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타 민사사건
원고 회사가 피고 회사를 상대로 과거 확정된 화해권고결정 내용 즉 영상물에 대한 기술적 조치를 이행하라며 강제집행을 위한 집행문 부여를 청구했으나 원고가 피고에게 제공한 영상물의 기술적 정보(DNA)가 피고의 필터링 시스템에 적용할 수 없는 방식으로 추출되어 유효한 조건 충족으로 볼 수 없다는 이유로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 사건입니다.
원고 A사는 피고 B사를 상대로 기술적 조치 이행 가처분 신청을 했으나 기각되었고 이후 항고심에서 양 당사자 간에 화해권고결정이 확정되었습니다. 이 결정에 따라 B사는 A사로부터 특정 영상물의 DNA를 제공받으면 이를 필터링 시스템에 적용하여 불법 전송을 차단하는 기술적 조치를 이행해야 했습니다. 원고 A사는 B사가 지정한 필터링업체 C로부터 DNA 추출 프로그램을 받았고 147편의 영상물 DNA를 추출하여 B사에 보냈습니다. 그러나 피고 B사는 A사가 보낸 DNA가 C의 추출 프로그램을 무단으로 사용하여 추출된 것이며 해당 DNA로는 영상 정보를 확인할 수 없고 C의 필터링 시스템에 적용도 불가능하다고 답변했습니다. 이후 원고 A사는 간접강제 신청도 했으나 집행문을 부여받지 않은 부적법 신청으로 각하되었습니다. 원고 A사는 추가로 2,585편의 DNA와 관련 정보를 B사에 보냈지만 피고 B사는 여전히 기술적 조치 이행이 불가능하다고 주장했습니다. 결국 원고 A사는 피고 B사에 대한 강제집행을 위해 집행문 부여 소송을 제기하기에 이르렀습니다.
원고가 피고에게 제공한 영상물 DNA가 피고의 필터링 시스템에 적용 가능한 유효한 형태인지 즉 화해권고결정에서 정한 기술적 조치 이행 조건이 성취되었는지 여부가 쟁점이 되었습니다.
법원은 원고가 필터링업체 C로부터 DNA 추출 프로그램을 테스트 목적으로만 제공받았음에도 이를 무단으로 사용하여 DNA를 추출하고 피고에게 보낸 점을 지적했습니다. 또한 C가 원고에게 해당 DNA는 필터링에 사용할 수 없다고 통보한 사실 등을 종합하여 원고가 제공한 DNA가 피고가 C로부터 제공받는 필터링 시스템에 적용될 수 있는 유효한 DNA라고 볼 증거가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따라서 화해권고결정의 집행을 위한 조건이 성취되지 않았으므로 원고의 집행문 부여 청구를 기각했습니다.
원고의 청구를 기각하며 소송 비용은 원고가 부담하도록 판결했습니다.
민사집행법 제30조 제2항은 '조건에 걸려 집행할 수 있는 때에는 채권자는 그 조건의 성취를 증명하여 집행문을 내어 달라고 신청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 조항은 채무자가 특정 조건이 성취되었을 때에만 이행 의무를 지는 경우 채권자가 강제집행을 하려면 그 조건이 성취되었음을 스스로 증명해야 함을 의미합니다. 본 사건에서 법원은 피고의 기술적 조치 의무 이행을 위한 조건 즉 '피고가 필터링업체로부터 제공받는 필터링 모듈에 적용될 수 있는 DNA를 원고가 제공하는 것'이라는 조건이 성취되었음을 원고가 증명해야 한다고 보았습니다. 그러나 원고가 제공한 DNA가 C의 DNA 추출 프로그램을 무단 사용하여 추출된 것이며 C의 필터링 모듈에 적용될 수 없으므로 조건이 성취되지 않았다고 판단하여 원고의 청구를 기각했습니다. 이는 채무자의 의무 이행에 조건이 붙어있는 경우 그 조건을 충족시켰다는 점을 채권자가 입증해야 함을 명확히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기술적 조치나 계약 이행을 위한 전제 조건은 명확히 확인하고 이행해야 합니다. 특정 프로그램 사용이나 정보 제공 시에는 계약이나 사용 목적에 맞는 정당한 권한을 확보해야 합니다. 합의된 내용이라도 상대방이 이행하기 위한 현실적인 조건 예를 들어 특정 형식의 데이터나 호환 가능한 시스템 요구사항 등을 구체적으로 확인하고 충족시켜야 합니다. 간접강제 등 강제집행을 신청할 경우 해당 결정에 대한 집행문 부여가 선행되어야 하는지 등 절차적 요건을 반드시 확인해야 합니다. 기술적 협력이 필요한 상황에서는 사전에 기술 사양 데이터 형식 추출 도구의 사용 권한 등을 명확히 합의하는 것이 중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