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건축 상가 구분소유자의 위탁자 지위 확인 판결

재건축 정비사업의 사업시행자인 신탁업자에게, 사업시행자 지정에 동의했으나 별도의 신탁계약을 체결하지 않은 상가 구분소유자들이, 자신들이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상 '위탁자' 지위에 있음을 확인해 달라고 소송을 제기한 사건입니다. 법원은 재건축사업에 동의한 토지등소유자는 신탁계약 체결 여부와 관계없이 위탁자 지위를 가진다고 보았습니다. 또한 상가 점포들이 벽체로 구분되고 개별 출입문이 있는 등, 구조적, 이용적 독립성을 갖추었으며, 개별적인 매매 등이 이루어져 구분소유가 성립한다고 판단하여, 원고들이 위탁자 지위에 있음을 확인하는 판결을 내렸습니다.

관련 당사자

• 원고들 (A, B, C, D, E, F, G): 서울 영등포구 K·L아파트 재건축 정비구역 내 상가건물의 지하 1층을 공유하던 소유자들로, 이후 각 점포별로 구분소유권 이전등기를 마친 사람들입니다.
• 피고 (H 주식회사): 서울 영등포구 K·L아파트 재건축 정비사업의 사업시행자로 지정된 신탁업자입니다.

분쟁 상황

서울특별시 영등포구 J 일대에서 K·L아파트 재건축 정비사업이 진행되었고, 2020년 9월 24일 피고 H 주식회사가 이 사업의 사업시행자로 지정되었습니다. 원고들은 이 정비구역 내 상가건물 지하 1층의 공유자들로 등기되어 있었으며, 이후 각 점포별로 구분소유권 이전등기를 마쳤습니다. 원고들은 피고가 사업시행자로 지정되는 것에 동의 의사를 표시했으나, 피고는 원고들과 별도의 신탁계약을 체결하지 않았고 사업시행자 지정 신청 시에도 원고들을 위탁자 명단에 기재하지 않았습니다. 이에 원고들은 피고를 상대로 자신들이 도시정비법상 '위탁자' 지위에 있음을 확인해 달라는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피고는 원고들이 신탁계약을 체결한 사실이 없어 위탁자 지위를 주장할 권원이 없으며, 이 사건 상가가 구분소유의 요건을 갖추지 못했다고 주장하며 다투었습니다.

핵심 쟁점

1. 사업시행자 지정에 동의한 토지등소유자가 신탁계약 체결 여부와 관계없이 도시정비법상 '위탁자' 지위를 갖는지.
2. 이 사건 상가 건물의 각 점포가 '집합건물의 소유 및 관리에 관한 법률'상 구분소유권의 대상이 되는지.

법원의 판단

1. 제1심판결을 취소한다.
2. 원고 A, B, C, D, E은 각자 피고의 위탁자 지위에 있음을, 원고 F, G는 피고의 1인의 위탁자 지위에 있음을 각 확인한다.
3. 소송 총비용은 피고가 부담한다.

결론

원고들은 피고가 사업시행자로 지정되는 데 동의함으로써, 도시정비법 제39조 제1항이 말하는 '위탁자' 내지는 '재건축사업에 동의한 자'의 지위를 취득했습니다. 이 사건 상가의 각 점포는 벽체로 경계가 명확히 특정되어 있고, 별개의 출입문을 가지며 점포별로 독립적으로 관리, 사용되어 왔으므로, 구조상, 이용상 독립성을 갖추었고 구분행위도 있었습니다. 따라서 개별적인 구분소유권의 대상이 되므로, 원고들은 피고를 상대로 위탁자 지위의 확인을 구할 권원이 있으며, 원고들의 청구는 정당합니다.

연관 법령 및 법리

1.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도시정비법) 제39조 제1항

• 재건축사업의 경우 해당 사업에 동의한 토지등소유자만이 조합원(사업시행자가 신탁업자인 경우에는 위탁자를 말함)이 됩니다.
• 이 조항은 신탁업자를 사업시행자로 하는 재건축사업에서 '재건축사업에 동의한 자'가 곧 '위탁자'가 됨을 명시하며, 별도의 신탁계약 체결 여부가 위탁자 지위 성립의 절대적인 조건이 아님을 시사합니다.

