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금 · 국제
이 사건은 대한민국 국적을 상실하고 싱가포르 시민권을 취득한 A씨가 싱가포르에서 병원을 운영하며 대규모 경제활동을 하던 중, 한국 세무당국으로부터 해외금융계좌 미신고 및 해외현지법인 자료 미제출로 인해 과태료를 부과받은 사안입니다. A씨는 자신이 한국 소득세법상 거주자에 해당하지 않으므로 위 의무가 없다고 주장하며 과태료 처분에 이의를 제기했습니다. 1심 법원은 해외금융계좌 미신고에 대해서는 과태료를 부과하지 않고, 해외현지법인 자료 미제출에 대해서는 과태료 1,900만 원을 부과했습니다. 이에 A씨와 검사 모두 항고하였고, 항고심 법원은 A씨가 조세조약상 싱가포르 거주자로 판단되므로 해외현지법인 자료 미제출에 대한 과태료 처분을 취소하고 과태료를 부과하지 않는다는 결정을 내렸습니다.
A씨는 2008년 싱가포르 영주권을 취득하고, 2018년 싱가포르 시민권을 취득하며 대한민국 국적을 상실했습니다. 싱가포르에서 병원을 운영하고 5개 법인을 설립하며 1,216억 원 규모의 암호화폐 거래소 인수 투자 등 대규모 경제활동을 벌였습니다. 또한 싱가포르에 27개 금융계좌를 보유하고 있었으며, 현지에서 공적 연금과 보험에 가입하고 사회 활동에도 참여했습니다. 반면 한국에는 배우자가 거주하는 주택을 공유하고 일부 자산을 보유했으나, 국내에서의 경제활동은 미미했고 2016년 이후 종합소득세를 신고하지 않았습니다. 서울지방국세청장은 A씨가 2015년부터 2019년까지 해외금융계좌 및 해외현지법인 자료를 미신고·미제출했다며 수백억 원의 과태료를 부과하고 조세범처벌법 위반으로 고발했습니다. 이에 A씨는 자신이 한국 소득세법상 거주자가 아니며, 조세조약상 싱가포르 거주자이므로 신고 의무가 없다고 주장하며 과태료 처분을 다투게 되었습니다.
이 사건의 핵심 쟁점은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대한민국 소득세법상 '거주자'에 해당하는지 여부입니다. 둘째, 만약 한국과 싱가포르 양국 모두에서 거주자로 판단될 경우, 한국-싱가포르 조세조약에 따라 A씨가 어느 국가의 거주자로 최종적으로 결정되는지 여부입니다. 셋째, 해외금융계좌 미신고로 인한 고발 조치와 과태료 부과 처분이 동시에 진행된 것이 절차상 하자에 해당하는지 여부입니다.
항고심 법원은 제1심결정 중 해외현지법인 자료 미제출 행위에 대한 부분을 취소하고, 해당 부분에 대하여 A씨에게 과태료를 부과하지 아니하기로 결정했습니다. 또한, 검사의 항고는 이유 없다고 판단하여 기각했습니다.
법원은 A씨가 이 사건 과세기간 동안 대한민국 소득세법상 거주자인 동시에 싱가포르 소득세법상 거주자에도 해당한다고 보았습니다. 그러나 한국-싱가포르 조세조약의 이중거주자 판단기준(항구적 주거, 중대한 이해관계의 중심지, 일상적 거소)을 적용한 결과, A씨의 인적·경제적 관계가 가장 밀접한 '중대한 이해관계의 중심지'는 싱가포르라고 판단했습니다. 이에 따라 A씨는 조세조약상 싱가포르 거주자에 해당하므로, 한국 세법상 해외금융계좌 신고의무와 해외현지법인 자료 제출 의무를 부담하는 '거주자'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보아 과태료 부과 처분이 위법하다고 결론 내렸습니다. 또한 해외금융계좌 미신고에 대한 고발과 과태료 부과 처분이 동시에 진행된 것이 절차상 하자에 해당한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법이 양쪽 모두를 규정하고 있고 효과적인 제재를 위해 동시에 진행할 필요가 있으며 추후 법원의 판단에 따라 과태료 처분 취소도 가능하므로 절차적 하자로 단정할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이 사건은 주로 '거주자'의 개념과 '이중거주자'에 대한 조세조약 적용에 관한 것입니다.
1. 소득세법상 '거주자' 정의 및 의무: 구 소득세법 제1조의2 제1항은 '국내에 주소를 두거나 183일 이상의 거소를 둔 개인'을 거주자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거주자로 판단될 경우, 구 국제조세조정법 제34조 제1항에 따라 해외금융계좌 보유액이 5억 원을 초과하면 해외금융계좌 정보를 신고할 의무가 발생하며, 구 소득세법 제165조의2에 따라 해외현지법인 자료를 제출할 의무가 부과됩니다. 이러한 의무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각각 구 국제조세조정법 제35조 제1항에 따라 미신고 금액의 100분의 20 이하에 상당하는 과태료, 구 소득세법 제176조 제1항에 따라 5천만 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될 수 있습니다.
