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징어 총 어획량 제한 조치에 불복한 어민들의 소송

근해자망어업을 하는 어업인들이 해양수산부장관의 2020년 7월 ~ 2021년 6월 오징어 총허용어획량 적용 고시와 이에 따른 지방자치단체의 오징어 허용어획량 할당처분 취소를 요구하며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원고들은 오징어 자원 감소의 원인이 자신들의 조업이 아니며 고시가 진정소급적용에 해당하고 신뢰보호원칙을 위반하며 재량권을 일탈·남용했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나 법원은 해당 고시가 항고소송의 대상이 되는 '처분'으로 볼 수 없고 고시의 대상 기간이 이미 종료되어 소송을 제기할 법률상 이익이 없다고 판단하여 원고들의 소를 모두 각하했습니다. 또한 법원은 가사 본안 판단에 나아가더라도 해당 고시가 소급입법금지원칙이나 신뢰보호원칙에 위배되지 않으며 재량권 일탈·남용의 위법도 없다고 덧붙였습니다.

관련 당사자

• 원고들: 경상남도, 전라남도, 제주특별자치도 관할 해역에서 근해자망어업 허가를 받아 오징어를 어획하는 어업인들
• 피고 해양수산부장관: 수산자원관리법에 따라 수산자원 회복 및 보존을 위해 총허용어획량(TAC)을 설정하고 관리하는 정부 부처의 장
• 피고 경상남도지사, 전라남도지사, 제주특별자치도지사: 해양수산부장관의 총허용어획량 고시에 따라 해당 지역 어업인들에게 오징어 허용어획량을 개별적으로 할당하는 지방자치단체의 장

분쟁 상황

오징어 자원이 지속적으로 감소하는 상황에서, 해양수산부는 수산자원관리법에 따라 오징어에 대한 총허용어획량(TAC) 제도를 기존 일부 업종에서 근해자망어업까지 확대 적용하기로 결정했습니다. 과거 주로 참조기를 어획하던 근해자망어업인들이 2019년부터 오징어 어획을 본격적으로 늘리기 시작하면서 2020년 6월경에는 다른 오징어 어업인들과 조업 분쟁이 발생했습니다. 이에 해양수산부장관은 오징어 자원 보호와 조업 질서 유지를 위해 2021년 1월 29일 '2020년 7월 ~ 2021년 6월 총허용어획량의 설정 및 관리에 관한 시행계획'을 개정 고시하여 근해자망어업에 대한 오징어 총허용어획량을 2,648톤으로 설정하고, 각 시·도지사는 이를 바탕으로 원고들을 포함한 어업인들에게 개별 허용어획량을 할당했습니다. 원고들은 이러한 조치가 소급적용에 해당하고, 자신들의 어업권 및 재산권을 침해하며, 다른 업종과의 형평성에 어긋난다고 주장하며 고시 및 할당 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핵심 쟁점

이 사건의 주요 쟁점은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해양수산부장관의 오징어 총허용어획량 적용 고시가 행정소송의 대상이 되는 '행정처분'에 해당하는지 여부입니다. 둘째, 고시의 효력 기간이 이미 종료된 상황에서 원고들에게 여전히 '법률상 이익'이 남아있어 소송을 계속할 수 있는지 여부입니다. 셋째, 해당 고시가 법률 시행 전의 사실관계에 소급하여 적용되는 '진정소급입법'에 해당하거나, 어업인들의 기존 신뢰를 침해하는 '신뢰보호원칙' 위반에 해당하는지 여부입니다. 마지막으로, 고시 및 이에 기초한 개별 어획량 할당 처분이 어업인들의 재산권·영업권을 과도하게 침해하여 행정청의 '재량권 일탈·남용'에 해당하는지 여부입니다.

법원의 판단

법원은 원고들의 소를 모두 각하하고 소송비용은 원고들이 부담하도록 판결했습니다.

결론

법원은 해양수산부장관이 고시한 총허용어획량(TAC) 시행계획 중 근해자망어업에 대한 오징어 총허용어획량 적용 부분은 그 자체로 어업인들의 구체적인 권리·의무에 직접적인 변동을 초래하는 '행정처분'이 아니라고 보았습니다. 개별 어업인에 대한 실제 허용 어획량은 고시 이후 시·도지사의 세부 계획 수립 및 할당 절차를 거쳐 확정되기 때문입니다. 또한 해당 고시의 적용 기간이 이미 2021년 6월 30일부로 종료되었으므로, 이를 취소하더라도 원고들의 법률상 이익이 회복될 여지가 없어 소송을 제기할 '법률상 이익'이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설령 본안 판단에 나아간다 하더라도, 고시가 진정소급입법에 해당하지 않고, 지속적인 오징어 자원 감소와 근해자망어업의 어획 강도 증가 등 공익적 필요성을 고려할 때 어업인들의 신뢰 이익이 보호가치 있는 신뢰로 보기 어렵고, 재량권을 일탈·남용했다고 볼 수도 없다고 보아 원고들의 주장을 모두 배척했습니다. 따라서 원고들의 청구는 모두 부적법하다고 결론 내렸습니다.

