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행정
러시아 국적의 한 아코디언 연주가가 중국 쇼핑사이트를 통해 임시마약류인 ‘러쉬’ 4병을 국내로 수입하여 마약류관리에관한법률을 위반한 혐의로 교육이수 조건부 기소유예 처분을 받았습니다. 이후 출입국·외국인청장은 이 연주가에게 출국 명령을 내렸고, 연주가는 이 명령이 부당하다며 취소 소송을 제기했으나, 법원은 마약류 범죄의 공익적 해악성과 출입국 당국의 재량권을 인정하여 출국 명령이 적법하다고 판단하고 원고의 청구를 기각했습니다.
러시아 국적의 아코디언 연주가인 원고는 2020년 8월 4일과 8월 5일, 두 차례에 걸쳐 중국 쇼핑사이트에서 임시마약류인 '러쉬(이소부틸 나이트라이트)' 총 4병을 국내로 들여왔습니다. 이 사건으로 원고는 마약류관리에관한법률 위반(향정) 혐의로 교육이수 조건부 기소유예 처분을 받았습니다. 이후 서울출입국·외국인청장은 2021년 1월 7일 원고에게 2021년 2월 6일까지 대한민국을 떠나라는 출국 명령을 내렸습니다. 원고는 이 출국 명령이 부당하다며 중앙행정심판위원회에 심판을 청구했으나 기각되었고, 이에 불복하여 출국명령처분 취소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원고는 자신이 관련 전과가 없고 범행이 경미하며, 한국에 입국한 2002년부터 문화 발전에 기여하고 꾸준히 봉사활동을 해왔으므로 출국 명령은 과도한 재량권 남용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재판에서는 크게 두 가지 쟁점이 다루어졌습니다. 첫째, 원고가 임시마약류를 수입한 사실이 출입국관리법상 출국 명령을 내릴 만한 합당한 사유가 되는지 여부입니다. 둘째, 원고가 국내에 오랫동안 체류하며 문화 발전에 기여하고 봉사활동도 하는 등 여러 유리한 사정에도 불구하고, 출국 명령을 내린 것이 재량권을 지나치게 행사한 것은 아닌지 여부입니다.
법원은 원고의 청구를 기각하며, 서울출입국·외국인청장이 원고에게 내린 출국 명령 처분이 적법하다고 판단했습니다. 이에 따라 소송에 들어간 비용은 원고가 부담하게 됩니다.
재판부는 마약류 관련 범죄가 대한민국 국민의 건강과 안전을 위협하고 사회의 선량한 풍속을 해치는 중대한 행위임을 강조했습니다. 원고가 비록 관련 전과가 없고 교육이수 조건부 기소유예 처분을 받았다 하더라도, 마약류 수입 행위는 출입국관리법이 정한 ‘대한민국의 이익이나 공공의 안전, 또는 사회 질서를 해치거나 선량한 풍속을 해칠 염려가 있는 사람’에 해당한다고 보았습니다. 또한, 기소유예 처분은 범죄 사실이 인정됨을 전제로 하는 것이므로 원고는 마약류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의 죄를 범한 자에 해당한다고 판단했습니다. 나아가, 출입국 당국은 외국인에 대한 출국 명령 여부에 관해 폭넓은 재량권을 가지며, 러쉬가 다른 마약류에 비해 해악성이 상대적으로 낮다고 하더라도 마약류 수입은 중대한 공익 침해 행위이므로 엄격히 관리해야 할 필요성이 크다고 보았습니다. 원고의 주장(호기심 혹은 만성 두통 완화 목적)도 피의자 신문 당시 진술과 병원 진료 기록 등을 근거로 사실과 다르다고 보았습니다. 유명 아코디언 연주가로서 사회적 영향력을 고려할 때 더욱 엄정하게 대처할 필요가 있으며, 강제퇴거 대상임에도 비교적 가벼운 출국 명령이 내려진 점과 추후 적법한 절차를 통해 재입국할 수 있다는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출국 명령이 재량권을 일탈·남용한 것으로 볼 수 없다고 결론 내렸습니다.
이 사건과 관련하여 주로 적용된 법령은 다음과 같습니다. 출입국관리법은 외국인의 입국 및 체류를 관리하여 국가의 이익과 안전을 도모하는 것을 목적으로 합니다.
