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지원 연구 사업비 횡령으로 법인이 받은 환수 처분은 정당하다는 판결

비영리법인 대표가 정부 지원 연구개발사업비를 횡령하여 유죄 판결을 받은 후, 해당 법인에게 내려진 정부출연금 환수처분에 대해 법인이 불복하여 취소를 구했으나 법원은 이를 기각한 사건입니다.

관련 당사자

• 원고 사단법인 A: 전시사업 및 학술 연구 발표, 해외교류 사업 등을 목적으로 하는 비영리사단법인으로, 정부 지원 연구개발사업의 참여기관이었습니다.
• 피고 산업통상자원부장관: 산업기술개발사업의 기획, 평가, 관리 등의 업무를 총괄하며, 문제가 된 정부출연금의 환수처분을 내린 주체입니다.
• E: 사단법인 A의 전 대표자로, C 사업과 D 사업의 사업비를 횡령하여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사기)으로 유죄 판결을 받았습니다.
• 한국산업기술평가관리원, 한국디자인진흥원: 산업통상자원부로부터 산업기술개발사업 업무를 위탁받거나 직접 수행하는 기관으로, C 및 D 사업의 전담 및 주관기관이었습니다.

분쟁 상황

사단법인 A의 전 대표 E가 정부 지원 연구개발사업인 'C 사업'에서 허위 인건비 청구, 용역 대가 가장, 사업비 유용, 그리고 'D 사업'에서 허위 용역 계약, 용역 대가 가장, 사업비 유용 등의 수법으로 사업비를 횡령하여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사기)으로 유죄 판결을 받았습니다. 이에 피고인 산업통상자원부장관은 법인 A에 대해 연구개발비 명목으로 지급된 총 9억 4천1백6십8만 원(C 사업 511,480,000원, D 사업 430,200,000원)의 정부출연금 환수 처분을 내렸습니다. 법인 A는 이 환수 처분에 불복하여,

1. 전 대표 E의 협약 체결이 대표권 남용에 해당하므로 협약 자체가 무효이며, 따라서 환수 처분 또한 근거가 없다는 주장
2. 전 대표 E에게 이미 제재부가금이 부과되었으므로 법인에 대한 환수 처분은 중복적인 배상이며, 이는 행정청의 성실의무 및 권한남용금지의 원칙을 위반한 것이라는 주장
3. 정부 기관의 관리 소홀, 법인이 얻은 이익 부재, 공익사업 중단 우려 등을 고려할 때 환수 처분이 재량권을 일탈·남용했다는 주장을 내세워 처분 취소를 구했습니다.

핵심 쟁점

1. 사단법인 A의 전 대표 E의 대표권 남용으로 인한 협약 무효 주장: 전 대표 E이 사적 이득을 취할 목적으로 협약을 체결했으며, 정부 기관이 이를 알았거나 알 수 있었으므로 협약은 무효이며 환수처분의 근거가 없다는 주장
2. 행정기본법 제11조 위반 주장: 전 대표 E에게 이미 제재부가금이 부과되었으므로 법인에 대한 환수처분은 중첩적인 배상에 해당하여 행정청의 성실의무 및 권한남용방지의무를 위반했다는 주장
3. 재량권 일탈 및 남용 주장: 정부 기관의 부실한 사업 관리, 법인이 얻은 이익이 없는 점, 환수금 지급 시 공익사업 중단 우려 등을 고려할 때 환수처분이 비례의 원칙에 어긋나 재량권을 남용했다는 주장

법원의 판단

법원은 원고인 사단법인 A의 청구를 기각하며, 피고인 산업통상자원부장관의 환수처분이 적법하다고 판단하였습니다. 이에 따라 소송 비용은 원고가 부담하도록 판결했습니다.

결론

법원은 원고의 주장을 다음과 같은 이유로 모두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1. 협약 무효 주장에 대하여: 대표이사가 회사의 이익과 무관하게 자기 또는 제3자의 이익을 위해 권한을 남용한 경우라도 상대방이 그 진의를 알았거나 알 수 있었을 때에만 무효가 됩니다. 이 사건 협약은 공법상 계약으로서 민법의 대표권남용 법리가 유추 적용될 수 있지만, 사업 계획서 내용, 사업 성과 보고서 제출 시점, 정부 기관의 평가가 협약 체결 이후에 이루어진 점 등을 종합할 때 한국산업기술평가관리원이나 한국디자인진흥원이 협약 체결 당시 E의 대표권 남용 사실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따라서 이 사건 각 협약은 유효하다고 보았습니다.