연관 법령 및 법리

이 사건 판결에는 다음과 같은 법령과 법리들이 적용되었습니다.

• 수산자원관리법 제36조 (총허용어획량의 설정 등)​: 해양수산부장관이 수산자원의 회복 및 보존을 위하여 대상 어종 및 해역을 정하여 연간 어획할 수 있는 총허용어획량(TAC)을 설정할 수 있음을 규정합니다. 이는 자원 고갈을 막고 지속 가능한 어업을 위한 핵심 제도적 근거가 됩니다.
• 수산자원관리법 제37조 (총허용어획량의 배분 및 할당)​: 해양수산부장관이 정한 총허용어획량을 기초로 시·도지사가 해당 지역의 어업인들에게 개별 허용어획량을 구체적으로 할당하는 절차를 명시합니다. 이 사건에서는 개별 할당 처분만이 직접적인 권리변동을 초래하는 처분으로 보았습니다.
• 행정소송법 제12조 (원고적격)​: 취소소송은 '처분 등의 취소를 구할 법률상 이익이 있는 자'가 제기할 수 있으며, 처분 효과가 기간 경과 등으로 소멸된 후에도 '그 취소로 인하여 회복되는 법률상 이익'이 있는 예외적인 경우에만 소의 이익을 인정합니다. 이 사건에서 고시의 기간 만료로 소의 이익이 없다고 판단된 근거가 되었습니다.
• 항고소송 대상으로서의 행정처분 개념: 행정청의 공법상 행위로서 특정 사항에 대하여 법률에 의하여 권리를 설정하고 의무의 부담을 명하거나 그 밖의 법률상 효과를 발생시키는 등 상대방의 권리·의무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행위를 의미합니다. 다른 집행행위의 매개 없이 그 자체로 구체적인 권리·의무나 법률관계에 직접적인 변동을 초래하는 것이 아닌 일반적, 추상적인 법령 등은 그 대상이 될 수 없습니다.
• 소급입법금지원칙: 새로운 입법을 이미 종료된 사실관계 또는 법률관계에 적용하는 '진정소급입법'은 개인의 신뢰보호와 법적 안정성을 위해 원칙적으로 허용되지 않습니다. 다만, 현재 진행 중인 사실관계에 적용하는 '부진정소급입법'은 원칙적으로 허용되지만, 공익상의 사유와 신뢰보호의 사유 사이의 교량 과정에서 그 범위에 제한이 가해질 수 있습니다.
• 신뢰보호원칙: 행정청이 개인에 대하여 신뢰의 대상이 되는 공적인 견해표명을 하였고, 그 신뢰에 귀책사유가 없는 개인이 견해표명을 신뢰하여 상응하는 행위를 하였으며, 행정청이 견해표명에 반하는 처분을 함으로써 이익이 침해되고, 이러한 행정처분이 공익 또는 제3자의 정당한 이익을 현저히 해할 우려가 없는 경우에 적용됩니다. 이 사건에서는 어업인들의 신뢰가 보호가치 있는 신뢰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 재량권의 한계 (재량권 일탈·남용 금지)​: 행정청이 법령에 따라 구체적인 행정계획을 입안·결정할 때 비교적 광범위한 형성의 자유를 가지지만, 행정계획에 관련되는 자들의 이익을 공익과 사익 사이에서, 그리고 공익 상호간과 사익 상호간에도 정당하게 비교·교량해야 합니다. 이러한 이익형량을 전혀 하지 않거나, 고려 대상 사항을 누락하거나, 형량이 정당성과 객관성을 결여한 경우 그 행정계획 결정은 위법하게 됩니다. 특히 수산자원과 같은 공유자원의 보전·관리는 공익적 필요성이 커서 행정청에 보다 넓은 재량권이 인정됩니다.

참고 사항

행정처분에 대한 소송을 제기할 때는 해당 조치가 국민의 권리·의무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처분'인지 신중히 판단해야 합니다. 일반적·추상적인 규정인 고시나 시행계획 등은 바로 소송 대상이 아닐 수 있습니다. 소송의 대상이 되는 행정처분의 효력 기간이 종료되면, 원칙적으로 취소를 구할 '법률상 이익'이 사라지므로 소송 자체가 각하될 수 있습니다. 다만 유사한 위법한 처분이 반복될 위험이 크거나 법률 문제 해명이 필요한 예외적인 경우에만 소의 이익이 인정될 수 있습니다. 행정기관의 정책 변경이 예상되거나 진행 중인 경우, 관련 공청회, 간담회, 행정예고 등에 적극 참여하여 의견을 제시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수산자원 관리와 같이 공익적 목적이 강한 행정 규제는 개인의 재산권 행사보다 폭넓은 제한이 허용될 수 있습니다. 과거 어획 실적 등 객관적인 자료는 총허용어획량 할당량 산정의 중요한 근거가 되므로, 관련 자료를 꾸준히 기록하고 관리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행정처분으로 인한 경제적 손실이 발생할 경우, 손실보상 등 다른 구제 방법을 검토할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