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혈압 환자 치과 치료 후 사망, 의료과실 불인정 사건

이 사건은 고혈압 병력이 있는 환자가 치과에서 신경 치료와 스케일링을 받은 후 뇌출혈로 사망하자, 유족들이 치과의사에게 의료과실에 따른 손해배상을 청구한 사건입니다. 유족들은 치과의사가 환자의 고혈압 사실을 제대로 확인하지 않고 국소마취제를 투여했으며, 치료 후 환자의 어지럼증 호소에도 불구하고 적절한 조치 없이 퇴원시켰고, 치료 위험성에 대한 설명 의무를 위반했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나 법원은 치과의사가 환자에게 고혈압 여부를 여러 차례 물었으나 환자가 밝히지 않았으며, 국소마취제의 사용과 용량이 의학적으로 안전한 범위 내에 있었고, 뇌출혈 증상이 치료 직후 즉시 나타나지 않았다는 점 등을 근거로 치과의사의 과실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하여 유족들의 청구를 모두 기각했습니다.

관련 당사자

• 원고 (사망한 환자의 유족): 망인의 배우자 A, 망인의 자녀 B, C, D는 사망한 환자의 상속인으로서 치과의사의 의료과실로 인한 손해배상을 청구한 사람들입니다.
• 피고 (치과의사): E는 G치과의원을 운영하며 사망한 환자에게 치과 치료를 진행했던 의사입니다.

분쟁 상황

망인은 2014년 4월 14일 치통으로 피고가 운영하는 G치과의원에 내원하여 16시 25분경부터 16시 36분경까지 영상 촬영 후 17시 20분경 리도카인 국소마취 후 스케일링 및 신경치료를 받았습니다. 망인은 이미 2005년 8월경 뇌경색 발병 이후 항혈소판제(플라빅스)를 처방받아 지속적으로 복용하고 있었던 고혈압 환자였습니다. 망인은 18시 18분경 진료비를 신용카드로 결제하고 병원을 나선 후 18시 46분경 119에 최초로 신고 접수되었는데, 이후 뇌출혈 진단을 받고 사망에 이르게 되었습니다. 이에 망인의 유족들은 치과의사가 망인의 고혈압 병력을 사전에 충분히 확인하지 않고, 에피네프린이 포함된 국소마취제를 투여할 때 내과의사에게 자문을 구하지 않았으며, 치료 후 어지럼증 등 이상 증세가 있었음에도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고 퇴원시켜 결국 사망에 이르게 한 의료과실이 있다며 손해배상을 청구했습니다. 원고들은 피고에게 총 272,279,816원(원고 A에게 137,915,045원, 원고 B, C, D에게 각 65,506,625원) 및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의 지급을 청구하였습니다.

핵심 쟁점

이 사건의 핵심 쟁점은 다음과 같습니다:

1. 치과의사가 환자의 고혈압 등 기왕증(과거병력)을 확인하고 혈압을 측정하며 필요시 내과의사 자문을 구해야 할 주의 의무를 다했는지 여부.
2. 치료 후 환자가 어지럼증을 호소했을 때 경과를 관찰하거나 상급병원으로 전원 조치를 하지 않고 퇴원시킨 과실이 있는지 여부.
3. 고혈압 환자에게 국소마취제 투여 시 발생 가능한 위험성에 대해 설명하고 동의를 받았으며, 귀가 시 필요한 요양 방법 지도를 했는지 여부.
4. 위와 같은 치과의사의 의료행위상 과실과 환자의 사망 사이에 인과관계가 존재하는지 여부.

법원의 판단

법원은 원고들의 항소 및 항소심에서 확장한 청구를 모두 기각하고, 항소 제기 이후의 소송비용은 원고들이 부담하도록 판결했습니다. 이는 피고인 치과의사의 의료과실이 인정되지 않아 손해배상 책임이 없다는 취지입니다.

결론

법원은 환자의 고혈압 사실 미고지, 마취제 사용의 적정성, 뇌출혈 발생 시점 및 증상 발현 양상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치과의사에게 주의 의무 위반이나 설명 의무 위반이 있었다고 보기 어렵고, 치료 행위와 환자 사망 사이에 인과관계를 인정할 증거도 부족하다고 판단하여 유족들의 손해배상 청구를 최종적으로 기각했습니다.

