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채무 · 행정
채무자 K는 부친 L의 사망 후 상속재산 분할협의를 통해 자신의 상속지분(15분의 2)에 해당하는 부동산을 배우자인 피고 B에게 모두 귀속시켰습니다. 그러나 K는 당시 채무초과 상태였고 해당 상속지분이 유일한 재산이었습니다. 이에 K에게 돈을 받을 권리가 있는 원고 주식회사 A는 K와 피고 B 사이의 상속재산 분할협의가 채권자의 권리를 침해하는 '사해행위'에 해당한다며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법원은 K의 상속재산 분할협의를 사해행위로 인정하고, 일부 부동산에 대해서는 소유권 이전등기 말소를, 다른 부동산에 대해서는 가액 배상을 명령하여 원고의 손을 들어주었습니다.
원고 주식회사 A는 K에게 2021년 6월 27일 기준으로 총 86,122,862원의 채권(빌려준 돈)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K의 부친 L이 2015년 6월 13일 사망하면서 상속이 개시되었고, K의 상속지분은 15분의 2였습니다. 당시 K는 이 상속지분 외에는 별다른 재산이 없는 채무초과 상태였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K는 다른 상속인들과의 상속재산 분할협의를 통해 자신의 상속지분 전체를 망인의 배우자인 피고 B에게 귀속시키는 것에 동의했습니다. 이로 인해 K는 사실상 자신의 유일한 재산을 잃게 되었고, 채권자인 원고는 K로부터 채권을 회수할 수 있는 공동 담보가 감소했다고 판단하여 이 소송을 제기하게 되었습니다.
채무초과 상태에 있는 상속인이 자신의 유일한 재산인 상속지분을 포기하고 다른 상속인에게 귀속시킨 상속재산 분할협의가 채권자의 권리를 침해하는 '사해행위'에 해당하는지, 그리고 사해행위로 인정될 경우 그 취소 범위와 원상회복 방법은 무엇인지가 주요 쟁점이었습니다.
법원은 피고 B와 K 사이의 상속재산 분할협의가 원고인 주식회사 A의 채권을 해하는 사해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했습니다. 구체적으로, 별지 목록 제1항 및 제17항 기재 각 부동산 중 K의 15분의 2 지분에 관한 상속재산 분할협의를 취소하고, 피고 B와 피고 C에게 해당 지분에 대한 소유권이전등기 말소등기 절차를 이행하도록 명령했습니다. 또한, 나머지 가액배상 대상 부동산에 대해서는 69,947,360원의 한도 내에서 상속재산 분할협의를 취소하고, 피고 B는 원고에게 69,947,360원 및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판결 확정일 다음날부터 연 5%)을 지급하라고 명령했습니다. 더불어 피고 C, D, E, F, G, I, J는 피고 B와 공동으로 전득한 부동산의 공동담보가액에 해당하는 금액 및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원고에게 지급하도록 판결했습니다. 소송비용은 피고들이 부담하도록 했습니다.
법원은 채무자가 유일한 재산인 상속지분을 포기하는 상속재산 분할협의는 사해행위에 해당할 수 있음을 명확히 하였고, 이에 따라 해당 협의를 취소하고 원상회복 조치를 통해 채권자의 권리를 보호했습니다. 이는 채무자의 재산 도피 행위를 방지하고 채권자의 정당한 권리를 구제하는 중요한 판결입니다.
본 판결은 채권자취소권(민법 제406조)과 상속재산 분할협의의 사해행위 해당 여부에 대한 법리를 적용했습니다.
채권자취소권: 채무자가 채권자를 해칠 것을 알고 재산을 처분하는 등의 법률행위(사해행위)를 한 경우, 채권자가 그 행위를 취소하고 재산을 원래대로 돌려놓을 것을 법원에 청구할 수 있는 권리입니다. 이 사건에서는 K가 채무초과 상태에서 상속지분을 포기한 행위가 사해행위로 인정되었습니다.
상속재산 분할협의의 성격: 상속재산 분할협의는 상속인들이 상속재산을 어떻게 나눌지 합의하는 것으로, 그 성질상 '재산권을 목적으로 하는 법률행위'에 해당합니다. 따라서 이 협의 또한 채권자취소권의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대법원 2007. 7. 26. 선고 2007다29119 판결).
사해행위의 판단 기준: 채무자가 자신의 유일한 재산을 팔아서 소비하기 쉬운 돈으로 바꾸거나 다른 사람에게 공짜로 넘기는 행위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채권자에게 사해행위가 됩니다. 이 사건의 K처럼 채무초과 상태에서 상속재산 분할협의를 통해 자신의 상속분에 대한 권리를 포기하여 채권자들의 공동 담보가 줄어든 경우에도 원칙적으로 사해행위에 해당합니다.
원상회복의 방법 (가액배상): 사해행위로 취소된 경우, 재산을 원래 상태로 돌려놓는 것이 원칙입니다. 그러나 만약 재산이 이미 제3자에게 넘어가거나 담보가 설정되어 소유권을 돌려받기 어려울 때는 해당 재산의 가치를 돈으로 배상하는 '가액배상'을 명령할 수 있습니다 (대법원 2001. 12. 27. 선고 2001다33734 판결 참조). 특히, 저당권이 설정된 부동산이 사해행위 이후 저당권이 말소된 경우에는, 사해행위 당시의 부동산 가액에서 저당권의 피담보채무액을 공제한 잔액 한도 내에서 취소 및 가액배상이 이루어집니다.
전득자의 책임: 사해행위로 취득한 재산을 다시 다른 사람에게 넘긴 경우, 이 재산을 취득한 사람(전득자)도 원래의 수익자와 함께 가액배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대법원 2019. 4. 11. 선고 2018다203715 판결 참조).
상속인이 빚이 많은 상태에서 상속재산 분할협의를 할 때에는 신중해야 합니다. 만약 채무자가 자신의 유일한 재산인 상속지분을 포기하거나 다른 사람에게 귀속시키는 경우, 이는 채권자의 권리를 해하는 '사해행위'로 간주되어 법원에 의해 취소될 수 있습니다. 상속재산 분할협의는 재산권을 목적으로 하는 법률행위이므로, 채무초과 상태의 상속인이 자신의 상속분을 포기하여 채권자에게 손해를 끼치는 경우 해당 협의는 취소될 수 있으며, 이로 인해 상속받은 사람이나 그 재산을 다시 취득한 사람들은 원상회복 의무를 지게 됩니다. 원상회복은 부동산의 소유권 등기 말소뿐만 아니라, 부동산이 이미 다른 사람에게 넘어가거나 담보가 설정되어 돌려주기 어려울 경우 그 가액을 돈으로 배상해야 할 수도 있습니다. 따라서 채무가 있는 상속인이라면 상속재산 분할 시 채권자에게 피해가 가지 않도록 주의해야 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