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쓰레기 소각장 입지 결정 취소 판결

서울시가 마포구에 광역자원회수시설(쓰레기 소각장)을 짓기 위해 발표한 입지 결정 처분이 법원의 취소 판결을 받았습니다. 입지선정위원회 구성과 전문 연구기관 선정 과정에서 법적 절차를 지키지 않은 절차적 하자가 인정되었기 때문입니다.

관련 당사자

• 원고들: 서울시 광역자원회수시설 입지 결정에 반대하는 마포구 등 서울시 주민들
• 피고: 서울특별시장 (광역자원회수시설 입지를 결정하고 고시한 행정기관)

분쟁 상황

서울시는 2019년 5월 30일 광역자원회수시설 입지선정계획을 공고했지만 후보지 신청이 없었습니다. 이후 2020년 4월 20일 입지선정위원회 구성·운영계획을 수립하고, 2020년 12월 15일 입지선정위원회를 구성했습니다. 위원회는 입지 후보지 타당성 조사 전문 연구기관으로 L 컨소시엄을 선정하고 조사를 진행했습니다. 조사 결과에 따라 2022년 8월 25일 마포구 N 등 2개 필지를 최적 입지 후보지로 선정하고, 2023년 8월 24일 최종 입지선정 의결을 거쳐 2023년 8월 31일 해당 부지를 광역자원회수시설 입지로 결정 고시했습니다. 이에 반발한 지역 주민들은 이 입지 결정 처분이 위법하다며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핵심 쟁점

이 사건의 주요 쟁점은 다음과 같습니다.

1. 입지선정위원회가 법적 요건에 맞게 구성되었는가? 특히 법령 개정 시점에 어느 법령을 적용해야 하는지가 문제되었습니다.
2. 입지 타당성 조사를 위한 전문 연구기관이 적법한 절차를 통해 선정되었는가?
3. 입지 타당성 조사 결과 공개 및 주민 의견 수렴 절차가 충분히 이루어졌는가?
4. 초기 공고된 폐기물처리시설 규모(500톤/일)를 초과하여 1,000톤/일 규모로 입지를 선정한 것이 적법한가?
5. 전략환경영향평가가 하나의 후보지에 대해서만 진행된 것이 적법한가?

법원의 판단

법원은 서울특별시장에게 2023년 8월 31일 서울특별시 고시 E로 한 광역자원회수시설 입지 결정 처분을 취소하라고 판결했습니다.

원고들이 주장한 '입지 결정 처분 무효' 주위적 청구는 기각되었으나, '입지 결정 처분 취소' 예비적 청구는 인용되었습니다. 소송 비용은 피고인 서울특별시장이 부담하도록 했습니다.

결론

법원은 이 사건 입지 결정 과정에서 다음과 같은 절차적 하자가 있다고 보아 처분을 취소했습니다.

1. 입지선정위원회 구성의 위법성: 2020년 12월 10일 개정된 '폐기물처리시설 설치촉진 및 주변지역 지원 등에 관한 법률 시행령'이 시행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위원회가 2020년 12월 15일에 구성되면서 개정 전 법령에 따라 위원 수를 10명으로 하고 공무원 1명, 주민대표 3명을 포함하는 등 개정된 법령의 요건(11명 이상 21명 이내, 공무원 최소 2명, 주변 주민대표 최소 3명)을 충족하지 못했습니다.
2. 전문 연구기관 선정 절차의 위법성: 폐기물시설촉진법 시행령은 입지선정위원회가 '전문 연구기관 선정'을 직접 심의·의결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입지선정위원회는 공개경쟁입찰 방식으로 선정하기로만 의결했을 뿐, 실제 전문 연구기관인 '주식회사 L 컨소시엄'을 직접 선정하지 않았습니다. 서울시가 입찰 유찰 후 입지선정위원회의 별도 의결 없이 임의로 수의계약을 체결한 것은 법령의 취지에 반하는 것으로 판단되었습니다.

다만, 법원은 위와 같은 절차적 하자들이 중대하기는 하지만 객관적으로 명백하다고 보기는 어려워 '무효' 사유가 아닌 '취소' 사유에 해당한다고 판단했습니다.

원고들이 주장한 다른 위법 사유들, 즉 타당성 조사 결과 공람 및 주민 의견 수렴 절차 미비, 입지선정계획을 초과한 시설 규모 결정, 전략환경영향평가 해태, 전문 연구기관 자격 미달 및 보고서 위법 주장 등은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연관 법령 및 법리

이번 판결에서 중요하게 다루어진 법률과 법리적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 폐기물처리시설 설치촉진 및 주변지역 지원 등에 관한 법률(폐기물시설촉진법)​

  • 제9조 제3항 (입지선정위원회 설치)​: 폐기물처리시설 설치기관은 입지선정계획을 공고한 후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주민대표가 참여하는 입지선정위원회를 설치하여 입지를 선정하도록 해야 합니다.
  • 제9조 제4항 (전문 연구기관의 타당성 조사)​: 입지선정위원회는 입지를 선정할 때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전문 연구기관 중 위원회가 선정한 기관으로 하여금 타당성을 조사하여 그 결과를 고려해야 합니다.
  • 제9조 제6항 (타당성 조사 결과 공개)​: 입지선정위원회는 타당성 조사의 과정과 그 결과를 해당 지역 주민에게 공개해야 합니다.
  • 제9조 제8항 (중요 사항 변경 시 동의)​: 폐기물처리시설 설치기관이 선정된 입지의 부지면적 등 중요한 사항을 변경하려면 입지선정위원회의 동의를 받아야 합니다.

