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
A 주택재건축정비사업조합(원고)이 시공사인 B 주식회사(피고)와의 계약에 따라 피고의 아파트 브랜드인 'J'를 포함한 'D'를 아파트 단지명으로 사용할 권리가 있다고 주장하며 소송을 제기했으나, 법원은 'J'가 피고가 실제 사용하는 아파트 상표로 보기 어렵고 원고에게 'J' 상표 사용권이 부여되었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판단하여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 사건입니다.
원고인 A 주택재건축정비사업조합은 부산 수영구 E 일대 재건축 사업의 사업시행자이며 피고인 B 주식회사는 이 사업의 시공사입니다. 원고는 2015년 피고를 시공사로 선정할 당시 '시공자 선정을 위한 사업참여 규정'에 '원고는 피고의 아파트 브랜드를 무상으로 사용할 수 있다'는 조항을 포함했습니다. 시간이 흘러 피고는 아파트 단지명을 'F'로 결정했다고 통보했지만 원고는 2020년 3월 16일 'F' 명칭을 사용하지 말 것을 요청했고 같은 해 12월 14일 조합원들의 선택에 따라 'G (또는 H)'로 변경해 줄 것을 요청했습니다. 이후 원고는 2021년 8월 28일 임시총회에서 아파트 단지명을 'D'로 의결하고 피고에게 통보했습니다. 그러나 피고는 2021년 9월 7일과 2022년 2월 23일 공문을 통해 'J'가 자사의 단일 브랜드 정책인 'I'를 변형하거나 자사가 금지하는 명칭에 해당하므로 사용할 수 없다고 거부했습니다. 이에 원고는 시공자 선정 당시의 규정을 근거로 'J'를 포함한 'D'를 사용할 권리가 있다고 주장하며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재건축조합이 시공사 선정 과정에서 체결된 계약 조항에 따라, 시공사의 특정 상표('J')를 포함한 아파트 단지명('D')을 사용할 권리가 있는지 여부, 그리고 해당 상표가 실제 아파트 상표로 사용될 목적이었는지 여부 및 조합에 사용권이 부여되었는지 여부가 쟁점이 되었습니다.
법원은 '시공자 선정을 위한 사업 참여 규정' 제13조 제2항에 따라 원고가 피고의 아파트 상표를 무상으로 사용할 수 있지만, 'J'가 실제 사용되는 피고의 아파트 상표로 보기 어렵고 원고에게 'J' 상표 사용권이 부여되었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피고가 'J'를 상표등록한 것은 피고의 단일 아파트 상표인 'I'보다 고급 아파트에 적용되는 상표로 오인되는 것을 막기 위함이며 'J'를 아파트 상표로 사용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고 보았습니다. 또한 원고에게 아파트 상표 무상사용권을 부여할 당시인 2015년 말경에는 'J' 상표의 사용에 대한 합의가 있었다고 볼 수 없고, 피고가 원고에게 'J' 상표 사용권을 부여했다고 볼 근거도 부족하다고 판단했습니다. 피고 회사 직원의 발언만으로는 피고의 공식적인 'J' 명칭 사용 허락이 있었다고 보기도 어렵고, 원고가 2020년에 이르러서야 'J' 명칭 적용을 주장한 점 등을 고려할 때 보호할 만한 신뢰가 형성되었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보아 원고의 청구를 기각했습니다.
계약 해석의 원칙: 당사자들이 계약을 체결하면서 명시한 문언의 내용이 불분명하거나 당사자의 의사를 정확히 파악하기 어려운 경우, 계약의 목적, 체결 경위, 이행 상황, 당사자의 이전 태도 등 제반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계약의 취지에 부합하는 합리적인 해석을 해야 합니다. 이 사건에서는 '시공자 선정을 위한 사업 참여 규정' 제13조 제2항 '원고는 피고의 아파트 브랜드를 무상으로 사용할 수 있다'는 조항의 해석이 쟁점이 되었습니다. 법원은 이 조항을 해석함에 있어 'J'가 당시 피고가 실제로 사용하던 아파트 상표인지, 그리고 피고가 원고에게 'J' 상표에 대한 사용권을 부여할 의사가 있었는지를 종합적으로 판단했습니다. 확인의 소의 이익: 확인의 소는 원고의 권리 또는 법률상의 지위에 현존하는 불안이나 위험이 있고, 확인판결을 받는 것이 그 분쟁을 근본적으로 해결하는 가장 유효하고 적절한 수단일 때 허용됩니다 (대법원 1999. 9. 17. 선고 97다54024 판결 등 참조). 이 사건에서 피고는 원고의 청구가 계약 해석에 대한 확인에 불과하여 확인의 이익이 없다고 주장했지만, 법원은 원고가 피고의 상표권이 포함된 단지명을 사용할 수 있다고 다투는 것이 원고의 권리 또는 법적 지위에 현존하는 위험이나 불안을 제거하기 위한 가장 유효·적절한 수단이라고 보아 피고의 본안 전 항변을 기각했습니다. 이는 현존하는 법률관계에 대한 다툼이 있을 때 그 해결을 위한 확인의 소의 필요성을 인정한 것입니다. 신의성실의 원칙(신의칙): 민법 제2조에서 규정하는 신의성실의 원칙은 모든 법률관계에서 당사자가 상대방의 정당한 이익을 고려하여 신의에 따라 행동해야 한다는 대원칙입니다. 이 사건에서 원고는 피고가 'J' 명칭 사용을 허락했으므로 이를 금지하는 것이 신의칙에 위배된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나 법원은 피고가 'J'의 무상 사용을 허락한 것으로 볼 수 없고, 피고 회사 차장의 발언이 피고의 공식적인 승낙으로 보기 어려우며 원고에게 보호할 만한 신뢰가 형성되었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판단하여 원고의 신의칙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즉, 신의칙 위반을 주장하기 위해서는 상대방의 명확한 행동이나 의사표시로 인해 신뢰가 형성되었고 그 신뢰가 보호받을 가치가 있다는 점이 인정되어야 합니다.
재건축조합과 시공사 간의 계약 체결 시 아파트 단지명 사용과 관련된 조항을 명확하고 구체적으로 명시해야 합니다. 단순히 '브랜드 무상 사용'이라고만 규정할 경우 추후 새로운 브랜드나 서브 브랜드의 사용 여부를 두고 분쟁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시공사의 상표 정책 변화 가능성을 고려하여 계약 당시 시공사가 현재 사용 중인 브랜드뿐만 아니라 향후 출시될 브랜드, 서브 브랜드, 그리고 특정 수식어의 사용 범위에 대해서도 사전에 충분히 논의하고 서면으로 합의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특정 명칭이 상표로 등록되어 있더라도 해당 상표의 실제 사용 목적(아파트 브랜드 자체, 수식어, 오용 방지 등)에 따라 법적 판단이 달라질 수 있음을 인지해야 합니다. 단순히 상표등록 여부만으로 사용 권한을 판단하기는 어렵습니다. 조합 측에서 시공사 직원의 발언에만 의존하여 중요한 결정을 내리기보다는 시공사의 공식적인 입장이나 서면 동의를 받는 것이 분쟁 예방에 도움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