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행정
근신 처분을 받은 군인이 징계위원의 성명 공개를 청구했으나, 국방부장관이 비공개 결정을 내렸습니다. 이에 군인은 비공개 결정 취소 소송을 제기했고 법원은 징계위원 성명이 정보공개법상 비공개 대상 정보가 아니라고 판단하여 국방부장관의 비공개 결정을 취소하는 판결을 내렸습니다.
원고 A는 주한미군기지이전사업단 B팀에 근무하던 중 2020년 8월 18일 품위유지의무 위반을 이유로 근신 10일의 징계처분을 받았습니다. 이후 원고는 2021년 1월 8일 국방부장관에게 구 정보공개법에 따라 해당 징계처분에 관여한 징계위원들의 성명과 직위 정보를 공개해 달라고 요청했습니다. 피고 국방부장관은 2021년 1월 19일 징계위원들의 직위(대령 3명, 중령 1명)는 공개했으나, 성명에 대해서는 구 정보공개법 제9조 제1항 제5호(인사관리에 관한 사항이나 의사결정 과정 등)를 근거로 비공개 결정을 내렸습니다. 원고는 이 비공개 결정이 부당하다고 판단하여 법원에 그 취소를 구하는 소송을 제기하게 되었습니다.
피고 국방부장관이 징계위원의 성명 공개를 거부한 처분이 합당한지 여부가 쟁점입니다. 특히, 첫째, 원고가 다른 경로로 징계위원의 정보를 알게 되었더라도 정보 비공개 결정 취소를 구할 소송을 제기할 이익이 있는지 여부와 둘째, 징계위원의 성명이 구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이하 구 정보공개법) 제9조 제1항 제5호에서 정하는 ‘업무의 공정한 수행에 현저한 지장을 초래한다고 인정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는 정보’에 해당하는지 여부가 중요하게 다루어졌습니다.
재판부는 피고 국방부장관이 2021년 1월 19일 원고에게 내린 징계위원 성명 비공개 결정을 취소하며 소송비용은 피고가 부담하도록 판결했습니다.
법원은 국민의 정보공개청구권은 법률상 보호되는 구체적인 권리이므로, 원고가 다른 경로를 통해 정보를 알게 되었더라도 이는 정보공개법에 의한 공개로 볼 수 없어 소송을 제기할 이익이 여전히 존재한다고 보았습니다. 또한, 징계절차가 이미 종료되었고 공개되는 정보가 징계위원들의 구체적인 회의 내용이나 업무 수행을 특정할 수 있는 내용이 아니므로, 징계위원의 성명 공개가 과거 또는 장래의 징계 업무의 공정한 수행에 ‘현저한 지장을 초래할 고도의 개연성’이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따라서 피고의 비공개 결정은 위법하다고 결론 내리고 원고의 청구를 받아들여 징계위원 성명 비공개 결정을 취소했습니다.
이 사건에는 다음과 같은 법률과 법리가 적용되었습니다. 첫째, 구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2020. 12. 22. 법률 제17690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9조 제1항 제5호는 ‘공개될 경우 업무의 공정한 수행에 현저한 지장을 초래한다고 인정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는 정보는 비공개 대상 정보’라고 규정합니다. 법원은 이 조항의 해석에 있어 정보공개 제도의 목적과 비공개 대상 정보의 입법 취지를 고려하여, ‘공개될 경우 업무의 공정한 수행이 객관적으로 현저하게 지장을 받을 것이라는 고도의 개연성’이 존재하는 경우를 의미한다고 보았습니다. 또한, 비공개로 보호되는 업무수행의 공정성 등의 이익과 공개로 보호되는 국민의 알 권리 및 국정 참여, 투명성 확보 등의 이익을 비교·형량하여 구체적 사안에 따라 신중하게 판단해야 하며, 해당 정보의 내용뿐만 아니라 공개로 인해 장래 동종 업무의 공정한 수행에 현저한 지장을 초래할지 여부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판시했습니다. 둘째, 구 군인사법(2021. 4. 13. 법률 제18000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58조의2 제2항 본문은 징계위원회의 구성 요건을, 제58조의3 제2항은 심의대상자가 징계위원회 위원에게 심의·의결의 공정을 기대하기 어려운 사정이 있는 경우 기피신청을 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규정들에 비추어 볼 때, 징계 대상자가 징계위원의 직위, 계급 및 성명을 확인함으로써 징계위원회의 적법한 구성 여부 및 징계위원의 제척·기피 사유 등을 판단할 필요성이 인정됩니다. 셋째, 정보공개청구권과 소의 이익에 관한 법리입니다. 국민의 정보공개청구권은 법률상 보호되는 구체적인 권리이므로, 공공기관의 정보공개 거부처분에 대해 취소 소송을 제기할 법률상 이익이 있습니다. 설령 청구인이 다른 경로를 통해 해당 정보를 알게 되었다 하더라도, 이는 사실상의 접근 가능성에 불과하며 구체적인 권리로서의 정보공개청구권이 구제되는 것은 아니므로, 소송을 통한 법률상 이익은 소멸되지 않는다는 것이 대법원 판례의 입장입니다.
공공기관의 정보 비공개 결정에 불복하여 소송을 제기할 경우, 첫째, 정보 청구인이 해당 정보를 다른 경로(예: 관련 소송 과정 중 구두로 알게 된 경우)로 접했더라도 이는 구 정보공개법에 따른 정식 공개로 볼 수 없으므로, 비공개 결정의 취소를 구하는 법률상 이익은 소멸되지 않습니다. 둘째, 공공기관이 특정 정보를 비공개하려면 단순히 내부 규정이나 관행에 따를 것이 아니라, 정보가 공개될 경우 ‘업무의 공정한 수행에 객관적으로 현저한 지장을 초래할 고도의 개연성’이 존재함을 명확히 입증해야 합니다. 이러한 입증이 부족하면 비공개 결정은 위법한 것으로 판단될 수 있습니다. 셋째, 특히 징계위원회 구성원의 성명과 같이 징계 대상자가 징계위원회의 적법한 구성 여부나 제척·기피 사유 등을 판단하는 데 필요한 정보는 공개될 필요성이 크다고 인정될 수 있습니다. 넷째, 징계 절차가 이미 종료된 상황이라면 징계위원의 성명 공개가 과거 또는 미래의 징계 업무 공정성에 현저한 지장을 초래한다고 보기 어렵다는 점을 주장할 수 있습니다. 다섯째, 정보공개청구 시, 해당 정보가 필요한 구체적인 이유(예: 제척·기피권 행사, 징계 절차의 투명성 확보 등)를 명확히 제시하는 것이 청구의 정당성을 뒷받침하는 데 유리할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