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 기타 형사사건
이 사건은 피고인 망 A가 J중학교 서무주임으로 재직하던 1960년대 후반, 교장 C와 공모하여 일본에 거주하는 E단체계 인사 G, I로부터 학교 교장관사 신축 자금 한화 63만 원 등을 수수하고, 이들과 서신을 주고받았으며, 관사 기념동판에 그들의 이름을 새기고 감사장을 수여한 행위 등으로 구 반공법 및 구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사건입니다. 피고인은 1971년 2월 25일 징역 3년, 집행유예 5년의 유죄 판결을 받았고, 이 판결은 같은 해 11월 30일 대법원에서 확정되었습니다. 이후 피고인의 자녀 B가 2021년 3월 16일 재심을 청구하였고, 법원은 피고인이 구속영장 발부 전 불법 구금 상태에서 수사를 받았다는 점을 인정하여 재심 개시 결정을 내렸습니다. 재심 법원은 2024년 1월 26일, 개정된 법령과 현재의 법리에 따라 피고인의 모든 공소사실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피고인 망 A는 J중학교 서무주임으로, 당시 교장이었던 C와 함께 1965년 6월부터 1969년 2월까지 일본에 거주하는 재일본F조합 이사 G과 재일본 조선인 H 부이사장 I (두 사람 모두 E단체계 인사로 지목됨)에게 서신을 보내고 받았으며, 이들로부터 1967년 5월 J중학교 교장관사 신축 자금으로 한화 63만 원을 포함한 총 73만 원을 수수했습니다. 또한, 같은 해 10월 교장관사 신축자금 모금 기념동판에 G, I의 이름을 새겨 관사에 부착하고, 11월에는 교장관사 낙성식에서 이들의 가족에게 감사장을 수여했습니다. 이 모든 행위는 당시 북괴의 지령하에 불법 구성된 반국가단체 구성원과 통신·연락, 금품 수수, 활동 찬양·고무, 편의 제공 등을 한 것으로 간주되어 구 반공법 및 구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기소되었습니다.
이 사건의 핵심 쟁점은 재심 재판 과정에서 과거의 구 반공법 및 구 국가보안법이 현재의 법령과 헌법합치적 해석 원칙에 따라 어떻게 적용되어야 하는지, 그리고 피고인의 행위(재일교포의 학교 기부금 수수, 서신 교환, 기념동판 각인, 감사장 수여 등)가 '국가의 존립·안전이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위태롭게 할 명백한 위험'이 있었는지 여부였습니다. 특히 반국가단체 구성원과의 통신, 금품 수수, 찬양 고무, 편의 제공 등의 혐의가 당시의 법 적용과 현재의 법 적용에서 어떤 차이를 보이는지 판단하는 것이 중요했습니다.
피고인은 무죄.
재심 법원은 피고인이 1970년 구속영장 발부 전 불법적으로 구금된 상태에서 수사를 받았다는 재심 사유를 인정하여 재심을 개시한 후, 재심판결 당시의 법령과 변경된 국가보안법의 해석 원칙을 적용하여 판단했습니다. 법원은 피고인과 공동피고인 C이 E단체계 인사 G, I과 서신을 주고받고 금품을 수수한 사실, 기념동판에 이름을 새기고 감사장을 수여한 사실은 인정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행위들이 '국가의 존립·안전이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위태롭게 한다는 정을 알면서' 이루어졌거나, '국가 안보에 실질적 해악을 끼칠 구체적이고 명백한 위험성'이 있었다고 보기에는 증거가 부족하다고 판단했습니다. 모든 행위는 J중학교 교장관사 신축이라는 순수한 학교 운영 목적에서 이루어졌으며, 의례적·사교적인 차원을 넘어선 E단체계 활동에 대한 편의 제공이나 찬양·고무로 보기 어렵다고 보아, 모든 공소사실에 대해 범죄의 증명이 없다고 판단하여 피고인에게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이 사건에서는 재심이 개시된 사건의 법 적용에 대한 중요한 원칙과 국가보안법 관련 법리가 적용되었습니다. 첫째, 재심 개시 결정(형사소송법 제420조, 제422조)은 판결이 확정된 후 중대한 오류나 인권 침해가 발견될 경우 재판을 다시 할 수 있도록 하는 절차입니다. 이 사건에서는 피고인이 구속영장 발부 전 불법 구금 상태에서 수사를 받았다는 이유로 재심 사유가 인정되었습니다. 둘째, 재심 사건의 적용 법령 및 법리(대법원 2009도1603 판결 등)는 재심 판결 당시의 법령을 적용하고, 법령 해석 또한 재심 판결 당시를 기준으로 해야 한다는 원칙입니다. 이에 따라 과거의 구 반공법 및 구 국가보안법이 아닌, 통합되고 개정된 국가보안법과 현재의 법리 해석이 적용되었습니다. 셋째, 국가보안법 제1조 제2항(1991년 개정)은 국가보안법을 해석·적용할 때 필요한 최소한도에 그쳐야 하며, 확대 해석하거나 국민의 기본권을 부당하게 제한해서는 안 된다는 조항으로, 법 적용의 제한성을 명확히 했습니다. 넷째, 국가보안법 처벌 규정의 구성요건 강화(1991년 개정)로 인해 제5조(자진지원·금품수수), 제7조(찬양·고무등), 제8조(회합·통신등)에 '국가의 존립·안전이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위태롭게 한다는 정을 알면서'라는 구성요건이 추가되었습니다. 이는 해당 행위가 국가 안보에 실제적인 위협이 될 때만 처벌하도록 적용 범위를 축소한 것입니다. 다섯째, 헌법재판소의 한정합헌 결정(1990. 4. 2. 선고 89헌가113호)은 국가보안법의 위헌적 요소를 줄이기 위해 '국가의 존립·안전을 위태롭게 하거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위해를 줄 명백한 위험이 있을 경우'에 한정하여 적용해야 한다는 해석 기준을 제시했으며, 이는 이후 대법원 판례에도 영향을 미쳐 금품수수죄, 회합·통신등죄, 찬양죄, 편의제공죄 등이 '실질적인 해악을 끼칠 구체적이고 명백한 위험성'이 없는 경우에는 처벌되지 않는다는 제한적 적용 원칙이 확립되었습니다.
오랜 시간이 지난 유죄 판결이라도, 불법 구금이나 강압 수사 등 인권 침해 정황이 있었던 경우 '재심'을 통해 다시 심판받을 수 있습니다. 특히 과거 권위주의 시대의 국가보안법 관련 판결에서는 인권 침해 소지가 있었는지 주의 깊게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현행법상 국가보안법이 적용되는 사건에서는 행위의 목적과 의도뿐만 아니라, 그 행위가 실제로 '국가의 존립·안전이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실질적인 해악을 끼칠 구체적이고 명백한 위험성'을 가지고 있었는지가 중요한 판단 기준이 됩니다. 단순히 반국가단체 구성원과 교류했다는 사실만으로 바로 처벌되지 않으며, 의례적·사교적인 차원이거나 순수한 개인적 또는 비정치적 목적의 행위는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보기 어렵습니다. 법원은 재심 당시의 최신 법령과 헌법재판소 및 대법원의 법리 해석을 적용하므로, 과거의 엄격한 법 적용 기준이 현재에는 완화될 수 있음을 인지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