• 폐기물처리시설 설치촉진 및 주변지역 지원 등에 관한 법률 시행령

  • 제7조 및 별표1 (입지선정위원회 구성)​: 위원회 위원의 수, 공무원 수, 주민대표 수 등 구성 요건을 명시하고 있습니다. 특히 개정 전후의 규정이 달라 이번 사건에서 중요한 쟁점이 되었습니다. 개정 시행령(2020. 12. 10. 시행)은 위원 수를 11명 이상 21명 이내로, 공무원 최소 2명, 주변 주민대표 최소 3명을 요구합니다.
  • 부칙 제2조 (경과조치)​: '이 영 시행 당시 설치된 입지선정위원회의 구성에 관하여는 개정규정에도 불구하고 종전의 규정에 따른다'는 규정으로, 위원회가 '설치된 시점'에 대한 해석이 쟁점이었습니다.
  • 제8조 (전문 연구기관의 종류)​: 환경영향평가법에 따른 환경영향평가업자나 엔지니어링산업 진흥법에 따른 엔지니어링사업자를 전문 연구기관으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 제11조 제1항 제3호 (위원회 심의·의결 사항)​: '입지 후보지 타당성 조사를 위한 전문 연구기관의 선정'은 입지선정위원회의 심의·의결 사항임을 명시하고 있습니다.

• 환경영향평가법

  • 제9조 제1항 제15호 (전략환경영향평가 대상)​: 폐기물처리시설 설치에 관한 계획 수립 시 전략환경영향평가를 실시해야 합니다.
  • 제53조 (환경영향평가업자 등록)​: 환경영향평가업자로 등록한 자의 자격 요건에 대해 규정합니다.

• 엔지니어링산업 진흥법

  • 제21조 (엔지니어링사업자 신고)​: 엔지니어링사업자로 신고한 자의 자격 요건에 대해 규정합니다.

• 행정처분 하자의 정도 (취소사유 vs 무효사유)​: 행정처분의 하자가 중대하고 명백할 때는 당연 무효가 되지만, 하자가 중대하더라도 객관적으로 명백하지 않을 때는 취소 사유에 해당하며, 법원의 취소 판결이 있어야 효력을 상실합니다. 이번 판결에서는 위원회 구성 및 전문 연구기관 선정 하자가 '취소사유'로 인정되었습니다.

참고 사항

유사한 문제 상황에 처했을 때 다음 내용을 참고할 수 있습니다.

• 행정처분 절차의 적법성 확인: 공공시설 입지 선정과 같이 주민 생활에 큰 영향을 미치는 행정처분은 법률이 정한 절차를 엄격히 따라야 합니다. 위원회 구성, 전문기관 선정 등 주요 절차적 요건이 제대로 지켜졌는지 확인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절차적 하자는 행정처분 취소의 중요한 사유가 될 수 있습니다.
• 법령 개정 시 경과조치 유의: 법령이 개정될 경우, 기존에 진행 중이던 절차에 어떤 법령(구 법령 또는 개정 법령)이 적용되는지에 대한 경과조치를 면밀히 살펴보아야 합니다. 위원회 구성 시점과 법령 시행 시점의 관계가 중요 판단 기준이 됩니다.
• 위원회 권한의 실질적 행사 여부: 입지선정위원회와 같이 법령에 따라 특정 사항을 심의·의결하도록 되어 있는 기관은 그 권한을 실질적으로 행사해야 합니다. 설치 기관이 위원회 의결 없이 임의로 절차를 진행하거나, 위원회 의결을 받은 사항을 설치 기관이 자의적으로 변경하는 것은 법령의 취지에 어긋날 수 있습니다. 특히 전문 연구기관 선정과 같은 핵심적인 결정은 위원회가 직접 수행해야 합니다.
• 정보 공개 및 주민 의견 수렴의 범위: 법령이 요구하는 타당성 조사 결과 공개 및 주민 의견 수렴 절차는 충실히 이행되어야 합니다. 공개된 정보의 내용이 불충분하다고 느껴지면 적극적으로 이의를 제기하고 추가 정보 공개를 요청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다만, 법령이 모든 후보지의 세부 정보까지 공개하도록 명시하지 않는 경우, 일부 정보가 공개되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처분 전체가 위법하다고 보기는 어려울 수 있습니다.
• 시설 규모 변경에 대한 절차 확인: 최초 입지선정계획에 명시된 시설 규모와 실제 선정된 시설의 규모가 다를 경우, 이에 대한 입지선정위원회의 충분한 논의와 의결 절차가 있었는지 확인해야 합니다. 다만, 초기 계획이 추후 변경될 수 있음을 명시한 포괄적인 계획이라면, 변경 자체가 반드시 위법하다고 볼 수는 없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