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상 선박 레미콘 업체의 직접생산 확인 취소처분 다툼 사건

해상에서 선박에 레미콘 생산시설을 설치하여 레미콘을 생산·판매하는 세 회사(P, D, A 주식회사)가 중소기업자간 경쟁제품 입찰에 낙찰된 후, 이미 발급받은 직접생산확인증명서가 피고(중소벤처기업부장관 위탁 기관)에 의해 직권 취소된 사건입니다. 피고는 해당 증명서 발급 조건인 '수요기관장과 지방중소벤처기업청장의 협의'가 없었다는 이유로 취소처분을 내렸습니다. 원고들은 해당 고시 조항이 법률 위임 범위를 벗어나 무효이거나 평등·비례의 원칙에 위배되며, 처분 자체가 재량권을 일탈·남용하여 위법하다고 주장하며 취소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법원은 고시 조항의 유효성은 인정하면서도, 처분이 원고들에게 미치는 막대한 손해에 비해 공익상 필요가 크지 않으므로 재량권 일탈·남용에 해당하여 위법하다고 판단, 피고의 취소처분을 모두 취소했습니다.

관련 당사자

• 원고들 (주식회사 P, D 주식회사, A 주식회사): 해상에서 선박 위에 레미콘 생산시설(Batch Plant, B/P)을 설치하여 레미콘을 생산하고 판매하는 회사들입니다.
• 피고 (주식회사 H): 중소기업제품 구매촉진 및 판로지원에 관한 법률에 따라 중소벤처기업부장관으로부터 직접생산확인증명서의 발급 및 취소 업무 등을 위탁받은 기관입니다.
• 강원도레미콘공업협동조합: 육상에 있는 공장에 B/P를 설치하여 레미콘을 생산·판매하는 업체들을 조합원으로 하는 경쟁 입찰의 2순위 낙찰대상자였습니다.
• 중소기업중앙회장: 이 사건 처분 당시 직접생산 확인 업무를 위탁받아 원고들에게 직접생산확인증명서를 발급하고 후에 취소처분을 내린 기관으로, 이후 피고에게 업무가 이관되었습니다.
• 강원지방조달청 및 동해지방해양수산청: 이 사건 공사 입찰을 공고하고 계약을 체결한 발주 및 수요기관입니다.

분쟁 상황

이 사건의 발단은 강원지방조달청이 2021년 1월 26일 공고한 '동해항 3단계 방파호안(2공구) 축조공사(5차) 관급자재(해상레미콘) 조달 계약' 입찰이었습니다. 원고들은 공동수급체를 결성하여 이 입찰에 참여해 낙찰되었고, 중소기업중앙회장(당시 직접생산 확인 업무 위탁 기관)으로부터 직접생산확인증명서를 발급받았습니다. 그러나 2순위 낙찰대상자였던 강원도레미콘공업협동조합(육상 레미콘 업체들의 조합)이 원고들의 증명서 재검토를 요청했습니다. 이에 중소기업중앙회장은 2021년 2월 25일, '중소기업자간 경쟁제품 직접생산 확인기준'의 특정 고시 조항(해상B/P 레미콘의 경우 수요기관장과 지방중소벤처기업청장의 협의가 필요하다는 조항)에 따른 협의가 없었다는 이유로 원고들의 직접생산확인증명을 직권으로 취소했습니다. 이후 원고들은 2021년 4월 21일 강원지방조달청과 계약을 체결하고 이 사건 공사현장에 이미 100%의 해상B/P 레미콘을 공급 완료한 상황이었기에, 피고(중소기업중앙회장으로부터 업무를 이관받은 기관)의 취소처분에 불복하여 이 소송을 제기하게 되었습니다.

핵심 쟁점

이 사건의 주요 쟁점은 세 가지였습니다.

1. 원고들의 직접생산확인증명 취소의 근거가 된 '중소기업자간 경쟁제품 직접생산 확인기준' 고시 조항(해상B/P 레미콘 납품 시 수요기관장과 지방중소벤처기업청장의 협의 요구)이 상위 법률인 '판로지원법'의 위임 범위를 벗어나 무효인지 여부.
2. 해당 고시 조항이 육상 레미콘 업체와 해상 레미콘 업체를 합리적인 이유 없이 차별하여 평등의 원칙과 비례의 원칙에 위배되어 무효인지 여부.
3. 피고가 원고들에게 내린 직접생산확인증명 취소처분이 재량권을 일탈하거나 남용한 것으로 위법한지 여부.

법원의 판단

법원은 피고가 2021년 2월 25일 원고 주식회사 P, D 주식회사, A 주식회사에 대하여 각각 내린 직접생산확인증명 취소처분을 모두 취소한다고 판결했습니다.

결론

법원은 원고들이 주장한 고시 조항의 위임 한계 일탈 및 평등·비례 원칙 위반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아 해당 고시 조항 자체는 유효하다고 보았습니다. 다만, 피고의 취소처분은 재량권 일탈·남용에 해당한다고 판단했습니다. 그 이유는 원고들이 직접생산확인증명서 발급 조건인 행정기관 간 협의 절차에 직접 관여하거나 그 존재 여부를 알 수 없었던 점, 또한 이미 이 사건 공사 현장에 계약 물량의 100%에 해당하는 해상B/P 레미콘을 공급 완료하여 원고들이 입게 될 사익 침해가 막대하고 수요기관에게도 손해가 초래될 우려가 크다는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처분 유지로 달성하려는 공익적 필요나 제3자의 이익 보호가 원고들이 입을 손해보다 크다고 보기 어렵다고 보았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법원은 원고들의 청구를 받아들여 피고의 취소처분을 모두 취소하는 판결을 내렸습니다.

