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소수노조 차량 지원 차별 사건

종합제철업을 영위하는 한 대기업에서 복수노조가 형성되자, 교섭대표노동조합과 소수노조 간에 조합 활동에 필요한 차량 3대의 지원을 합의했습니다. 그러나 회사가 소수노조에 단체협약 유효기간 20개월 중 단 5개월만 차량을 배분하기로 하면서 소수노조가 이에 반발하여 공정대표의무 위반으로 지방노동위원회에 시정신청을 했습니다. 지방노동위원회와 중앙노동위원회는 회사의 차량 배분이 공정대표의무 위반에 해당한다고 보았고, 회사는 이에 불복하여 행정소송을 제기했습니다. 항소심 법원은 회사가 단독으로도 공정대표의무의 주체가 되며, 차량 배분에 합리적인 이유가 없었다는 중앙노동위원회의 재심판정이 적법하다고 최종 판단했습니다.

관련 당사자

• 원고 (회사): 종합제철업을 영위하는 대기업으로 약 17,000명의 근로자를 고용하며 여러 사업장을 운영하는 B 주식회사
• 피고 (중앙노동위원회): 노동 관련 분쟁을 심의하고 재심판정을 하는 행정기관
• 참가인 노동조합 (C노동조합): 전국의 금속산업 및 관련 산업에 종사하는 근로자를 조직대상으로 하는 산업별 노동조합의 지회로, 원고 회사에 설치된 소수노조
• D노동조합: 원고 회사 소속 근로자를 대상으로 설립된 기업단위 노동조합으로, 참가인 지회 설립 전까지 원고 회사의 유일한 노동조합이었고, 이후 교섭대표노동조합이 됨

분쟁 상황

원고 회사에는 오랫동안 D노동조합이 유일한 노동조합이었으나, 2018년 9월 참가인 노동조합의 지회(참가인 지회)가 설치되며 복수노조 상황이 되었습니다. 이후 D노동조합이 과반수 노동조합으로 인정되어 교섭대표노동조합이 되었고, 원고 회사와 2019년 단체협약을 체결하는 과정에서 양 노동조합에 조합 활동용 차량 3대를 지원하기로 잠정 합의했습니다. 그러나 원고 회사는 2019년 10월 21일, 총 3대의 차량 중 2대는 교섭대표노동조합에, 나머지 1대는 참가인 지회에 5개월, 교섭대표노동조합에 15개월 배분한다는 공문을 보냈습니다. 즉, 전체 차량 지원 기간 총 60개월(차량 3대 × 20개월) 중 참가인 지회는 5개월만 사용하게 되어 약 1:11의 불균형한 배분이 이루어졌습니다. 이에 참가인 노동조합은 이 차량 배분이 공정대표의무 위반에 해당한다며 지방노동위원회에 시정신청을 하였고, 지방노동위원회는 이를 인용했습니다. 원고 회사는 중앙노동위원회에 재심을 신청했으나 기각되자, 중앙노동위원회 재심판정의 취소를 구하는 행정소송을 제기하기에 이르렀습니다.

핵심 쟁점

회사가 공정대표의무 위반의 단독 주체가 될 수 있는지 여부와 회사 및 교섭대표노동조합이 소수노조에 대해 차량 지원을 차등 배분한 것에 합리적인 이유가 있었는지 여부입니다.

법원의 판단

항소심 법원은 제1심 판결을 취소하고 원고 회사의 청구를 기각했습니다. 이는 회사가 공정대표의무 위반의 단독 주체가 될 수 있으며, 소수노조에 대한 차량 지원 차별에 합리적인 이유가 없다고 본 중앙노동위원회의 재심판정이 적법하다고 판단한 것입니다.

결론

항소심 법원은 중앙노동위원회의 재심판정이 적법하다고 판단하여, 회사의 청구를 기각했습니다. 이는 회사가 단독으로도 공정대표의무의 주체가 될 수 있으며, 소수노조에 대한 차량 지원 차별에는 합리적인 이유가 없다고 본 것입니다. 이로써 회사는 공정대표의무 위반을 시정해야 할 책임이 인정되었습니다.

