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도/재물손괴 · 공무방해/뇌물
임대인 A는 임차인 B가 운영하는 유치원 건물의 엘리베이터 운행을 2023년 7월 13일부터 17일까지 중단시켜 유치원 영업 업무를 방해했습니다. 또한 임차인이 건물을 인도하지 않고 출입문에 자물쇠를 채워두자, 임대인 A는 2023년 12월 21일, 26일, 27일에 걸쳐 성명불상자로 하여금 임차인 B 소유의 출입문 자물쇠(각 1만 원 상당, 총 9만 원 상당)를 금속절단기로 자르도록 하여 파손했습니다. 이로써 임대인 A는 총 3회에 걸쳐 재물을 손괴했습니다.
피해자 B는 2022년 2월과 2023년 1월에 걸쳐 피고인 A로부터 서울 용산구 D 건물 1, 2, 3층을 임차하여 'C' 유치원을 운영했습니다. 피해자는 2023년 2월과 3월에 일부 차임만 지급하고 이후 차임과 공동관리비를 전혀 지급하지 않아 3기 이상 차임을 연체했습니다. 이에 피고인은 2023년 5월 26일 임대차 계약을 해지했고 같은 해 6월경에는 임대차 보증금이 미납 채무액을 초과하여 소진되었습니다. 피고인은 2023년 7월 28일 피해자를 상대로 건물 인도 소송을 제기했으며 피해자 측은 11월 말까지 건물을 인도하겠다고 답변했습니다. 피해자는 2023년 11월 하순에 이사 나갔지만 건물 출입구에 자물쇠를 채워두고 창문을 모두 가려둔 채 피고인에게 건물을 인도하지 않았습니다. 피고인은 2023년 12월 말 기록적인 한파가 예보되고 건물에 누수가 발생한 적이 있어 동파 방지 및 건물 내부 확인을 위해 피해자에게 연락을 시도했으나 피해자의 연락 두절 및 적극적인 관리 방해로 접근이 어려웠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피고인은 엘리베이터 운행을 제한하고 자물쇠를 파손하는 행위를 하게 되었습니다.
임대인 A의 엘리베이터 운행 중단 행위가 임차인 B의 유치원 영업 업무를 방해한 업무방해죄에 해당하는지 여부와 임대인 A가 임차인 B 소유의 자물쇠를 세 차례에 걸쳐 파손한 행위가 재물손괴죄에 해당하는지 여부입니다. 특히, 임대인 A의 행위가 미납 차임 및 관리비, 무단 점유, 동파 우려 등 임차인의 귀책사유로 인한 정당행위로 인정될 수 있는지가 쟁점이었습니다.
피고인 A에게 벌금 2,500,000원을 선고하며 이 판결 확정일로부터 2년간 위 형의 집행을 유예합니다. 만약 집행유예 선고가 실효 또는 취소되고 피고인이 위 벌금을 납입하지 아니할 경우 100,000원을 1일로 환산한 기간 피고인을 노역장에 유치합니다.
재판부는 피고인의 엘리베이터 운행 제한 및 자물쇠 손괴 행위가 업무방해죄와 재물손괴죄에 해당한다고 판단했습니다. 피고인 측의 정당행위 주장에 대해 피고인이 피해자에게 미리 고지하거나 자물쇠 해제를 요청해보지 않은 점, 엘리베이터 운행 제한이나 자물쇠 해제 요청 없이 즉시 행동해야 할 만큼 긴급한 상황이 아니었다는 점을 들어 정당행위 요건인 행위의 수단이나 방법의 상당성, 긴급성, 보충성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판단하여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다만 피고인이 초범이고 범행 동기에 피해자의 책임이 상당 부분 존재하며 손괴한 재물의 가치도 경미하다는 점을 참작하여 벌금형의 집행유예를 선고했습니다.
본 사건에 적용된 주요 법령과 법리는 다음과 같습니다.
형법 제314조 제1항 (업무방해): 허위의 사실을 유포하거나 위계 또는 위력으로써 사람의 업무를 방해한 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합니다. 본 사례에서는 임대인이 건물 관리업체를 통해 엘리베이터의 운행을 제한하여 임차인의 유치원 영업을 방해한 행위가 '위력'을 사용한 업무방해로 인정되었습니다. 업무방해죄는 실제로 업무 방해의 결과가 발생해야 하는 것은 아니며 업무 방해의 위험을 발생시키는 것만으로도 성립할 수 있습니다.
형법 제366조 (재물손괴): 타인의 재물, 문서 또는 전자기록 등 특수매체기록을 손괴 또는 은닉 기타 방법으로 그 효용을 해한 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7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합니다. 임대인이 임차인 소유의 자물쇠를 절단기로 파손하여 그 효용을 잃게 한 행위가 재물손괴에 해당합니다. 자물쇠의 경제적 가치가 크지 않더라도 타인의 재물을 손괴한 사실이 명확하므로 죄가 성립합니다.
