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행정
재단법인 H의 본부장 A가 사적인 업무 지시, 용역업체 선정 개입, 성희롱 등의 사유로 면직 처분을 받은 후, 그 처분의 효력을 정지하고 급여를 미리 달라는 가처분을 신청했으나 법원이 기각한 사건입니다. 법원은 일부 징계사유에 대해 징계시효가 지났음을 인정하면서도, 나머지 징계사유는 정당하며 면직 처분이 재량권을 남용한 것으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또한, 면직 처분이 무효로 인정되더라도 추후 임금 전액을 받을 수 있으므로 급박한 보전의 필요성도 없다고 보았습니다.
신청인 A는 2011년 4월부터 재단법인 H의 벤처기업본부 본부장으로 근무했습니다. 2018년 11월, 재단은 A에 대한 익명 제보를 바탕으로 조사를 진행했고, 2015년부터 2017년까지 직원에게 사적인 일(대학원 과제, 술자리 동행 및 개인차량 운전)을 지시하고, 심사위원 배정 및 용역업체 선정에 개입했으며, 총 5건의 성희롱을 했다는 4가지 면직 사유를 확인했습니다. 재단 인사위원회는 이를 중대한 비위로 판단하여 A의 면직을 의결했고, 재단 이사장은 2018년 11월 27일 A에게 면직 처분을 통보했습니다.
이에 A는 서울지방노동위원회에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제기했습니다. 서울지노위는 일부 면직 사유(사적인 일 지시, 성희롱)는 인정되지만 면직 처분이 과도하여 부당해고에 해당한다고 판정하며, A를 원직에 복직시키고 해고 기간 동안의 임금 상당액을 지급하라고 명령했습니다. 재단이 중앙노동위원회에 재심을 신청했으나 기각되었습니다.
이후 A는 서울중앙지방법원에 면직 처분의 효력을 정지하고 본안 판결 확정 시까지 매월 6,251,316원의 비율로 급여를 임시로 지급해 달라는 가처분을 신청했습니다.
이 사건의 주요 쟁점은 다음과 같습니다.
법원은 신청인 A의 면직 처분 효력 정지 및 급여 가불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습니다. 이에 따라 신청인은 소송비용을 부담하게 되었습니다.
법원은 징계시효가 지난 일부 사유는 면직 사유로 삼을 수 없다고 보았으나, 나머지 사유들(직원에게 사적인 일 지시, 심사위원 배정 및 용역업체 선정 개입, 성희롱 등)은 징계 사유로 인정될 여지가 충분하다고 판단했습니다. 면직 절차에도 중대한 하자가 없으며, 면직 처분이 재량권을 일탈·남용하여 객관적으로 명백히 부당하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특히, 노동위원회와 달리 법원은 제3면직사유(심사위원 배정 및 용역업체 선정 개입)도 징계사유에 해당할 여지가 있다고 보았습니다. 또한, 신청인의 본안 소송 승소 시 밀린 임금을 받을 수 있으므로, 재단에 큰 부담을 주는 가처분 신청을 인용할 만큼 급박한 보전의 필요성도 없다고 결론 내렸습니다.