2. 행정기본법 제11조 위반 주장에 대하여: 정부출연금 환수처분은 잘못 사용된 사업비의 반환을 구하는 부당이득반환 또는 원상회복 성격의 조치입니다. 반면 전 대표 E에게 부과된 제재부가금은 사업비를 유용하거나 횡령한 자에게 유용 금액의 5배 이내에서 부과되는 징벌적 성격의 처분입니다. 이 둘은 그 목적과 성격이 다르므로, 제재부가금이 부과되었다고 해서 환수처분이 중첩적인 배상에 해당하거나 행정청의 성실의무, 권한남용금지의 원칙을 위반한 것이라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3. 재량권 일탈 및 남용 주장에 대하여: 정부출연금은 국가 경쟁력 제고를 위한 한정된 예산으로, 효율적이고 투명하게 집행되어야 하므로 환수처분의 공익상 필요가 매우 크다고 보았습니다. 또한 비록 E의 범죄 행위였더라도 E이 원고의 대표자 지위에 있었으므로 원고 또한 그 행위에 대한 책임이 있다고 인정했습니다. 정부 기관의 평가 미흡이 원고의 책임을 부정할 수 없으며, 환수처분으로 달성하고자 하는 공익이 원고가 입는 재산상 손실을 정당화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판단했습니다.

구 산업기술혁신사업 공통운영요령에 따르면 사업비 부정 사용액이 해당 연도 사업비의 30%를 초과하는 경우 해당 연도 출연금 전액 이내에서 환수할 수 있도록 규정되어 있습니다. 이 사건 C 사업은 총사업비 6억 9천만 원 중 5억 1천1백4십8만 원(약 74.1%), D 사업은 총사업비 6억 원 중 4억 3천2십만 원(약 71.7%)의 사업비가 용도 외로 사용되어 규정된 환수 기준에 부합하며, 이 기준이 헌법이나 법률에 어긋나거나 현저히 부당하다고 볼 합리적인 이유가 없다고 보아 재량권 남용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습니다.

연관 법령 및 법리

1. 구 산업기술혁신 촉진법 제11조의2 (정부출연금의 환수): 이 조항은 정부가 지원한 출연금이 연구개발비의 연구 용도 외의 용도로 사용되거나 부당하게 사용된 경우, 해당 출연금을 환수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는 잘못 사용된 정부 자금을 회수하여 원래의 목적에 맞게 사용하도록 하고, 부정 사용을 방지하는 역할을 합니다.

2. 구 산업기술혁신 촉진법 제11조의3 (제재부가금): 연구개발비를 연구 용도 외로 사용한 행위가 있을 때, 해당 기관, 단체, 기업, 연구책임자 등에게 그 사용 금액의 5배 이내에서 제재부가금을 부과·징수할 수 있도록 합니다. 이는 연구비 유용 및 횡령에 대한 징벌적 성격을 가지며, 부정 행위의 재발을 막고 공정한 연구 환경을 조성하기 위한 강력한 제재 조치입니다.

3. 행정기본법 제11조 (성실의무 및 권한남용 금지): 행정청은 법령 등에 따른 의무를 성실히 수행해야 하며(성실의무), 행정권한을 남용하거나 그 권한의 범위를 넘어서는 안 됩니다(권한남용 금지). 이 원칙은 행정청이 재량권을 행사할 때 따라야 할 기본적인 준칙으로, 국민의 권익을 보호하고 행정의 공정성을 확보하기 위함입니다. 그러나 이 사건에서는 환수처분과 제재부가금이 목적과 성격이 다르므로 행정청이 권한을 남용했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되었습니다.

4. 대표권 남용 법리 (민법 유추적용): 법인의 대표자가 자신의 권한 범위 내에서 한 행위라도, 만약 그 행위가 법인의 영리 목적과 무관하게 자기 또는 제3자의 이익을 도모할 목적으로 이루어졌고, 상대방이 이러한 대표자의 진의를 알았거나 알 수 있었을 때에는 해당 행위가 법인에 대하여 무효가 될 수 있다는 법리입니다. 이는 민법상 원칙이지만, 특별한 규정이 없는 공법상 계약의 효력을 판단할 때에도 유추 적용될 수 있습니다.

참고 사항

1. 기관의 대표자가 연구개발비를 개인적으로 유용하거나 횡령하는 행위는 심각한 범죄로 이어질 수 있으며, 이는 기관 전체에 대한 정부 지원금 환수처분과 같은 재정적 불이익으로 돌아올 수 있습니다.
2. 비영리법인이라 할지라도 대표자의 부정한 행위에 대해 법인 스스로 관리 감독 책임을 다하지 못한 경우 공동의 책임을 피하기 어렵습니다. 내부 통제 시스템을 강화하고 대표자의 업무 집행에 대한 투명한 감시가 중요합니다.
3. 정부 지원 사업에 참여하는 기관은 사업비 집행 규정을 철저히 준수해야 합니다. 용도 외 사용이 발생할 경우, 해당 금액뿐만 아니라 추가적인 제재부가금 부과 대상이 될 수 있음을 인지하고 주의해야 합니다.
4. 정부 기관의 사업 관리나 평가가 미흡했더라도, 이는 부정 사용에 대한 기관의 책임을 면제하는 사유가 되기 어렵습니다.
5. 대표자의 개인적인 부정 행위로 인한 제재부가금과 기관에 대한 정부출연금 환수 처분은 그 목적과 성격이 다르므로, 중복 처벌이라고 보기 어렵습니다. 둘 다 발생할 수 있음을 염두에 두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