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압류/처분/집행
원고 A는 피고 B의 남편 C이 운영하는 회사에 20억 원을 빌려주면서 담보로 B 명의의 약속어음을 받았습니다. 그러나 C은 B의 허락 없이 B의 인감도장과 인감증명서를 이용하여 어음을 발행한 것이었습니다. 대여금을 변제받지 못한 A가 B에게 어음금 지급을 청구하자 B는 어음을 발행한 적이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법원은 C이 어음을 발행할 실제 권한은 없었지만, A가 C에게 그 권한이 있다고 믿을 만한 정당한 이유가 있었다고 보아 피고 B에게 민법상 표현대리 책임을 인정하여 20억 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한 사건입니다.
원고 A는 피고 B의 남편 C이 운영하는 회사가 자금난을 겪자 20억 원을 대여해 주기로 했고 이에 대한 담보로 피고 B 명의의 약속어음을 제공받기로 하였습니다. C은 B의 인감도장과 인감증명서를 이용해 B 명의로 약속어음을 발행하여 A에게 교부했습니다. 그러나 회사가 약정된 기일까지 대여금을 변제하지 못했고, 원고 A가 피고 B에게 어음금 지급을 청구하자 피고 B는 본인이 직접 어음을 발행한 사실이 없으며 남편 C이 본인의 인감도장과 인감증명서를 다른 목적으로 사용한다고 속여 이를 편취하여 약속어음을 위조한 것이라고 주장하면서 어음금 지급을 거부하여 소송으로 이어졌습니다.
피고 B가 남편 C에게 약속어음 발행에 대한 실제 대리권을 수여했는지 여부와, 설령 대리권을 수여하지 않았더라도 원고 A가 C에게 그러한 대리권이 있다고 믿을 만한 정당한 이유가 있었는지 여부 (민법 제126조 표현대리 책임 성립 여부).
피고 B는 원고 A에게 20억 원 및 이에 대해 2020년 1월 1일부터 다 갚는 날까지 연 12%의 비율로 계산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해야 하며 소송비용은 피고가 부담한다.
법원은 피고 B가 남편 C에게 약속어음 발행에 대한 실제 대리권을 수여했다고 인정하기는 어렵다고 보았습니다. 그러나 피고 B가 주식회사 D의 이사 등재를 위해 자신의 인감도장과 인감증명서를 C에게 직접 교부한 사실이 있고, 법무사가 이를 확인했으며, B가 당시 D의 사내이사로 재직 중이어서 차용 및 어음 발행을 알고 있을 것이라고 원고 측이 판단할 만한 사정이 있었습니다. 또한 원고 A와 C 부부가 매우 친밀한 관계였고 원고가 C에게 거액을 쉽게 빌려줄 만큼 신뢰가 두터웠던 점 등을 종합하여 원고 A가 C에게 B 명의로 약속어음을 발행할 권한이 있다고 믿은 데 정당한 이유가 있었다고 판단했습니다. 따라서 피고 B는 민법 제126조에 따른 표현대리 책임을 져야 한다고 결론 내렸습니다.
민법 제126조 (권한을 넘은 표현대리): 대리인이 그 권한 외의 법률행위를 한 경우에 제삼자가 그 권한이 있다고 믿을 만한 정당한 이유가 있는 때에는 본인은 그 행위에 대하여 책임이 있습니다. 이 사건에서 법원은 피고 B가 남편 C에게 약속어음 발행에 대한 명시적인 대리권을 수여하지는 않았다고 보았습니다. 그러나 B가 C에게 D의 이사 등재를 목적으로 인감도장과 인감증명서를 직접 발급받아 교부한 사실, B가 D의 사내이사로 재직 중이었다는 점, 원고 A와 C 부부가 오랜 기간 친밀한 관계를 유지해왔다는 점 등을 종합하여 원고 A가 C에게 약속어음 발행 권한이 있다고 믿은 데 정당한 이유가 있었다고 판단했습니다. 즉, 피고 B가 C에게 D의 이사 등재라는 특정 권한을 수여하면서 관련 서류를 제공한 것이 비록 약속어음 발행과는 다른 목적이었지만, 그러한 외형적인 상황들이 원고 A로 하여금 C에게 약속어음을 발행할 권한이 있다고 오인하게 할 만한 '정당한 이유'가 되었다고 보아 민법 제126조에 따라 피고 B에게 책임을 인정한 것입니다. 이는 본인이 대리인에게 특정 권한을 주었으나 대리인이 그 권한을 넘어 다른 법률행위를 한 경우, 상대방이 대리인에게 그 권한이 있다고 믿은 것이 합리적이라면 본인에게 책임을 묻는 법리입니다.
본인의 인감도장, 인감증명서, 신분증 등 중요한 서류나 정보는 그 사용 목적을 명확히 하고 대리권의 범위를 구체적으로 정하여 직접 관리해야 합니다. 가까운 가족이나 지인이라고 할지라도 금전 거래와 관련된 서류 작성이나 대리 행위를 맡길 때는 반드시 위임장 등 서면으로 대리권의 범위와 내용을 명확히 해두는 것이 중요합니다. 타인 명의의 약속어음을 받거나 보증을 설 때는 발행인 또는 보증인이 직접 서명했는지 혹은 정당한 대리권이 있는 대리인이 서명했는지 확인하고 대리권에 대한 증빙 서류 (위임장, 인감증명서 등)를 철저히 확인해야 합니다. 민법상 표현대리가 인정되는 경우 본인이 직접 행위하지 않았더라도 그 책임에서 벗어나기 어려우므로 대리권 수여와 유사한 외관을 형성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합니다. 특히 인감도장이나 인감증명서를 직접 발급받아 교부하는 행위는 대리권 수여로 오인될 수 있는 중요한 증거가 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