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계약금
원고 A가 피고 주식회사 B에게 엔진오일을 공급하였으나 피고가 물품대금 중 일부만 지급하자 잔여대금 120,084,800원을 청구한 사건입니다. 피고는 엔진오일 공급계약 이후 두 차례에 걸쳐 플라스틱 엔진오일과 캔 엔진오일에 대한 반품 및 정산 약정이 있었고 해당 약정에 따라 대금을 모두 지급했다고 주장했습니다. 법원은 원고와 피고가 기존 엔진오일 공급계약을 합의해제하고 새로운 정산 약정을 체결했다고 판단하여 원고의 청구를 기각했습니다.
2018년 1월경 원고 A와 D(피고 설립 예정자)는 원고가 수입한 엔진오일을 D가 설립할 법인(피고 B)을 통해 판매하는 사업 논의를 시작했습니다. 이후 원고와 피고 B 사이에 엔진오일 공급계약이 체결되었고 원고는 2018년 3월 28일부터 7월 26일까지 피고에게 'E' 상표의 캔 엔진오일 5,878리터 플라스틱 엔진오일 10,000리터 등 총 145,226,400원 상당의 엔진오일을 공급했습니다. 피고는 2018년 4월 13일 10월 18일 11월 1일 세 차례에 걸쳐 원고에게 총 25,141,600원의 엔진오일 대금을 지급했습니다. 이후 2018년 10월 17일경 플라스틱 엔진오일 10,000리터 중 9,280리터를 반품하고 망실 및 판매된 720리터에 대한 대금 6,908,000원을 지급하는 정산 약정(플라스틱 엔진오일 정산약정)이 이루어졌습니다. 또한 2018년 11월 1일경 캔 엔진오일 중 G 1,072리터 F 1,000리터에 대한 대금을 지급하고 나머지 F 3,806리터는 피고가 보관하면서 판매하고 정산하기로 하는 약정(캔 엔진오일 정산약정)이 체결되었습니다. 원고는 이러한 반품 및 정산 합의가 캔 엔진오일 대금의 정상 결제를 전제로 하거나 단순한 대금 지급 조건 변경에 불과하며 피고가 캔 엔진오일 보관 및 판매 의무를 불이행하여 기존 공급계약이 부활했다고 주장하며 잔여대금 120,084,800원과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청구했습니다. 반면 피고는 기존 공급계약이 정산약정에 따라 합의해제되었으며 피고는 합의된 대금을 모두 지급했으므로 잔여대금 의무가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원고와 피고 사이에 체결된 엔진오일 공급계약이 합의해제되었는지 여부 그리고 그 이후의 물품 반품 및 정산 약정들이 유효하게 성립되었는지 여부입니다. 특히 반품 및 정산 약정이 기존 대금 지급 조건의 변경에 불과한지 또는 기존 계약을 해제하고 새로운 채무를 발생시키는 새로운 계약인지가 쟁점이었습니다.
원고의 청구를 기각하며 소송비용은 원고가 부담하도록 했습니다. 이는 원고가 주장한 잔여 물품대금 120,084,800원 및 지연손해금 청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았음을 의미합니다.
법원은 원고와 피고가 2018년 10월과 11월에 걸쳐 플라스틱 엔진오일과 캔 엔진오일에 대해 각각 반품 및 정산 약정을 체결함으로써 기존 엔진오일 공급계약이 합의해제되었다고 판단했습니다. 특히 캔 엔진오일의 경우 반품 물량의 소유권이 원고에게 귀속된 채 피고가 위탁 판매하는 새로운 약정이 체결된 것으로 보았습니다. 원고의 주장은 이러한 합의해제와 새로운 약정을 부정하는 것이었으므로 받아들여지지 않았습니다.
본 사건에서는 합의해제(合意解除)의 법리가 주요하게 적용되었습니다. 합의해제는 계약 당사자 쌍방이 기존 계약의 효력을 소멸시키기로 상호 합의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합의해제가 성립하려면 계약이 성립하는 경우와 마찬가지로 계약의 효력을 소멸시키기로 하는 내용의 청약과 승낙이라는 의사표시가 객관적으로 일치해야 합니다. 대법원은 묵시적인 합의해제도 인정하지만 이 경우 당사자 쌍방의 계약실현 의사 결여 또는 포기로 인해 계약을 실현하지 않을 의사가 일치되어야 하며 계약이 일부 이행된 경우에는 원상회복에 관해서도 의사가 일치해야 한다고 판시하고 있습니다(대법원 1998. 8. 21. 선고 98다17602 판결, 2015. 1. 29. 선고 2012다97338 판결 등). 본 판례에서는 원고와 피고가 엔진오일 공급 후 여러 차례 이메일 등을 통해 물품 반품 및 대금 정산에 대한 협의를 진행하였고 이에 따라 특정 물량을 반품하고 남은 물량에 대한 대금을 지급하는 방식으로 기존 계약의 내용을 변경하거나 소멸시키려는 의사가 합치되었다고 보았습니다. 특히 반품하기로 한 캔 엔진오일 F 3,806리터의 소유권은 원고에게 귀속시키고 피고가 이를 위탁받아 판매하기로 한 약정은 단순한 대금 지급 조건 변경이 아니라 기존 캔 엔진오일 공급계약의 합의해제와 새로운 위탁 판매 계약의 성립으로 해석되었습니다. 따라서 기존 엔진오일 공급계약은 합의해제로 종료되었고 피고는 새로운 정산 약정에 따른 채무만 부담하므로 원고의 잔여 물품대금 청구는 이유 없다고 판단되었습니다. 합의해제된 계약의 효력이 자동으로 부활하는 것은 아니므로 원고가 주장한 피고의 의무 불이행으로 기존 계약이 다시 유효해진다는 주장은 받아들여지지 않았습니다.
계약 내용 변경 시에는 기존 계약의 효력 소멸 여부 및 새로운 계약의 내용을 명확히 문서화해야 합니다. 특히 물품대금 지급, 반품, 보관, 위탁 판매 등 복잡한 조건 변경 시에는 구체적인 합의 내용을 서면으로 남겨 분쟁의 소지를 줄여야 합니다. 일부 물품에 대한 반품 및 정산이 이루어질 경우 남은 물품에 대한 계약 관계가 어떻게 되는지 명확히 해야 합니다. 이번 사례처럼 전체 계약의 합의해제로 이어질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반품된 물품의 보관 및 위탁 판매를 합의할 경우 소유권의 귀속 여부, 보관 비용, 판매 수익의 정산 방법, 판매 기간, 유통기한 경과 시 처리 방법 등 상세한 조건을 사전에 합의하고 기록해두는 것이 중요합니다. 특정 조건(예: 다른 물품 대금의 정상 결제)을 전제로 하는 합의라면 그 전제 조건과 불이행 시의 효과를 명시적으로 합의서에 포함해야 합니다. 묵시적인 전제는 법원에서 인정되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계약이 합의해제된 후에는 특별한 약정이 없는 한 기존 계약의 효력이 자동으로 부활하지 않으므로 기존 계약을 다시 유효하게 하려면 별도의 합의가 필요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