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평가사의 표준지공시지가 오류로 인한 견책처분 유지 판결

감정평가사 A는 국토교통부장관으로부터 2021년 표준지공시지가 조사·평가 업무를 위임받아 수행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A는 특정 토지의 위치와 이용 상황을 잘못 판단하여 인접 토지를 조사 대상지로 오인하고, 실제 대지임에도 불구하고 전으로 잘못 평가했습니다. 이에 국토교통부장관은 A가 구 감정평가 및 감정평가사에 관한 법률 제25조 제1항의 신의성실의무를 위반했다고 보아 2021년 10월 1일 A에게 견책처분을 내렸습니다. A는 이 처분에 불복하여 징계 사유가 없으며, 설령 징계 사유가 있더라도 비례 원칙, 평등 원칙 등에 위반되어 재량권을 일탈·남용했다고 주장하며 견책처분 취소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법원은 A의 청구를 기각하고 견책처분이 적법하다고 판단했습니다.

관련 당사자

• 원고 A: 주식회사 B 부산경남지사에 소속된 감정평가사로, 표준지공시지가 조사·평가 업무를 수행하다 오류를 범해 견책처분을 받았습니다.
• 피고 국토교통부장관: 감정평가 업무를 위임하고, 평가 오류를 발견하여 감정평가사 A에게 견책처분을 내린 기관입니다.
• 한국부동산원, E협회: 감정평가 업무에 필요한 전산 자료(KAIS, G 앱 등)를 제공했으나 일부 오류가 있었습니다.
• I: 이 사건 토지를 취득하고 건물 건축허가를 받은 주식회사입니다.

분쟁 상황

감정평가사 A는 국토교통부장관으로부터 805필지에 대한 표준지공시지가 조사·평가 업무를 위임받아 수행했습니다. 이 중 경남 하동군의 특정 토지에 대해 현장 조사 및 평가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한국부동산원이 제공하는 전산 프로그램(KAIS)의 초안 자료와 E협회 앱(G 앱)의 오류로 인해 실제 조사 대상 토지의 위치를 오인했습니다. 이에 따라 지상에 단독주택 건물이 있는 '대지'인 토지를 인접한 '전'(밭)으로 잘못 파악하여 부적절하게 평가했습니다. 이러한 오류는 2021년 표준지공시지가 결정·공시 이후 국토교통부의 점검 과정에서 발견되었고, 이는 감정평가사의 신의성실의무 위반으로 판단되어 A에게 견책처분이 내려졌습니다.

핵심 쟁점

이 사건의 주요 쟁점은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감정평가사가 표준지공시지가 조사·평가 업무를 수행하면서 토지의 위치와 이용 상황을 잘못 판단한 것이 구 감정평가법상 신의성실의무 위반에 해당하는지, 그리고 신의성실의무 위반을 인정하기 위해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이 필요한지 여부입니다. 둘째, 피고가 내린 견책처분이 비례 원칙, 평등 원칙, 자기구속의 원칙을 위반하여 재량권을 일탈·남용했는지 여부입니다. 셋째, 징계위원회의 의결 절차에 법적인 문제가 있었는지 여부입니다.

법원의 판단

법원은 원고 A의 주장을 모두 받아들이지 않고 청구를 기각하며 피고 국토교통부장관의 견책처분이 적법하다고 판단했습니다. 구체적인 판단 근거는 다음과 같습니다.

1. 신의성실의무 위반 여부: 법원은 구 감정평가법 제25조 제1항이 품위유지의무, 신의성실의무,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로 잘못된 평가를 하지 않을 의무를 병렬적으로 규정하고 있다고 해석했습니다. 따라서 신의성실의무 위반을 인정하기 위해 반드시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이 요구되는 것은 아니라고 보았습니다. 원고 A는 참고 자료(KAIS 초안 자료, G 앱)의 오류를 주장했으나, 법원은 A가 토지대장, 토지이용계획확인원, 건축물대장 등 공부(公簿) 자료를 좀 더 세심하게 확인했다면 충분히 오류를 인지하고 정확한 정보를 파악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판단했습니다. 특히 해당 자료에는 '참고용이며 정확한 정보는 공부를 통해 확인하라'는 문구가 항상 기재되어 있었으므로, 감정평가사로서의 전문성을 고려할 때 원고에게 신의성실의무 위반이 인정된다고 보았습니다.
2. 재량권 일탈·남용 여부: 법원은 표준지공시지가가 국민의 생활과 부동산 시장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수치이므로, 원고 A의 신의성실의무 위반 행위에 대해 징계 처분을 하는 것이 부동산 가격공시 업무의 신뢰성 확보와 재발 방지를 위해 적절한 수단이라고 보았습니다. 또한 징계처분 중 가장 가벼운 '견책' 처분이었고, 이전에 동일한 유형의 비위가 있었던 다른 감정평가사들에게도 같은 수위의 징계가 내려진 점을 고려할 때, 이 사건 처분이 비례 원칙, 평등 원칙, 자기구속 원칙에 위반된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3. 징계 절차상 위법성 여부: 징계위원회의 의결은 출석위원 과반수의 찬성으로 이루어지며, 신의성실의무 위반이 고의 또는 중과실을 요하지 않으므로, 원고 A의 절차적 위법성 주장은 이유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결론

법원은 감정평가사 A가 표준지공시지가 조사·평가 업무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신의성실의무를 위반했다고 인정하고, 국토교통부장관의 견책처분은 적법하며 재량권을 일탈·남용한 것으로 볼 수 없다고 판단하여 원고의 청구를 최종 기각했습니다.