연관 법령 및 법리

이 사건과 관련하여 인용되거나 적용된 주요 법령과 법리는 다음과 같습니다.

1. 중소기업제품 구매촉진 및 판로지원에 관한 법률 (판로지원법) 제9조 제2항: 중소벤처기업부장관은 중소기업자간 경쟁제품에 대해 직접생산 여부를 확인하기 위한 생산설비 기준 등 구체적인 확인 기준을 정하여 고시해야 합니다. 이 조항은 직접생산 확인제도의 법적 근거이자 본 사건 고시 조항의 위임 근거가 됩니다.
2. 판로지원법 제9조 제4항: 직접 생산하는 것으로 확인된 중소기업자에게는 유효기간이 명시된 직접생산확인증명서를 발급할 수 있다고 규정하여, 증명서 발급의 법적 근거를 제공합니다.
3. 판로지원법 시행령 제10조 제4항: 이 시행령은 직접생산 확인 기준을 정할 때 고려해야 할 사항으로 주요 설비 및 장비, 공장 면적, 인력, 자격, 필수 원자재 등 제품별 특성을 명시하고 있습니다. 법원은 이 조항을 근거로 레미콘의 특성과 같은 정책적 목표도 법률 위임 범위 내에 있다고 해석했습니다.
4. 중소기업자간 경쟁제품 직접생산 확인기준 (중소벤처기업부고시) [별표2] 연번 47. '콘크리트 및 모르타르 (1) <세부제품 : 레미콘>' 기타 ③항: 해상B/P 레미콘 납품 시 수요기관장과 지방중소벤처기업청장의 협의가 필요한 경우에 한하여 직접생산확인증명서 발급을 허용하는 조항입니다. 이 조항은 본 사건 취소처분의 직접적인 근거가 되었으나, 법원은 이 조항 자체가 위법하다고 판단하지 않았습니다.
5. 법규명령의 위임 한계 법리: 행정기관의 고시가 법령의 내용을 보충하는 법규명령으로서 효력을 가지려면 상위 법령의 위임 범위를 벗어나지 않아야 합니다. 위임 범위를 벗어난 고시는 대외적 구속력이 부정됩니다. 법원은 이 사건 고시 조항이 위임 범위를 일탈하지 않았다고 판단했습니다.
6. 평등의 원칙 및 비례의 원칙: 행정 작용은 합리적 이유 없이 차별해서는 안 되며, 행정 목적 달성을 위해 필요한 최소한의 수단만을 사용해야 한다는 헌법상 원칙입니다. 법원은 육상 레미콘과 해상 레미콘의 차이점을 고려할 때 고시 조항이 이 원칙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보았습니다.
7. 재량권 일탈·남용 금지의 원칙: 행정청이 국민에게 이익을 주는 '수익적 행정처분'을 취소하거나 철회할 때, 비록 취소 사유가 있더라도 중대한 공익상 필요나 제3자 이익 보호가 당사자의 불이익보다 커야만 정당합니다. 공익상 필요보다 당사자의 불이익이 막대하다면 해당 처분은 재량권의 한계를 일탈·남용한 것으로 위법하게 됩니다. 본 사건에서 법원은 피고의 처분이 이 원칙을 위반했다고 판단했습니다.

참고 사항

유사한 문제 상황에 처했을 때 다음 사항들을 참고할 수 있습니다.

1. 수익적 행정처분 취소 시 재량권 일탈/남용 판단 기준 숙지: 정부나 공공기관으로부터 받은 인허가, 증명서 등 자신에게 이익이 되는 행정처분이 취소될 때, 단순히 취소 사유가 있다는 것만으로 정당화되지 않습니다. 행정청은 취소를 통해 달성하려는 공익이 기존에 부여된 당사자의 이익 침해(불이익)보다 훨씬 커야 함을 증명해야 합니다. 특히, 당사자가 이미 상당한 투자를 하거나 계약을 이행한 경우에는 불이익이 매우 크게 평가될 수 있습니다.
2. 고시 등 하위 법규의 법률 위임 범위 확인: 특정 고시나 지침에 근거하여 처분이 내려졌다면, 해당 고시가 상위 법률의 위임 범위를 적절히 준수하고 있는지 검토할 필요가 있습니다. 법률의 입법 목적과 규정 체계, 다른 조항과의 관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위임 범위를 벗어났는지를 판단합니다.
3. 제품 특성 및 시장 환경의 정책적 고려: 레미콘처럼 시간 제약이 있는 제품이나 육상/해상 생산 방식처럼 환경적 특성이 다른 경우, 이러한 제품별 특성과 시장의 공정한 경쟁 환경 유지를 위한 정책적 고려가 행정 기준에 반영될 수 있습니다.
4. 행정기관 간 협의 절차에 대한 인식과 대응: 직접생산확인증명서 발급 조건에 행정기관 간의 사전 협의가 필요한 경우가 있을 수 있습니다. 비록 당사자가 이 절차에 직접 참여하기 어렵더라도, 해당 절차의 존재를 인지하고 필요한 경우 관련 기관에 협의 진행 여부를 문의하는 등 적극적인 자세를 취하는 것이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다만, 본 판례에서처럼 당사자가 알기 어려웠던 점이나 행정기관의 책임이 더 큰 경우는 법원에서 참작될 수 있습니다.
5. 피해 최소화를 위한 신속한 대응: 행정처분으로 인한 피해가 예상되거나 발생했을 경우, 행정심판이나 행정소송 등 구제 절차를 신속하게 진행하여 피해를 최소화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특히 이미 계약 이행이 진행 중인 경우라면, 취소 처분이 가져올 손해를 구체적으로 입증하는 것이 소송에서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