출입국관리법 제11조 제1항 (외국인의 입국 금지): 이 조항은 대한민국의 이익이나 공공의 안전을 해치는 행동을 할 염려가 있는 외국인, 또는 사회 질서를 해치거나 선량한 풍속을 해치는 행동을 할 염려가 있는 외국인의 입국을 금지할 수 있도록 합니다. 법원은 원고가 임시마약류를 수입한 행위가 이러한 '대한민국의 이익이나 공공의 안전을 해치거나 사회 질서를 해칠 염려가 있는 사람'에 해당한다고 판단했습니다. 이는 마약류 관련 범죄가 국가의 공익과 사회 질서를 위협하는 중대한 행위로 간주됨을 보여줍니다.
출입국관리법 제46조 제1항 (강제퇴거 대상 외국인): 이 조항은 특정 사유에 해당하는 외국인을 강제로 퇴거시킬 수 있도록 규정합니다. 특히 제3호는 형사처벌을 받은 경우, 제14호는 마약류관리에 관한 법률을 위반한 경우를 명시합니다. 원고의 경우 마약류관리에관한법률 위반으로 기소유예 처분을 받은 사실이 있어 이 조항의 적용 가능성이 제기되었습니다. 피고는 원고를 강제퇴거 대상자로 보면서도 자진 출국 의사를 고려하여 '출국명령'이라는 비교적 가벼운 처분을 내렸습니다.
출입국관리법 제68조 제1항 (출국명령): 지방출입국·외국인관서의 장은 강제퇴거 대상 외국인에 해당하지만, 자비로 출국할 수 있다고 인정될 때 '출국명령'을 할 수 있습니다. 이 사건에서 피고는 원고를 강제퇴거 대상자로 보면서도 원고가 자진하여 출국할 의사를 밝힌 사정 등을 고려하여 출국명령을 한 것이며, 법원은 이러한 출입국 당국의 재량권 행사를 인정했습니다.
출입국관리법 시행규칙 제54조 (강제퇴거 대상자의 범위): 이 규칙은 출입국관리법에서 정한 강제퇴거 대상자의 구체적인 범위를 정하며, 특히 제3호는 마약류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의 죄를 범한 자를 명시합니다. 법원은 원고가 비록 기소유예 처분을 받았지만, 이는 범죄 사실에 대한 혐의가 인정됨을 전제로 하므로 이 조항에 해당한다고 판단했습니다.
재량권의 범위 및 일탈·남용 금지 원칙: 행정청은 법령이 정한 범위 내에서 재량권을 가집니다. 그러나 재량권을 행사할 때 그 목적에 위배되거나 비례의 원칙에 어긋나는 등 지나치게 가혹한 처분은 재량권의 일탈 또는 남용으로 위법하게 됩니다. 이 사건에서 원고는 출국명령이 재량권 남용이라고 주장했으나, 법원은 마약류 관련 범죄의 공익적 해악성, 출입국 행정의 엄격성 등을 고려할 때 출입국 당국의 재량권 행사가 적법하다고 보았습니다.
외국인의 국내 체류는 대한민국 주권에 따른 행정 작용의 영역이므로 법 위반 시 엄격한 기준이 적용될 수 있습니다. 마약류 관련 범죄는 그 종류나 소량 여부에 관계없이 공공의 안전과 건강에 심각한 위협으로 간주되어 매우 엄정하게 다뤄집니다. 임시마약류나 소량이라 할지라도 이를 수입, 소지, 사용하는 행위는 심각한 처벌을 초래할 수 있습니다. 기소유예 처분은 '범죄 사실에 대한 혐의가 인정됨'을 전제로 하므로, 출입국관리법상 '마약류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의 죄를 범한 자'에 해당하여 출국 명령이나 강제퇴거의 근거가 될 수 있습니다. 외국인의 국내 기여도나 오랜 체류 기간 등 유리한 정상이 있다 하더라도, 마약류 관련 범죄와 같은 중대한 공익 침해의 경우 출입국 당국의 재량권은 넓게 인정될 수 있습니다. 인터넷 등을 통해 해외 물품을 구매할 때는 해당 물품이 국내 법령에 의해 반입 금지되거나 규제되는 물품인지 반드시 확인해야 합니다. '호기심'이나 '정보 부족'은 법 위반의 변명이 되기 어렵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