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부고속도로변 완충녹지 해제 신청 거부 처분 취소 사건

경부고속도로 옆 완충녹지로 지정된 토지를 소유한 회사가 해당 토지에 대한 완충녹지 지정을 해제해 달라고 서초구청장에 제안했으나 거부당하자, 그 거부 처분이 위법하다며 취소 소송을 제기한 사건입니다. 회사는 토지가 35년간 미집행 시설로 남아있고, 인근에 방음벽이 설치되어 녹지 기능이 불필요하며, 지하 주차장으로 사용 중인 상황 등을 주장했습니다. 법원은 이러한 제반 사정을 종합적으로 검토하여 서초구청장의 거부 처분이 재량권을 일탈 또는 남용한 것으로 보아 위법하다고 판단했습니다.

관련 당사자

• 원고: 주식회사 가우플랜 - 경부고속도로변 완충녹지로 지정된 서울 서초구 잠원동 토지 소유자이자 '더 리버사이드 호텔'을 운영하는 회사입니다.
• 피고: 서울특별시 서초구청장 - 원고의 도시계획시설(완충녹지) 변경 및 폐지 입안 제안을 거부한 행정기관입니다.

분쟁 상황

서울 서초구 잠원동에 위치한 주식회사 가우플랜은 1978년 경부고속도로변 완충녹지로 지정된 토지를 소유하고 있었고, 그 토지 지하에는 호텔 주차장이 있었습니다. 이 회사는 해당 토지가 35년간 완충녹지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한 채 미집행 시설로 남아있고, 주변 환경 변화로 인해 완충녹지로서의 필요성이 줄어들었다고 판단하여, 서초구청장에게 완충녹지 지정을 해제해 달라는 도시계획 변경 제안을 했습니다. 하지만 서초구청장은 완충녹지의 필요성, 다른 민원인과의 형평성, 그리고 보상 계획 등을 이유로 이 제안을 거부했습니다. 이에 가우플랜은 서초구청장의 거부 처분이 부당하다며 처분 취소 소송을 제기하게 되었습니다.

핵심 쟁점

피고인 서초구청장이 원고의 완충녹지 지정 해제 제안을 거부한 처분이 합당한지 여부, 특히 행정기관이 도시계획 관련 결정을 내릴 때 공익과 사익을 균형 있게 고려했는지(재량권 행사의 적법성)가 이 사건의 핵심 쟁점입니다. 또한, 완충녹지가 지정된 이후 35년이라는 장기간 동안 실제로 완충녹지로서의 기능이 제대로 수행되지 않았고, 그동안 주변 환경(방음벽 설치, 도로 및 고가도로의 존재 등)이 변화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해당 토지에 완충녹지를 유지할 공익적 필요성이 충분히 남아있는지 여부도 중요한 쟁점이었습니다.

법원의 판단

법원은 피고 서초구청장이 원고에게 한 도시계획시설(완충녹지) 변경(폐지) 입안 제안에 대한 거부 처분을 취소해야 한다고 판결했습니다. 이는 피고의 처분이 재량권을 일탈하거나 남용한 것으로 위법하다고 본 것입니다.

결론

법원은 서초구청장이 완충녹지 지정을 해제해 달라는 원고의 제안을 거부한 처분에 대해, 도시계획을 입안하는 행정기관이 공익과 사익을 비교하여 정당하고 객관적인 이익 형량을 해야 할 의무를 다하지 못했다고 판단했습니다. 구체적으로, 완충녹지로 지정된 후 36년 동안 실제 완충녹지로 사용되지 않은 점, 고속도로 옆에 방음벽과 6m 도로, 고가도로가 설치되어 녹지 기능을 상당 부분 대신하고 있는 점, 그리고 해당 토지가 전체 완충녹지 지역의 끝자락에 위치하여 해제하더라도 녹지축 단절 우려가 적은 점 등을 고려했습니다. 또한, 피고가 5년마다 도시계획의 타당성을 재검토하여 정비해야 하는 법적 의무를 다하지 않은 점도 지적하며, 이 사건 처분이 위법하다고 결론 내렸습니다.

연관 법령 및 법리

이 사건에 적용된 주요 법령과 법리들은 다음과 같습니다.