연관 법령 및 법리

이 사건에서 법원은 주로 다음과 같은 법리와 원칙을 적용하여 판단했습니다:

1. 의사의 주의 의무: 의사는 사람의 생명, 신체, 건강을 관리하는 업무의 성질에 비추어 환자의 구체적인 증상이나 상황에 따라 위험을 방지하기 위하여 요구되는 최선의 조치를 취하여야 할 주의 의무가 있으며, 그 의료수준은 통상의 의사에게 의료행위 당시 일반적으로 알려져 있고 또 시인되고 있는 이른바 의학상식을 뜻합니다(대법원 2001. 3. 23. 선고 2000다20755 판결 등). 본 사건에서 법원은 피고 치과의사가 환자의 고혈압 여부를 문진으로 확인하려 했음에도 환자가 고지하지 않은 점, 치과 진료 시 통상적인 혈압 측정이나 내과 자문이 필수가 아니라는 전문가 의견 등을 들어 주의 의무 위반을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2. 의료 과실 및 인과관계 입증의 어려움과 추정: 의료 행위는 고도의 전문적 지식을 필요로 하므로, 일반인으로서는 의사의 의료행위의 과정에 주의의무 위반이 있는지 여부나 그 주의의무 위반과 손해발생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는지 여부를 밝혀내기 매우 어렵습니다. 다만, 수술 도중이나 수술 후 환자에게 중한 결과의 원인이 된 증상이 발생한 경우, 의료상의 과실 이외의 다른 원인이 있다고 보기 어려운 간접사실들을 증명함으로써 의료상의 과실에 기인한 것이라고 추정하는 것도 가능하지만, 의사에게 무과실의 증명책임을 지우는 것까지 허용되지는 않습니다(대법원 2004. 10. 28. 선고 2002다45185 판결 등). 본 사건에서는 뇌출혈의 증상 발현 시점, 망인이 병원을 나설 때의 상태, 에피네프린의 반감기(약 3~5분 정도) 등을 종합하여 피고의 치료 행위와 망인의 사망 사이에 직접적인 인과관계를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3. 의사의 설명 의무: 의사의 환자에 대한 설명 의무는 진료의 모든 단계에서 발생하나, 특히 수술 등 침습적인 의료 행위나 사망 등 중대한 결과 발생이 예측되는 의료 행위 시에는 환자가 스스로 자기결정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질병의 증상, 치료 방법, 예상되는 위험성 등을 설명해야 합니다(대법원 1995. 4. 25. 선고 94다27151 판결 등). 또한, 수술 등의 당해 의료행위의 결과로 후유 질환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으면 이를 억제하기 위한 요양 방법이나 대처 방법을 설명·지도할 의무도 있습니다(대법원 2010. 7. 22. 선고 2007다70445 판결). 그러나 본 사건에서는 피고의 의료 행위가 망인의 뇌출혈 발생과 직접적인 관련이 있다고 인정되지 않아 설명 의무 위반 역시 인정되지 않았습니다.

참고 사항

1. 환자의 과거 병력 고지 의무: 치과 치료를 포함한 모든 의료 행위 전에 환자는 자신의 모든 과거 병력, 특히 고혈압, 당뇨, 심혈관계 질환, 복용 중인 약물 등을 의료진에게 정확하게 알려야 합니다. 환자가 병력을 적극적으로 고지하지 않으면, 의료진이 이를 확인하기 어렵다는 점이 법적 판단에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2. 의료진의 문진 및 확인 노력: 의료진은 환자에게 병력 관련 질문을 할 때, 단순히 “병력이 있나요?”라고 묻기보다는 고혈압, 당뇨 등 특정 질환을 명시하여 확인하고, 필요하다면 추가적인 질문이나 기본적인 검사를 고려해야 합니다.
3. 국소마취제 사용과 혈압 관리: 에피네프린이 함유된 국소마취제는 혈관 수축 작용이 있어 고혈압 환자에게 주의가 필요하지만, 의학적으로 안전한 용량 범위(0.018~0.039mg 에피네프린) 내에서는 일반적으로 심한 심혈관 질환자가 아닌 경우 사용될 수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환자의 현재 혈압 상태(예: 혈압 180/110mmHg 이하이며 조절되는 경우)와 기저 질환의 조절 여부입니다.
4. 의료 사고 발생 시 증거 확보: 만약 의료 행위 후 이상 증상(어지럼증, 구토, 두통, 마비, 의식 저하 등)이 발생했다면, 언제 어떤 증상이 나타났는지, 의료진에게 알렸는지 여부, 그리고 의료진의 조치 내용 등을 상세히 기록하고 증거를 확보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특히 병원 퇴원 직후 증상이 발현된 경우, 병원 내에서의 관찰 소홀 여부가 쟁점이 될 수 있습니다.
5. 설명의무의 범위: 의사의 설명 의무는 모든 의료 행위에 걸쳐 발생하지만, 특히 수술 등 침습적인 의료 행위나 사망 등 중대한 결과 발생의 개연성이 있는 경우, 환자의 자기결정권 행사를 위한 정보 제공이 중요합니다. 비침습적 시술이거나, 환자의 중대한 결과가 의료 행위로 인한 것이 아니라고 판단될 경우 설명 의무 위반이 인정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