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
이 사건은 대형 음료 회사(원고)가 국내 보틀러(D 주식회사)와의 계약 기간 만료 후 음료 원액 공급을 중단한 행위에 대해 공정거래위원회가 내린 시정조치 명령의 취소를 구한 사건입니다. 원고는 계약 기간이 만료되었으므로 공급 중단은 정당하다고 주장했으나, 법원은 원고가 자신의 우월적 지위를 이용하여 D 주식회사의 자산 인수 협상에서 일방적인 조건을 관철하려 한 부당한 거래 거절 행위라고 판단했습니다. 결과적으로 법원은 공정거래위원회의 시정조치 명령이 적법하다고 보아 원고의 청구를 기각했습니다.
미국 B 회사와 A 주식회사는 1974년부터 국내 4개 보틀러들과 음료 원액 공급 및 상표 사용에 대한 보틀러 계약을 체결해 왔습니다. D 주식회사는 그중 한 곳으로, 대구, 경북, 대전, 충청남북도 지역에서 B 제품을 생산, 판매할 권리를 가지고 있었고, A 주식회사로부터 음료 원액을 독점적으로 공급받았습니다. 계약은 1991년에 갱신되어 1996년 6월 1일에 만료될 예정이었는데, 계약서에는 자동 연장 권리가 없음을 명시했습니다. 1993년부터 미국 B 회사와 A 주식회사는 한국 내 B 사업의 구조 재편을 위해 '단일 보틀러 통합 방안'을 추진했으며, 1996년 11월 4일에는 D 주식회사를 포함한 3개 보틀러의 B 사업 관련 자산을 M 주식회사에 양도하는 매수 제안을 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A 주식회사는 D 주식회사에게 1997년 4월 1일까지의 단기 수권서만 부여하며, 자산 인수 협상이 원활하지 않으면 그 이후에는 원액 공급을 중단하겠다고 통보했습니다. D 주식회사는 A 주식회사가 제시한 자산 매수 가격이 지나치게 낮다며 이를 거절했고, 이에 A 주식회사는 1997년 3월 20일경부터 D 주식회사에 음료 원액 공급을 중단했습니다. D 주식회사는 A 주식회사의 이러한 행위가 공정거래법상 불공정 거래 행위라고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했고, 공정거래위원회는 A 주식회사에 시정조치 명령을 내렸습니다.
이 사건의 주요 쟁점은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A 주식회사와 D 주식회사 사이에 1997년 말까지 음료 원액을 공급하기로 하는 묵시적인 합의가 있었는지 여부입니다. 둘째, A 주식회사의 음료 원액 공급 중단 행위가 독점규제및공정거래에관한법률(이하 공정거래법)상 '부당한 거래 거절 행위'에 해당하는지 여부입니다. 셋째, 공정거래위원회가 A 주식회사에게 내린 '법 위반 사실 공표 명령'이 비례의 원칙에 위반되는 부당한 조치인지 여부입니다.
법원은 원고 A 주식회사의 청구를 기각하고, 소송 비용은 원고가 부담하도록 판결했습니다. 이는 공정거래위원회가 A 주식회사에 내린 시정조치 명령(음료 원액 공급 중단 행위에 대한 중지 및 법 위반 사실 공표 명령)이 적법하다고 인정한 것입니다.
법원은 A 주식회사와 D 주식회사 사이에 1997년 말까지 음료 원액 공급을 지속하기로 하는 묵시적인 합의는 없었다고 판단했습니다. 그러나 원고의 음료 원액 공급 중단 행위는 D 주식회사와의 자산 인수 협상 과정에서 원고가 자신의 독점적인 음료 원액 공급자로서의 우월적 지위를 이용하여 D 주식회사에게 일방적으로 결정한 인수 가격과 조건을 관철하려 한 '경쟁 제한적인 목적'이 있었다고 보았습니다. 또한 이 거래 거절 행위는 그러한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실효적인 수단이었다고 판단하여 공정거래법 제23조 제1항에서 규정하는 '부당한 거래 거절 행위'에 해당한다고 보았습니다. 법 위반 사실 공표 명령의 적법성에 대해서도 법원은 원고의 법 위반 정도, D 주식회사의 피해 정도, 공정하고 자유로운 거래 질서 확립이라는 공익적 목적 등을 고려할 때 비례의 원칙에 위반되지 않는 적법한 조치라고 결론 내렸습니다.
이 사건에는 다음과 같은 법률 및 법리가 적용되었습니다.
1. 독점규제및공정거래에관한법률 (공정거래법) 제23조 제1항 제1호 (불공정거래행위의 금지: 부당한 거래거절)
2. 독점규제및공정거래에관한법률 시행령 제36조 제1항 별표 제1항 나목 (기타의 거래거절)
3. 독점규제및공정거래에관한법률 제24조 (시정조치)
4. 신의성실의 원칙 및 비례의 원칙
계약 관계에 있는 당사자가 자신의 우월적 지위를 이용하여 상대방에게 불리한 조건을 강요하거나 거래를 중단하는 경우, 불공정 거래 행위에 해당할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합니다. 계약 기간이 명시적으로 만료되었더라도, 장기간의 계속적 거래 관계에서 거래 종료 시점을 신의성실의 원칙에 따라 충분히 예측 가능하도록 하거나, 사업 재편 등 중요한 변화가 있을 경우 상대방의 사업 활동이 중단되지 않도록 합리적인 조치를 취해야 합니다. 특히, 특정 원재료나 서비스 공급에 대한 독점적 지위를 가진 사업자는 계약 갱신이나 거래 관계 종료 시에도 상대방의 선택권을 실질적으로 제한하는 방식으로 거래를 거절해서는 안 됩니다. 새로운 사업 구조 개편을 추진할 때는 관련 사업자들과 충분한 협의를 거쳐 예상치 못한 분쟁이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 합니다. 사업 재편 과정에서 자산 인수 등의 협상이 진행될 경우, 합리적이고 객관적인 평가 기준에 따라 가격과 조건을 제시해야 하며, 일방적인 조건 강요는 우월적 지위 남용으로 비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