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기 · 정보통신/개인정보
보이스피싱 조직의 콜센터 직원으로 활동한 피고인 A와 B가 저금리 대환대출을 미끼로 189명의 피해자로부터 총 24억 원이 넘는 돈을 가로채려 하거나 실제로 편취하고, 개인정보 탈취용 악성 프로그램을 유포한 혐의로 재판을 받았습니다. 법원은 피고인 A에게 징역 5년 6개월을, 피고인 B에게 징역 3년 6개월을 선고했으며, 피고인 B의 일부 혐의는 범행 가담 시점 이전에 발생했다는 이유로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피고인들은 중국 텐진시에 위치한 보이스피싱 콜센터 사무실에서 전화금융사기 조직의 일원으로 활동했습니다. 이 조직은 '총책', '퓨터', '유인책(콜센터)', '현금수거책' 등으로 역할을 분담하여 운영되었으며, 수사기관의 추적을 피하기 위해 중국 인터넷 전화와 '위챗' 등의 채팅 앱을 이용했습니다. 피고인들은 팀장 C로부터 전달받은 개인정보를 활용하여 불특정 다수의 피해자들에게 전화를 걸어 수사기관이나 금융기관을 사칭하거나, 저금리 대환대출을 해주겠다고 속여 돈을 송금하게 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피해자들의 휴대전화에 저장된 전화번호, 통화내역 등 개인정보를 확인할 수 있는 'H'라는 악성 프로그램을 설치하도록 유도하여 개인정보를 탈취하고 발신전화를 가로채는 등의 행위를 저질렀습니다.
이 사건의 주요 쟁점은 피고인들이 보이스피싱 조직의 일원으로서 범행에 얼마나 깊이 가담했는지와 그 책임 범위였습니다. 특히 일부 범죄가 피고인들의 주장처럼 중국 텐진 사무실에서 발생하지 않았는지, 피고인 B의 실제 범행 가담 시점이 언제부터인지, 그리고 한국에 일시 귀국한 기간 동안에도 공모관계가 유지되어 범행에 대한 책임이 있는지 등이 논의되었습니다. 또한 검사가 부패재산몰수법을 근거로 주장한 범죄수익 추징이 가능한지 여부도 쟁점이었습니다.
재판부는 피고인 A에게 징역 5년 6개월을, 피고인 B에게 징역 3년 6개월을 선고했습니다. 피고인 A는 사기, 사기미수,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 모두 유죄로 인정되었습니다. 피고인 B에 대해서는 공소사실 중 별지 범죄일람표(2) 순번 1, 2, 3, 4, 5번에 해당하는 사기 및 정보통신망법 위반 혐의에 대해, 피고인이 해당 범행 시점 이전에 조직에 가담했다고 볼 증거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검사가 주장한 피고인들에 대한 범죄수익 추징 요구는 피해자들이 재산반환청구권 등을 행사할 수 없는 등 피해회복이 심히 곤란한 경우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는 이유로 받아들여지지 않았습니다.
법원은 보이스피싱 범죄가 불특정 다수의 서민들에게 큰 피해를 주고 사회 전반에 해악을 끼치는 중대한 범죄임을 강조하며, 피고인들이 직접 피해자들을 기망하고 악성 프로그램을 유포하는 등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하여 죄질이 매우 불량하다고 판단했습니다. 다만 피고인 A에게는 벌금형을 초과하는 전과가 없고, 피고인 B에게는 소년보호사건송치 처분 외 별다른 범죄전력이 없는 점, 피고인 A가 일부 피해자와 합의한 점, 피고인들이 중국에서 상당 기간 수감생활을 한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형량을 결정했습니다. 특히 피고인 B의 경우 범행 가담 시점에 대한 면밀한 심리를 통해, 가담 이전에 발생한 범행에 대해서는 무죄를 선고하여 공동정범의 책임 범위를 명확히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