법원은 A씨가 국내에 배우자와 주거지를 공유하고 국내 자산을 보유하며 소득이 발생한 점 등을 들어 대한민국 소득세법상 거주자에 해당한다고 보았습니다.
2. 한국-싱가포르 조세조약상 '이중거주자' 판단: 어느 개인이 대한민국과 외국의 세법상 모두 거주자에 해당하는 경우, 이중과세를 방지하기 위해 체결된 조세조약이 적용됩니다. 이 사건에서는 '한국-싱가포르 조세조약' 제4조 제2항이 중요하게 적용되었습니다. 이 조항은 이중거주자 지위를 결정하는 기준을 다음과 같은 순서로 마련하고 있습니다: ① '항구적 주거'가 있는 체약국: 항구적 주거는 단기 체류 목적이 아닌 계속 머물기 위한 주거 장소를 의미하며, 소유 여부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② '중대한 이해관계의 중심지' (인적·경제적 관계가 가장 밀접한 체약국): 가족관계, 사회관계, 직업, 정치·문화 활동, 사업장소, 재산 관리장소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합니다. ③ '일상적 거소'를 둔 체약국: 주로 거주하는 장소를 의미합니다. ④ 위 기준으로 결정할 수 없는 경우, 양 체약국의 상호합의로 해결합니다.
법원은 A씨가 한국과 싱가포르 모두에 항구적 주거를 두고 있다고 판단한 후, 중대한 이해관계의 중심지를 결정하기 위해 A씨의 싱가포르 시민권 취득, 자녀들의 싱가포르 학업, 싱가포르 병원 운영, 싱가포르에서의 훨씬 긴 체류 기간, 싱가포르에서의 소득 활동 및 세금 납부, 대규모 싱가포르 법인 설립 및 금융자산 보유, 싱가포르에서의 사회 활동 및 공적연금 가입 등 다양한 인적·경제적 관계를 종합적으로 고려했습니다. 결과적으로 법원은 A씨의 중대한 이해관계의 중심지가 싱가포르라고 판단하여, 조세조약상 A씨를 싱가포르 거주자로 결정했습니다.
3. 조세조약상 거주자 지위가 국내 세법상 의무에 미치는 영향: 법원은 조세조약에 따라 최종적으로 싱가포르 거주자로 판단된 A씨는 한국 세법이 규정하는 해외금융계좌 신고의무와 해외현지법인 자료 제출 의무를 부담하는 '거주자'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해석했습니다. 이는 위 의무들이 역외탈세 방지를 통해 한국의 적정한 과세권 행사를 목적으로 하는 것인데, 조세조약상 한국에 실질적 납세의무를 부담하지 않는 자에게까지 이 의무를 부과하고 과태료를 강제하는 것은 불합리하다는 법리에 기반한 것입니다.
4. 고발과 과태료 부과의 동시 진행: 구 조세범 처벌법 제16조 제1항과 구 국제조세조정법 제35조 제4항에 따르면, 해외금융계좌 미신고 금액이 50억 원을 초과할 경우 형사처벌과 과태료 부과가 모두 가능합니다. 법원은 처벌과 과태료 부과 절차가 동시에 진행되었다는 사정만으로 절차상 하자가 있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보았습니다. 그 이유로 법이 양쪽 모두를 규정하고 입법자가 과세관청의 선택을 허용했다고 보이는 점, 효과적인 제재를 위해 동시 진행이 필요한 점, 형사처벌 확정 시 과태료 처분 취소가 가능한 점 등을 들었습니다.
국외에서 상당한 경제활동을 하거나 해외 시민권을 취득하여 거주지가 불분명해지는 경우, 본인의 세법상 '거주자' 지위를 정확히 파악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국내외 거주자 여부는 단순히 국적이나 체류 일수뿐만 아니라, 국내외의 가족 관계, 직업, 소득 현황, 자산 보유, 경제적·사회적 관계 등 '생활관계의 객관적 사실'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됩니다. 특히 여러 국가에서 동시에 거주자로 인정될 수 있는 '이중거주자'의 경우, 해당 국가들과 체결된 조세조약의 '이중거주자 판단기준'에 따라 최종적인 거주지가 결정되므로, 조세조약의 내용을 면밀히 확인해야 합니다. 해외금융계좌나 해외현지법인 자료 제출 의무는 거주자에게 부과되는 것이므로, 최종 거주지가 한국이 아닌 것으로 판단되면 해당 의무가 면제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의무 불이행 시 고액의 과태료는 물론 조세범 처벌법에 따른 형사처벌까지 받을 수 있으므로, 국제적인 자산 및 소득 활동을 하는 경우 반드시 관련 법규와 조세조약을 확인하고 필요 서류를 제때 신고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