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행정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토지와 미등기 건물의 소유주가 종로구청장이 자신의 부동산을 도시계획시설(공원) 사업 실시계획에 포함하여 수용하려 한 처분이 위법하다며 취소를 구한 사건입니다. 법원은 종로구청의 실시계획 인가처분이 국토계획법에서 정한 절차를 위반하고 공익과 사익을 비교했을 때 비례의 원칙을 지키지 못해 재량권을 남용했다고 판단하여 원고의 청구를 받아들였습니다.
원고 A는 일제강점기부터 도시계획시설(공원) 부지로 지정된 서울 종로구의 토지와 1957년 신축된 미등기 건물의 소유주였습니다. 이 부동산은 자연녹지지역, 제1종 지구단위계획구역, 공원으로 지정되어 있었으나, 오랜 기간 공원 조성이 이루어지지 않아 실질적으로 주거공간으로 활용되고 있었습니다. 2020년 장기미집행 도시공원 실효를 앞두고 서울시의 지침에 따라 종로구청장은 원고의 부동산을 포함한 도시계획시설(C근린공원)사업 실시계획 인가고시를 발표하며 토지를 수용하려 했습니다. 이에 원고는 자신의 재산권이 심각하게 침해된다며 실시계획 인가처분 취소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피고의 도시계획시설사업 실시계획 인가처분이 국토계획법에 따른 절차적 요건(자금계획, 공사설계도서, 관계기관 협의 서류 첨부 등)을 준수했는지, 그리고 해당 처분이 공익과 사익을 비교했을 때 비례의 원칙을 위반하여 재량권을 일탈·남용한 것인지가 주요 쟁점이었습니다.
법원은 피고 종로구청장이 2020년 6월 29일 고시한 도시계획시설(C근린공원)사업 실시계획 인가처분 중 원고 소유 부동산(별지 1 목록 중 연번 1 부분)에 대한 수용 또는 사용 부분을 모두 취소했습니다. 소송 비용은 피고가 부담하도록 했습니다.
법원은 피고의 실시계획 인가처분이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 제88조 제5항에서 정한 자금계획, 공사설계도서, 관계 행정기관 협의 서류 등의 첨부 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절차적 하자가 있으며, 또한 장기미집행 도시공원 일몰제와 맞물려 사유재산권 침해 정도가 중대한 상황에서 해당 부동산을 공원으로 조성함으로써 얻을 공익이 미미하여 공익과 사익 간의 불균형이 중대하므로 비례의 원칙을 위반했다고 판단했습니다. 이에 따라 인가처분이 위법하다고 보아 취소 판결을 내렸습니다.
이 판례는 주로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국토계획법)」과 행정법의 일반 원칙인 비례의 원칙을 적용하여 판단되었습니다.
1.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 제88조 제5항 (실시계획의 작성 및 인가): 이 조항은 도시·군계획시설사업의 시행자가 실시계획을 작성할 때 사업시행에 필요한 설계도서, 자금계획, 시행기간, 그 밖에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사항을 자세히 밝히거나 첨부해야 한다고 규정합니다. 구체적으로 시행령 제97조 제6항은 사업시행지의 위치도 및 계획평면도, 공사설계도서, 자금계획, 새로 설치하는 공공시설의 조서 및 도면, 관계 행정기관의 장과의 협의에 필요한 서류 등을 명시하고 있습니다. 판례에서는 피고 종로구청장이 자금계획을 밝히지 않고, 공사설계도서 및 관계 행정기관 협의에 필요한 서류를 첨부하지 않은 것이 이 법 조항을 위반한 절차적 위법이라고 보았습니다.
2.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 제90조 제1항 및 제3항 (실시계획의 열람): 이 조항은 실시계획을 작성하는 경우 그 사실을 공고하고, 관계 서류의 사본을 14일 이상 일반이 열람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명시합니다. 이는 일반 시민들에게 사업 내용을 투명하게 공개하여 의견을 제시할 기회를 주기 위함입니다. 피고가 자금계획이나 공사설계도서 등을 열람하게 하지 않은 점도 이 조항의 취지에 어긋납니다.
3. 비례의 원칙: 행정법의 일반 원칙 중 하나인 비례의 원칙은 행정기관이 공익을 달성하기 위해 개인에게 부담을 지울 때, 그 부담이 공익 달성에 필요한 정도를 넘어서는 안 된다는 원칙입니다. 즉, 침해되는 사익(개인의 재산권)과 달성하려는 공익(도시공원 조성)을 비교하여, 공익 달성에 적합한 수단이어야 하며, 공익 달성에 필요한 최소한의 범위 내에서 이루어져야 하고, 공익과 사익 간에 균형을 이루어야 합니다. 이 판례에서는 원고의 부동산이 공원 전체 면적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매우 작고, 해당 위치가 고립되어 공원으로서의 활용도가 낮을 것으로 예상되는 반면, 원고가 입게 될 재산권 침해는 매우 중대하다고 보아 비례의 원칙을 위반한 것으로 판단했습니다.
개인의 토지나 건물이 오랜 기간 도시계획시설로 지정되어 재산권 행사에 제한을 받다가 정부나 지자체가 해당 부지를 수용하려는 경우 다음 사항을 참고할 수 있습니다. 첫째, 행정청의 처분이 관련 법령에 명시된 절차적 요건을 제대로 지켰는지 꼼꼼히 확인할 필요가 있습니다. 특히, 실시계획 인가처분 시에는 사업에 필요한 설계도서, 자금계획, 관계 행정기관과의 협의 서류 등이 충분히 갖춰지고 공개되었는지 확인해야 합니다. 둘째, 해당 처분이 개인의 재산권을 과도하게 침해하는 것은 아닌지 즉, 공익 달성 목적에 비해 사유재산권 침해가 지나치게 큰 것은 아닌지 '비례의 원칙' 위반 여부를 면밀히 검토해야 합니다. 특히 장기간 미집행된 도시계획시설의 경우, 수용을 통한 공익 목적의 달성 필요성과 실현 가능성이 더욱 중요하게 고려됩니다. 셋째, 미등기 건물이라 하더라도 오랜 기간 세금을 납부하고 주거 등 실질적인 용도로 사용해왔다면 법적인 보호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으므로 단순히 미등기라는 이유만으로 권리를 포기해서는 안 됩니다. 넷째, 행정청이 과거에 해당 부지의 공원 해제나 기능 상실을 인정하는 태도를 보인 적이 있다면, 이는 향후 공익 목적의 달성 필요성이 낮다는 근거로 활용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