연관 법령 및 법리

본 판결의 핵심은 '구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제29조의4 제1항'에서 규정하는 공정대표의무입니다. 이 조항은 '교섭대표노동조합과 사용자는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에 참여한 노동조합 또는 그 조합원 간에 합리적 이유 없이 차별을 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이 의무는 복수노조 상황에서 교섭권을 행사하지 못하는 소수노조의 권익을 보호하고, 교섭대표노동조합과 사용자가 체결한 단체협약의 효력이 다른 노동조합에도 미치는 것을 정당화하는 근거가 됩니다.

법원은 다음과 같이 법리를 적용했습니다:

1. 사용자의 공정대표의무 주체 여부: 구 노동조합법 제29조의4 제1항의 문언상 사용자가 단독으로도 공정대표의무의 주체가 될 수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특히, 이 사건에서 회사가 차량 3대를 양 노동조합에 지원하기로 하면서 배분 방식을 교섭대표노동조합에 일임하지 않고 양 노동조합 모두에게 직접 제안했으므로, 회사가 단독으로 의무 주체가 된다고 보았습니다.
2. 공정대표의무의 범위: 공정대표의무는 단체교섭의 과정이나 그 결과물인 단체협약의 내용뿐만 아니라 단체협약의 이행 과정에서도 준수되어야 한다고 보았습니다.
3. 차별의 합리적 이유 유무: 차별이 인정되는 경우, 그 차별에 합리적인 이유가 있다는 점은 교섭대표노동조합이나 사용자에게 증명 책임이 있습니다. 법원은 다음 사정들을 들어 회사의 차량 배분 차별에 합리적인 이유가 없다고 보았습니다.
   • 조합원 수 산정 기준의 문제: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 참여 시점의 조합원 수는 약 1:2 비율이었으나, 회사는 차량 배분 시점의 '체크오프(조합비 자동 공제)' 기준 조합원 수만을 근거로 약 1:11의 불균형한 비율로 차량을 배분했습니다. 법원은 회사의 부당노동행위로 인해 소수노조 조합원들이 불이익을 우려하여 체크오프 신청을 주저했을 가능성을 지적하며, 회사가 객관적인 방법으로 조합원 수를 확인하려는 노력을 기울이지 않은 점을 비판했습니다.
   • 조합 활동의 필수성: 근로자들이 원거리에 나뉘어 분포된 사업장 특성상 차량 지원은 조합 활동에 필요한 요소로 보았습니다.
   • 불균형한 배분의 문제점: 1대의 차량을 소수노조가 특정 기간에만 사용하거나 빌려 쓰는 방식은 실질적으로 제대로 차량을 사용할 수 없는 조치이며, 이러한 불균형한 지원은 향후 소수노조의 조합원 모집 활동에도 과도하게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참고 사항

복수노조 사업장에서 회사는 교섭대표노동조합뿐만 아니라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에 참여한 소수노조에게도 합리적인 이유 없이 차별적인 대우를 해서는 안 됩니다. 특히 노동조합 활동에 필요한 차량, 사무실, 근로시간 면제 등 지원을 제공할 경우, 단순히 조합원 수만을 기준으로 삼아 배분하는 것은 공정대표의무 위반으로 판단될 수 있습니다. 회사는 소수노조의 활동 여건, 지원의 필수성, 그리고 과거 회사와 관련된 부당노동행위로 인해 소수노조 조합원들이 불이익을 우려하여 조합원 수 산정 방식(예: 체크오프)에 영향을 받았을 가능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합니다. 만약 소수노조가 조합원 수 확인 방식에 이의를 제기한다면, 회사는 객관적인 제3자를 통한 확인 등 투명하고 공정한 절차를 통해 조합원 수를 확인하려는 노력을 기울여야 합니다. 또한, 회사와 교섭대표노조의 합의 내용이라 할지라도, 사용자가 소수노조에 대한 차별적 지원 방안을 직접 제안하거나 통보했다면, 사용자는 단독으로도 공정대표의무 위반의 주체가 될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