형법 제34조 제1항 (간접정범): 어느 행위로 인하여 처벌되지 아니하는 자 또는 과실범으로 처벌되는 자를 교사 또는 방조하여 죄를 범하게 한 자는 교사 또는 방조의 예에 의하여 처벌한다. 임대인이 성명불상자로 하여금 자물쇠를 자르게 한 행위에 적용될 수 있는 법조항입니다. 즉 직접 자르지 않고 다른 사람을 시켜 재물을 손괴하게 한 경우에도 처벌받을 수 있음을 의미합니다.
형법 제31조 제1항 (공동정범): 2인 이상이 공동하여 죄를 범한 때에는 각자를 그 죄의 정범으로 처벌한다. 간접정범과 함께 적용될 수 있는 법조항으로 여러 사람이 함께 죄를 저지르거나 다른 사람을 이용해 죄를 저지르는 경우의 처벌 규정입니다.
형법 제37조 (경합범): 판결이 확정되지 아니한 수개의 죄 또는 금고 이상의 형에 처한 판결이 확정된 죄와 그 판결확정전에 범한 죄를 경합범으로 한다.
형법 제38조 제1항 제2호 (경합범과 처벌): 경합범을 동시에 판결할 때에는 가장 중한 죄에 정한 형의 장기 또는 다액에 2분의 1을 가중한다. 다만 각 죄에 정한 형의 장기 또는 다액을 합한 형기 또는 금액을 초과할 수 없다. 이 사건에서는 업무방해죄와 재물손괴죄가 병합되어 하나의 형으로 처벌받게 되었으므로 경합범 가중 규정이 적용되었습니다.
형법 제70조 제1항 (노역장 유치): 벌금 또는 과료는 판결확정일로부터 30일내에 납입하여야 한다. 다만 피고인의 자력 또는 건강상태를 고려하여 기간을 연장하거나 분할납부를 허가할 수 있다.
형법 제69조 제2항 (노역장 유치와 벌금): 벌금을 납입하지 아니하는 자는 1일 이상 3년 이하의 기간 노역장에 유치하여 작업에 복무하게 한다. 벌금형이 선고되었을 때 이를 납부하지 않으면 일정 기간 노역장에 유치될 수 있음을 명시한 조항입니다. 본 사례에서는 100,000원을 1일로 환산하여 노역장에 유치하도록 했습니다.
형법 제62조 제1항 (집행유예의 요건):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금고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의 형을 선고할 경우에 제51조의 사항을 참작하여 개전의 정상이 현저한 때에는 그 선고와 동시에 1년 이상 5년 이하의 기간 형의 집행을 유예할 수 있다. 피고인이 초범이고 범행 동기에 참작할 만한 사정이 있으며 손괴한 재물의 가치가 경미하다는 점 등이 고려되어 집행유예가 선고되었습니다.
정당행위 (형법 제20조): 법령에 의한 행위 또는 업무로 인한 행위 기타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아니하는 행위는 벌하지 아니한다. 변호인 측은 피고인의 행위가 임차인의 채무 불이행 및 무단 점유에 대한 최소한의 조치이자 건물의 동파 방지를 위한 행위로서 정당행위에 해당한다고 주장했으나, 법원은 행위의 수단이나 방법의 상당성, 긴급성, 보충성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다고 보아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즉 아무리 정당한 목적이 있어도 법적 절차를 무시하고 직접적인 물리력을 행사하는 것은 사회상규에 위배될 수 있습니다.
임대차 관계에서 분쟁이 발생하더라도 자력구제(스스로 문제를 해결하려는 행위)는 절대 피해야 합니다. 엘리베이터 운행 중단, 출입문 자물쇠 파손 등은 형법상 업무방해죄나 재물손괴죄에 해당하여 처벌받을 수 있습니다. 임차인이 임대료나 관리비를 연체하고 건물을 제대로 인도하지 않더라도, 법적인 절차(예: 명도소송, 강제집행)를 통해 해결해야 합니다. 계약 해지 후 임차인이 건물을 비우지 않거나 자물쇠를 채워두는 등 무단 점유 상태가 지속되면, 임대인은 법원에 인도 명령이나 강제집행 신청을 해야 합니다. 긴급한 상황(예: 동파 우려 등 건물 안전 문제)이 발생하더라도, 임차인에게 먼저 상황을 고지하고 협조를 요청하며, 연락이 닿지 않거나 협조가 어려울 경우에도 사전에 경찰이나 소방 등 공권력의 도움을 받는 것이 안전합니다. 재물손괴죄는 피해 금액이 적더라도 처벌의 대상이 될 수 있으며, 업무방해죄는 업무 방해의 결과가 실제로 발생하지 않고 그 위험만 발생해도 성립합니다. 정당행위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동기나 목적의 정당성, 수단과 방법의 상당성, 법익 균형성, 긴급성, 보충성 등 매우 엄격한 요건을 갖추어야 하므로, 임대인으로서 아무리 정당한 사유가 있더라도 법적 절차를 무시하고 직접 행동하는 것은 정당행위로 인정되기 어렵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