연관 법령 및 법리

이 사건에서는 주로 다음 법령과 법리가 적용되었습니다.

1. 구 감정평가 및 감정평가사에 관한 법률(2021. 7. 20. 법률 제18309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25조 제1항: 이 조항은 감정평가법인 등이 감정평가 업무를 수행할 때 지켜야 할 의무를 규정합니다. 핵심 내용은 '품위를 유지하고, 신의와 성실로써 공정하게 감정평가를 해야 하며,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로 잘못된 평가를 하여서는 아니 된다'는 것입니다. 법원은 이 세 가지 의무를 병렬적으로 보고, 특히 '신의와 성실로써 공정하게 감정평가를 해야 한다'는 의무 위반을 인정하기 위해 반드시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이 필요하지는 않다고 해석했습니다. 이는 감정평가사가 참고 자료의 오류를 인지할 수 있었음에도 소홀히 하여 발생한 잘못된 평가도 신의성실의무 위반에 해당한다고 본 근거가 됩니다.

2. 구 감정평가 및 감정평가사에 관한 법률 시행령(2022. 1. 21. 대통령령 제32352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42조: 이 조항은 감정평가관리·징계위원회의 의결 절차를 규정하며, '재적위원 과반수의 출석으로 개의하고 출석위원 과반수의 찬성으로 의결한다'는 내용입니다. 이 사건에서 원고는 징계위원회 의결에 절차적 하자가 있다고 주장했으나, 법원은 위 조항에 따라 적법하게 의결이 이루어졌다고 판단했습니다.

3. 재량권 일탈·남용에 관한 법리 (비례 원칙, 평등 원칙, 자기구속의 원칙): 행정처분에 대한 취소 소송에서 법원은 처분청의 재량권 행사가 사회통념상 현저하게 타당성을 잃었는지(객관적으로 명백히 부당한지)를 판단합니다. 이 기준에는 처분의 원인이 된 사실의 내용과 성질, 처분 목적, 양정 기준 등 여러 요소가 종합적으로 고려됩니다. 이 사건에서는 표준지공시지가의 공익적 중요성, 원고의 주의 의무 소홀 정도, 가장 가벼운 징계인 견책이 내려진 점, 그리고 과거 유사 사례와의 형평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법원은 피고의 징계처분이 재량권을 일탈·남용했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참고 사항

이 사례는 감정평가와 같은 전문적인 업무를 수행할 때, 제공받은 참고 자료에만 의존해서는 안 되며, 반드시 공적 장부(토지대장, 건축물대장, 토지이용계획확인원 등)를 통해 꼼꼼하게 확인하고 교차 검증해야 함을 보여줍니다.

유사한 상황에 처한 분들은 다음 사항을 참고하실 수 있습니다.

1. 자료의 정확성 재확인 의무: 아무리 공식 기관에서 제공한 자료라도 '참고용'이라는 문구가 있다면, 추가적인 확인 과정을 반드시 거쳐야 합니다. 특히 토지 평가와 같이 중요한 공적 업무에서는 사소한 오류가 큰 문제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2. 전문성에 대한 기대 수준: 감정평가사는 해당 분야의 전문가로서 일반인보다 더 높은 수준의 주의 의무와 전문성이 요구됩니다. 복잡한 토지 분할 이력이나 지적도상의 불일치 등은 전문가라면 충분히 인지하고 해결할 수 있어야 한다고 법원은 판단했습니다.
3. 신의성실의무의 범위: 단순히 '고의'나 '중대한 과실'이 없었다고 주장하기보다는, 업무 수행 과정에서 성실하게 최선을 다했는지 여부가 중요하게 평가될 수 있습니다. 법원은 신의성실의무 위반은 결과적으로 잘못된 평가가 발생하지 않더라도 징계 사유가 될 수 있다고 보았습니다.
4. 징계 수위의 판단 기준: 징계처분은 비위 사실의 경중, 징계의 목적, 과거 유사 사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결정됩니다. 이 사례에서는 '견책'이 가장 가벼운 징계였고, 표준지공시지가의 중요성이 강조되어 처분의 정당성이 인정되었습니다.
5. 절차적 정당성 확인: 징계 절차에 하자가 있다고 주장하려면, 해당 주장이 법령에 명확하게 위반되는지를 입증해야 합니다. 이 사례에서는 징계위원회의 의결 정족수 등 형식적 요건이 충족되었다고 판단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