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압류/처분/집행
피고 회사의 영업 고문이었던 원고는 피고의 전 대표이사가 작성한 확인서를 근거로 주식매수선택권이 부여되지 않을 경우 9억 원의 현금을 지급하기로 약정했다고 주장하며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원고는 확인서에 주식매수선택권 부여 의안 상정을 추진하고 불발 시 현금 지급을 명시한 부분이 유효하며, 설령 무효라 하더라도 전 대표이사의 불법행위로 인해 손해가 발생했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나 법원은 현금 지급 약정이 명확히 성립되었다고 보기 어렵고, 설령 성립되었다고 해도 이사회 결의가 없는 이상 무효이며, 불법행위 책임도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하여 원고의 청구를 기각했습니다.
원고 A는 피고 B 주식회사의 영업 고문으로 활동하며 피고의 당시 대표이사 C로부터 확인서를 받았습니다. 이 확인서에는 특정 프로젝트 완료 시 2020년 정기 주주총회에서 주식매수선택권 부여 의안 상정을 추진한다는 내용이 있었습니다. 이후 원고 A는 이 확인서에 주식매수선택권이 부여되지 않을 경우 피고 회사의 기업가치를 기준으로 9억 원을 현금으로 지급한다는 내용을 수기로 추가 기재했고, C는 이에 대해 '지급 방법을 검토하여 알려준다'는 내용으로 별도로 기재하고 서명했습니다. 2020년 주주총회에서 원고에게 주식매수선택권이 부여되지 않자, 원고는 위 약정에 따라 피고에게 9억 원의 현금과 지연손해금을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피고 회사의 전 대표이사가 작성한 확인서에 기재된 주식매수선택권 불발 시 현금 지급 약정이 유효하게 성립했는지 여부와, 이 약정이 회사에 법적 효력이 있는지 여부입니다. 또한 약정이 무효로 판단될 경우, 전 대표이사의 행위가 불법행위에 해당하여 회사가 손해배상 책임을 져야 하는지 여부도 쟁점이 되었습니다.
법원은 원고의 청구를 모두 기각하고, 소송 비용은 원고가 부담하도록 판결했습니다.
법원은 이 사건 확인서에 추가 기재된 현금 지급 의무 부분이 당사자 간의 명확한 의사 합치로 성립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피고의 전 대표이사가 원고의 현금 지급 요구에 대해 '지급 방법을 검토하겠다'고 기재한 것은 법적인 의무를 확정적으로 부담하겠다는 의미가 아니라 사정이 허락하는 한 이행을 위해 노력하겠다는 취지로 해석했습니다. 또한 설령 약정이 성립했더라도, 피고 자산의 상당 부분에 해당하는 9억 원의 지급은 상법 제393조 제1항에 따른 이사회 결의사항에 해당하는데, 이러한 결의가 없었고 원고도 이를 알았거나 중대한 과실로 알지 못했으므로 약정이 무효라고 보았습니다. 따라서 약정의 불성립 또는 무효를 전제로 불법행위 책임도 인정되지 않는다고 판단했습니다.
이 사건에는 다음과 같은 법령과 법리가 적용되었습니다.
상법 제393조 제1항 (이사회 결의사항): 상법 제393조 제1항은 '중요한 자산의 처분 및 양도, 대규모 재산의 차입, 지배인 등의 선임 또는 해임과 같은 회사의 중요한 업무 집행은 이사회의 결의로 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 사건에서 원고가 주장하는 9억 원의 현금 지급 약정은 피고 회사의 자산 중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중요한 자산의 처분에 해당하므로, 이사회 결의를 거쳐야만 유효합니다. 판결은 이사회 결의가 없었고 원고가 이 사실을 알았거나 중과실로 알지 못했다고 보아 해당 약정이 회사에 대해 무효라고 판단했습니다.
계약의 성립 (민법): 계약은 당사자 간의 의사의 합치, 즉 청약과 승낙이 일치할 때 성립합니다. 이 사건에서 원고가 현금 지급 조항을 수기로 추가 기재했으나, 피고의 대표이사 C는 '지급 방법을 검토하여 알려준다'는 취지로 별도 기재하고 서명했을 뿐입니다. 법원은 이를 원고의 제안에 대한 명확한 동의로 보지 않고, 현금 지급 약정에 대한 양 당사자의 의사의 합치가 이루어졌다고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하여 약정 자체가 성립하지 않았다고 보았습니다.
대표권 제한과 표현대표 (상법): 회사의 대표이사는 회사를 대표하여 업무를 집행하지만, 그 대표권은 정관이나 이사회 결의에 의해 제한될 수 있습니다. 중요한 업무집행에 이사회 결의가 필요한 경우, 대표이사가 단독으로 체결한 계약은 원칙적으로 회사에 대해 효력이 없습니다. 다만, 상대방이 대표권 제한 사실을 알지 못했고(선의) 알지 못한 것에 중대한 과실이 없다면(무과실) 회사에 효력이 미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 사건에서는 원고가 이사회 결의가 없음을 알았거나 중대한 과실로 알지 못했다고 보았으므로, 대표이사의 행위가 회사에 유효하다고 볼 수 없었습니다.
불법행위 책임 (민법 제750조): 불법행위 책임은 고의 또는 과실로 인한 위법행위로 타인에게 손해를 가했을 때 발생합니다. 이 사건에서는 현금 지급 약정이 성립하지 않았거나 무효였으므로, 회사 대표이사의 행위를 위법하다고 보기 어렵고, 원고에게 손해가 발생했다고 인정하기도 어렵다고 판단하여 불법행위 책임도 인정되지 않았습니다.
회사의 중요한 재산 처분이나 양도, 대규모 채무 부담 등은 상법상 이사회 결의가 필요할 수 있습니다. 대표이사가 단독으로 약정하더라도 이사회 결의 없이 이루어진 약정은 회사에 대해 무효가 될 수 있습니다. 특히 거래 상대방이 그러한 결의가 없음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던 중대한 과실이 있다면 더욱 그러합니다. 따라서 회사와 중요한 계약을 체결할 때는 대표이사의 서명뿐만 아니라 적법한 이사회 결의 등 내부 절차를 거쳤는지 확인하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또한 계약서의 문구는 명확하게 당사자들의 의사를 반영해야 합니다. '검토하겠다'와 같은 표현은 법적 구속력이 있는 약정으로 해석되기 어려울 수 있으므로, 구체적인 이행 시기와 의무 사항을 명확히 기재해야 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