1.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 (국토계획법)​:
   • 제24조(도시·군관리계획의 입안권자) 및 제29조(결정권자), 제30조(결정)​: 도시계획은 원칙적으로 특별시장 등이 입안하고 결정하지만, 시·도 조례에 따라 구청장에게 일부 권한이 위임될 수 있습니다. 이 사건에서 서초구청장은 완충녹지 같은 도시계획시설의 입안에 대한 주민 제안 처리 권한을 위임받았습니다.
   • 제26조(도시·군관리계획 입안의 제안)​: 주민(토지 소유자 등 이해관계자)은 도시계획시설의 설치·정비·개량 등에 관하여 도시계획 입안권자에게 도시·군관리계획의 입안을 제안할 수 있습니다. 원고는 이 조항에 근거하여 완충녹지 해제를 제안했습니다.
   • 제34조(도시·군관리계획의 정비) 및 시행령 제29조: 특별시장 등은 5년마다 도시관리계획의 타당성을 전반적으로 재검토하여 정비해야 합니다. 특히 도시계획시설 결정 고시 후 10년 이내에 사업이 시행되지 않은 경우 그 타당성을 검토하여 계획에 반영해야 합니다. 피고가 이러한 의무를 다하지 않은 것이 지적되었습니다.
   • 제48조(도시·군계획시설결정의 실효)​: 도시계획시설 결정 고시일로부터 20년이 지나도록 시설사업이 시행되지 않으면 그 결정은 효력을 잃습니다(구법 적용 시 2000년 7월 1일부터 기산하여 20년). 이 사건에서는 실시계획 인가 및 보상 시도가 있었기에 직접적인 실효는 아니었으나, 36년간 미집행 상태였다는 점이 판단에 영향을 미쳤습니다.
   • 제95조(토지 등의 수용 및 사용)​: 도시계획시설사업 시행자는 사업에 필요한 토지 등을 강제로 수용할 수 있습니다. 피고가 보상이 중단된 책임을 토지 소유자에게 돌릴 수 없다는 법원 판단의 근거가 됩니다.
2. 도시공원 및 녹지 등에 관한 법률 및 시행규칙:
   • 제35조(녹지의 세분)​: 완충녹지는 대기오염, 소음, 진동, 사고, 재해 등을 방지하기 위해 설치하는 녹지입니다.
   • 시행규칙 제18조(녹지의 설치·관리 기준)​: 완충녹지의 폭은 원인 시설에 접한 부분부터 최소 10m 이상이 되도록 규정합니다. 또한, 원인 시설이 도로·하천 등 다른 시설과 접속되어 그 다른 시설이 녹지 기능을 대체할 수 있거나, 방음벽 등 안전시설을 설치한 경우 녹지 설치가 필요하지 않을 수 있다고 규정합니다. 이 사건에서는 고속도로와 이 사건 토지 사이에 폭 6m 도로 및 고가도로, 방음벽 등이 있어 완충녹지 기능을 대체할 수 있다는 점이 고려되었습니다.
3. 행정계획 결정의 재량권 및 이익형량 법리: 행정주체가 도시계획을 입안·결정할 때 비교적 광범위한 형성의 자유를 가지지만, 이는 무제한적인 것이 아니며 공익과 사익은 물론, 공익 상호 간, 사익 상호 간의 이익을 정당하게 비교하고 교량해야 합니다. 만약 이익형량을 전혀 하지 않거나, 마땅히 고려해야 할 사항을 빠뜨리거나, 형량의 정당성과 객관성이 결여된 경우, 행정계획 결정은 하자가 있어 위법하게 됩니다. 법원은 피고의 거부 처분이 이익형량의 정당성 및 객관성이 결여되어 재량권을 일탈·남용한 것이라고 판단했습니다.

참고 사항

유사한 문제 상황에 처했을 때 다음과 같은 점들을 참고할 수 있습니다:

1. 도시계획시설로 지정된 토지가 장기간(국토계획법상 20년 이상) 미집행된 경우, 해당 결정의 실효(효력 상실) 여부를 확인하거나, 실효에 준하는 주장을 검토할 필요가 있습니다.
2. 도시계획시설의 지정 목적(예: 완충녹지의 공해 차단)이 주변 환경 변화(예: 방음벽 설치, 새로운 도로 개설)로 인해 상당 부분 달성되었거나 불필요하게 된 것은 아닌지 면밀히 분석하고 증거(예: 소음, 진동 측정 자료, 항공사진, 현장 사진)를 확보해야 합니다.
3. 해당 도시계획시설이 전체적인 도시계획에서 차지하는 비중과 역할이 축소되었거나, 그 해제가 전체 계획에 미치는 영향이 미미한 경우(예: 녹지축의 맨 끝부분)를 주장할 수 있습니다.
4. 관할 행정기관이 국토계획법에 따라 5년마다 도시계획의 타당성을 재검토하여 정비해야 하는 의무를 제대로 이행했는지 확인하고, 미이행 시 이를 재량권 행사의 문제점으로 지적할 수 있습니다.
5. 토지 소유자의 반대나 이의 제안이 있었다는 이유만으로 행정기관이 도시계획사업의 중단 책임을 토지 소유자에게 전가할 수 없다는 법원 판단을 참고하여, 행정기관의 수용·사용권 행사 의무를 주장할 수 있습니다.
6. 재량권 일탈·남용을 주장할 때는 공익과 사익을 비교형량하여 행정기관의 결정이 합리적이고 객관적인지 여부를 다툽니다. 이 과정에서 개인의 재산권 침해 정도와 공익 달성 필요성을 균형 있게 제시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