었는지 판단하는 것은 매우 중요합니다. 법원은 단순히 사업자 등록 명의만 보는 것이 아니라, 실제 계약 체결 과정, 계약서 작성 주체, 대금 청구 방식, 거래 기록 등 여러 객관적인 사실과 정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실질적인 계약 당사자를 판단합니다. 이번 사건에서는 D의 사업자등록 명의가 원고 A로 되어 있었고, 원고 명의로 계약서 작성, 물품대금 지급 최고, 거래내역서 기재 등이 이루어진 점들이 중요한 판단 근거가 되어 원고 A가 피고들과의 물품거래 계약 당사자라고 인정되었습니다. 이는 사업자 등록 명의와 실제 운영자가 다를 경우에도 객관적인 거래 기록이 누구를 계약 당사자로 지칭하는지에 따라 법적 책임 소재가 달라질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