• 민사집행법 제300조 제2항 (임시의 지위를 정하기 위한 가처분) 이 조항은 다툼이 있는 권리관계에 대해 본안 소송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 현저한 손해를 피하거나 급박한 위험을 막기 위해 또는 그 밖의 필요한 이유가 있을 때 임시로 어떤 지위를 정하는 가처분을 허용합니다. 법원은 이 가처분 신청을 판단할 때, 양 당사자의 이해득실 관계, 본안 소송의 승패 예상, 기타 모든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재량껏 결정해야 합니다. 특히, 이 사건처럼 가처분이 인용될 경우 신청인의 본부장 지위가 회복되는 등 사실상 본안 소송 패소와 같은 효과가 피신청인에게 발생하는 경우에는, 피보전권리(가처분을 통해 보호하려는 권리)의 존재 여부와 보전의 필요성을 더욱 신중하게 판단합니다. • 징계시효의 법리 (대법원 2014. 6. 12. 선고 2014두4931 판결 등 참조) 징계시효는 근로자가 오랫동안 불안정한 지위에 놓이는 것을 방지하고, 사용자가 장기간 징계권 행사를 게을리하여 근로자가 징계권을 행사하지 않으리라는 기대를 갖게 된 상황에서 새삼스럽게 징계하는 것이 신의칙에 반하는 것을 막기 위한 제도입니다. 헌법상 진정소급효가 허용되지 않는 원칙에 따라, 징계 규정이 개정되어 징계시효가 연장되었다 하더라도, 개정 규정 시행 전에 이미 징계시효가 완성된 사유에 대해서는 새로운 연장된 징계시효를 적용할 수 없습니다. 이 사건에서도 2018년 7월 9일 이전 2년의 징계시효가 지난 사유들은 징계사유로 삼을 수 없다고 판단되었습니다. • 징계 재량권 일탈·남용 판단 기준 (대법원 2004. 6. 25. 선고 2002다51555 판결 등 참조) 근로자에게 징계사유가 있을 때 어떤 징계 처분을 할지는 기본적으로 징계권자(사용자)의 재량에 속합니다. 다만, 징계권자가 재량권을 행사한 결과가 사회통념상 현저하게 타당성을 잃어 재량권을 남용한 것으로 인정되는 경우에만 해당 징계 처분이 위법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징계 처분이 사회통념상 현저히 부당하다고 판단하려면 구체적인 사례에서 징계 내용이 객관적으로 명백히 부당하다고 인정될 수 있어야 합니다. 여러 징계사유 중 일부가 인정되지 않더라도, 남아있는 다른 징계사유만으로도 해당 징계 처분의 타당성이 충분히 인정된다면 그 처분은 위법하지 않습니다. 징계 양정을 판단할 때는 평소 행실, 근무성적, 이전 징계 이력 외에도 징계사유 전후의 비위 사실도 참고자료로 활용될 수 있습니다.
• 징계시효의 중요성: 징계사유가 발생한 시점으로부터 일정 기간(이 사건의 경우 2년)이 지나면 더 이상 해당 사유로 징계할 수 없습니다. 징계규정이 개정되어 시효가 연장되더라도, 개정 전 이미 시효가 완성된 사유에는 새로운 규정이 적용되지 않습니다. 이는 근로자의 예측 가능성과 신의칙을 보호하기 위함입니다. • 징계사유의 구체적 특정: 징계사유가 지나치게 포괄적이거나 불분명하면 근로자의 방어권 행사에 어려움을 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 사건에서는 연도 등으로 특정되어 있고, 피고인이 내용을 상당 부분 파악하고 소명한 점을 고려하여 방어권 행사에 중대한 장애가 있었다고 보지 않았습니다. • 노동위원회와 법원의 판단 차이: 노동위원회는 주로 징계 양정의 적정성(징계 수위의 적절성)에 중점을 두어 부당해고 여부를 판단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반면, 법원은 징계사유의 존재 여부, 절차의 적법성, 그리고 징계권자의 재량권 일탈·남용 여부를 더 폭넓게 검토합니다. 이 사건의 경우, 노동위원회는 면직 처분이 양정 과도로 부당하다고 보았으나, 법원은 징계사유가 상당수 인정되며 면직이 재량권을 벗어난 정도로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 형사 처벌과 징계의 관계: 특정 행위가 형사법상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하더라도, 그것이 직장 내 규정이나 사회 통념상 부적절한 행위, 즉 징계 사유가 될 수 없는 것은 아닙니다. 직장 내 징계는 형사 처벌과는 별개의 기준과 목적으로 이루어집니다. • 가처분 신청의 신중한 고려: 면직 등 해고 처분의 효력 정지 가처분은 본안 소송의 결과에 준하는 효과를 가져올 수 있으므로, 법원은 신청인의 손해와 기업의 부담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신중하게 결정합니다. 급박한 보전의 필요성이 인정되어야 하며, 본안 소송에서 승소 시 충분한 손해 전보(예: 밀린 임금 지급)가 가능하다면 가처분 신청이 기각될 가능성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