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직 단체의 회원 징계가 무효임을 확인한 사건

피고 P단체는 Q 전문의들로 구성된 단체로, 회장 선출 방식을 놓고 간선제를 유지하려는 집행부와 직선제를 요구하는 회원들 사이에 갈등이 있었습니다. 이에 원고들을 비롯한 회원들은 피고를 상대로 여러 소송을 제기하고, 회원총회를 통해 직선제 방식의 '원고 단체'를 설립했습니다. P단체는 이러한 행위를 이유로 원고 15명에게 회원권리정지 3년 또는 제명 처분을 내렸습니다. 법원은 피고의 징계 처분이 정당한 징계 사유가 없으며, 설령 징계 사유가 일부 인정된다 하더라도 징계 재량권을 남용하여 무효라고 판결했습니다.

관련 당사자

• 원고 A부터 O까지 (피고 P단체의 회원으로, 회장 선출 방식 변경을 요구하고 소송을 제기하며 별도 단체를 설립한 이들)
• 피고 P단체 (Q 전문의들로 구성된 전문직 단체)

분쟁 상황

피고 P단체는 2014년부터 회장 선출 방식을 놓고 내부 갈등을 겪었습니다. 기존 대의원총회를 통한 간선제에서 회원총회를 통한 직선제로의 변경을 요구하는 회원들이 많았으나, 피고 집행부는 간선제를 유지하려 했습니다. 이로 인해 피고는 차기 회장 선출을 위한 대의원총회 개최에 어려움을 겪었고, 일부 대의원 선출 절차의 하자를 이유로 법원으로부터 개최 금지 가처분 결정이 내려지기도 했습니다. 2015년 9월, 원고들을 포함한 회원 약 629명이 회원총회 소집을 요구했으나 거부당하자,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하여 회원총회를 개최했습니다. 이 총회에서 피고와 유사한 명칭인 'P단체'를 설립하고, 회원 직접 투표를 통한 직선제로 회장을 선출하는 정관을 제정한 뒤 원고 D을 회장으로 선출했습니다. 이에 피고 윤리위원회는 2018년 1월, 원고들의 소송 제기 및 별도 단체 설립을 이유로 원고들에 대해 회원권리정지 또는 제명이라는 징계 처분을 내렸고, 원고들은 이 징계가 무효임을 확인해달라며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핵심 쟁점

이 사건 징계 결정이

1. 징계 절차에 위법이 없는지 여부
2. 징계 사유가 존재하는지 여부 (피고에 대한 소송 제기 및 동일 명칭의 원고 단체 설립)
3. 징계 재량권 일탈 및 남용에 해당하는지 여부

법원의 판단

법원은 피고 P단체가 2018년 1월 6일 원고 A, N, O에게 내린 각 회원권리정지 3년 징계 결정과 원고 B, C, D, E, F, G, H, I, J, K, L, M에게 내린 각 제명 징계 결정이 모두 무효임을 확인했습니다. 소송 비용은 피고 P단체가 부담하도록 했습니다.

결론

재판부는 원고들의 피고에 대한 소송 제기 행위가 헌법상 보장된 정당한 권리 행사로 보았고, 원고 단체 설립 또한 직선제 도입이라는 정당한 목적을 가지고 이루어졌으며, 피고가 이후 직선제 방식을 채택했음에도 중징계를 내린 것은 과도하다고 판단했습니다. 따라서 이 사건 징계 결정은 징계 사유가 존재하지 않거나, 설령 존재하더라도 징계 재량권을 일탈·남용한 것으로 보아 무효라고 결론 내렸습니다.

연관 법령 및 법리

1. 민법 제42조 제1항 (정관 변경)​: 이 조항은 사단법인의 정관 변경은 총회 의결사항임을 규정하고 있습니다. 본 판례에서는 피고 단체 정관에 회원총회 규정이 없었음에도, 법원이 민법상 사단법인 총회 규정을 유추 적용하여 회원총회에서 정관을 변경할 수 없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판단함으로써, 단체 구성원의 총의가 정관 변경에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음을 시사했습니다.
2. 헌법상 보장된 소권(訴權)​: 소송을 제기하는 행위는 헌법에 의해 보장된 국민의 권리 실현 또는 권리 보호를 위한 수단으로서, 원칙적으로 적법합니다. 따라서 소송 제기가 권리 남용에 해당할 정도로 명백히 위법하지 않는 한, 단체 회원이 단체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것만으로는 징계 사유가 될 수 없다는 법리가 적용되었습니다.
3. 징계 재량권 일탈 및 남용: 단체가 회원에게 징계 처분을 내릴 때에는 정당한 징계 사유가 존재해야 함은 물론, 징계 수위 또한 해당 징계 사유의 경중과 단체의 목적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합리적인 범위 내에서 이루어져야 합니다. 만약 징계가 비합리적이거나 과도할 경우, 징계 재량권을 일탈·남용한 것으로 보아 무효가 될 수 있습니다.

참고 사항

1. 단체 내 회장 선출 방식 등 핵심 쟁점에 대한 의견 차이가 있을 때, 회원들의 정당한 문제 제기와 소송 행위는 헌법상 보장된 권리 행사에 해당할 수 있습니다.
2. 단체 운영 방식에 대한 개혁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아 별도의 단체를 설립하더라도, 그 목적이 기존 단체의 발전이나 통합을 전제로 한 것이고, 명칭 사용에 혼동 방지 노력을 했다면, 해당 행위가 무조건 징계 사유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3. 단체는 회원에 대한 징계 처분을 내릴 때, 징계 사유의 정당성뿐만 아니라 징계 절차의 적법성, 그리고 징계 수위가 해당 행위의 경중과 목적에 비추어 적절한지 여부(징계 재량권 남용 여부)를 신중하게 판단해야 합니다.
4. 특히 회원으로서의 지위를 박탈하는 제명과 같은 중징계는 최후의 수단으로 신중하게 적용해야 하며, 징계 대상 회원들이 주장했던 내용(예: 직선제 도입)이 후에 단체에 의해 수용될 경우, 과거의 징계 사유는 정당성을 잃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