1. 도시정비법 제27조 (지정개발자의 사업시행)​

• 신탁업자를 사업시행자로 지정할 때에는 토지등소유자의 동의 요건과 동의서에 포함되어야 할 사항(건설되는 건축물의 설계 개요, 정비사업비, 분담기준, 신탁계약의 내용 등)을 규정하고 있습니다.
• 법원은 이러한 규정들이 신탁업자 방식의 재건축사업에서, 토지등소유자의 사업시행자 지정 동의가 실질적으로 재건축사업 시행에 대한 동의이며, 이 동의가 신탁계약 체결 여부와 무관하게 위탁자 지위를 부여한다고 해석될 수 있음을 뒷받침한다고 보았습니다.
• 이는 사적 자치의 원칙이 법률의 규정에 따라 배제되거나, 일정한 법률행위(신탁계약)의 성립이 강제되는 것으로 볼 수 있다는 법리를 적용한 것입니다.

1. 집합건물의 소유 및 관리에 관한 법률(집합건물법) 제1조 (구분소유)​

• 1동의 건물 중 구조상 구분된 여러 개의 부분이 독립한 건물로서 사용될 수 있을 때에는, 그 각 부분은 이 법에 정하는 바에 따라 소유권의 목적으로 할 수 있다고 규정합니다.
• 이 사건 상가는 각 점포가 벽체로 구분되어 있고 개별 출입문이 있으며, 독립적으로 임대 및 매매가 이루어진 점 등을 통해 구조상, 이용상 독립성이 인정되었습니다.

1. 집합건물법 제1조의2 (구분점포의 요건)​

• 여러 개의 건물부분으로 이용상 구분된 경우 구분소유권의 목적으로 할 수 있는 완화된 요건(경계표지, 건물번호표지 등)을 규정합니다.
• 그러나 이 사건 상가 점포들은 벽체 등으로 경계가 명확하여, 집합건물법 제1조의 기본적인 요건만으로도 구분소유가 인정된다고 판단되어, 이 조항의 적용 여부가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았습니다.

1. 구분소유 성립 요건에 대한 대법원 판례

• 1동 건물의 존재, 구분된 건물 부분의 구조상, 이용상 독립성, 그리고 해당 건물을 구분하여 별개의 소유권 객체로 하려는 구분행위(처분권자의 구분의사 객관적 표시)가 있어야 구분소유가 성립한다고 보았습니다.
• 이 사건 상가는 1984년경부터 개별 점포가 공유지분 형태로 거래되었고, 각 점포의 벽체 설치 및 독립적 사용, 임대차 계약 체결 등 여러 사정을 종합하여, 구분소유가 성립했다고 판단되었습니다.

참고 사항

1. 재건축 사업에서 신탁업자가 사업시행자로 지정될 경우, 토지등소유자가 사업시행자 지정에 동의했다면, 별도의 신탁계약 체결 여부와 관계없이 도시정비법상 '위탁자' 지위를 가질 수 있습니다. 사업시행자 지정 동의서에 '신탁계약의 내용'이 포함되어야 한다는 도시정비법 규정은, 이러한 동의가 실질적으로 신탁계약을 묵시적으로 성립시키거나 위탁자 지위를 부여하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습니다.
2. 상가 등 집합건물에서 구분소유권 인정 여부는 중요합니다. 건물 일부가 벽체 등으로 물리적으로 구획되어 있고 개별 출입문이 있어 독립적인 사용이 가능하며, 이를 별도의 소유권 객체로 하려는 의사(구분행위)가 있었다면, 비록 등기부상 구분등기가 되어 있지 않더라도 구분소유권이 인정될 수 있습니다. 이는 재건축 사업에서 신축건물 분양신청권 등 중요한 권리 행사의 근거가 될 수 있습니다.
3. 집합건물법 제1조의2는 완화된 요건을 규정하지만, 벽체 등으로 명확히 구분된 상가 점포는 집합건물법 제1조의 기본적인 요건인 '구조상, 이용상 독립성'만으로도 구분소유가 인정될 수 있습니다.
4. 다가구주택과 상가 등 비주거용 집합건물의 구분소유 인정 여부는 서로 다른 법적 관점에서 판단됩니다. 따라서 다가구주택 관련 건축법 규정이나 주택법상 주택의 정의, 서울특별시 조례의 내용 등이, 상가 구분소유 여부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점을 유의해야 합니다.
5. 재건축 사업에서 자신의 재산에 대한 권리가 모호하다고 판단될 경우, 관련 법규정을 면밀히 검토하고 자신의 권리를 적극적으로 주장하는 것이 중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