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동
한국산업은행 직원 159명이 2004년 도입된 임금피크제가 무효라고 주장하며 임금 삭감액을 돌려달라고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이 임금피크제는 정년을 58세에서 59세(이후 60세)로 연장하는 대신, 만 55세부터 임금을 단계적으로 줄이는 방식이었습니다. 직원들은 임금피크제 도입 당시 노동조합의 동의 절차에 문제가 있었고, 고령자 고용 관련 법률 및 헌법상 연령 차별 금지 원칙에 위배된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나 법원은 노동조합이 적법한 절차를 거쳐 임금피크제 도입에 동의했고, 정년 연장과 업무 경감 등 합리적인 이유가 있어 연령 차별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하여 직원들의 청구를 모두 기각했습니다.
한국산업은행은 2004년 12월 31일 취업규정을 개정하여 직원들의 정년을 58세에서 59세로 연장하고, 동시에 만 55세부터 임금피크제를 적용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이후 2006년 4월 27일에는 임금피크제 운용세칙을 제정하여 구체적인 운용 방안을 마련했습니다. 2008년 1월 25일에는 다시 정년을 60세로 연장하고 임금피크제 운용세칙도 이에 맞춰 수정했습니다. 이 임금피크제에 따라 직원들은 만 55세부터 정년까지 임금이 단계적으로 감액되었으며, 원고들은 2016년 2월 1일부터 2019년 8월 1일 사이에 임금피크제 적용을 받았습니다. 직원들은 임금피크제가 불법적으로 임금을 삭감하는 것이라며 미지급 임금, 부당이득 반환, 손해배상 등을 청구했습니다.
이 사건의 주요 쟁점은 다음과 같습니다. 임금피크제 도입 시 근로기준법상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 동의 요건 충족 여부, 고령자고용법상 연령 차별 금지 원칙 위배 여부, '당연퇴직 조항'의 정년 단축 효력 및 유효성, 2013년 개정 고령자고용법 시행 이후 임금피크제의 유효성, 헌법 및 최저임금법 위반 여부입니다.
법원은 원고들의 항소와 추가 및 확장 청구를 모두 기각하고, 항소 제기 이후의 소송비용은 원고들이 부담하도록 판결했습니다. 즉, 한국산업은행의 임금피크제는 유효하다고 보았습니다.
이번 판결은 한국산업은행이 도입한 임금피크제가 근로기준법상 취업규칙 변경 절차, 고령자고용법상 연령 차별 금지 원칙, 헌법상 근로권 및 최저임금법 등에 위배되지 않고 유효하다고 판단했습니다. 이는 정년 연장과 함께 임금피크제를 도입할 때 적법한 노사 합의 절차를 거치고, 그 내용에 합리적인 이유가 있다면 법적으로 유효하다는 점을 재확인한 사례입니다. 특히, 정년 연장에 따른 근로 기간 증가, 직무 경감, 복리후생 유지 등의 대상 조치가 불이익을 상쇄할 만하다고 판단한 것이 중요합니다.
근로기준법 제94조 제1항 (취업규칙의 작성 또는 변경 절차): 사용자가 취업규칙을 근로자에게 불리하게 변경하는 경우, 근로자 과반수로 조직된 노동조합 또는 근로자 과반수의 동의를 받아야 합니다. 이 사건에서 법원은 한국산업은행의 임금피크제 도입이 근로자 과반수로 구성된 노동조합(G노조 피고 지부)과의 단체협약에 따른 것이므로 적법한 동의를 받았다고 판단했습니다. 특히, 노동조합 대표자가 내부 절차를 어겼더라도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단체협약 자체의 효력은 유지된다고 보았습니다. 또한, 임금피크제가 모든 직원에게 장래 적용될 가능성이 있으므로 동의 주체는 전체 근로자 집단이라고 보았습니다. 고령자고용법 제4조의4 (연령차별의 금지): 합리적인 이유 없이 연령을 이유로 임금 등 근로자의 처우를 차별할 수 없다고 규정합니다. 법원은 임금피크제가 연령을 이유로 한 차별에 해당하는지 판단할 때, 도입 목적의 타당성, 불이익 정도, 대상 조치의 적정성, 감액 재원 사용처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판시했습니다. 이 사건에서는 정년 연장으로 인한 고용 보장, 직무 경감, 복지 혜택 유지 등을 들어 임금피크제에 합리적인 이유가 있다고 보았습니다. 고령자고용법 제19조 (정년) 및 제19조의2 (정년연장형 임금피크제 도입 등에 따른 임금체계 개편 등 조치): 사업주는 근로자의 정년을 60세 이상으로 정해야 하며, 정년을 연장하는 경우 임금체계 개편 등 필요한 조치를 해야 한다고 규정합니다. 법원은 한국산업은행이 법정 의무화(2016년 1월 1일)보다 앞서 2008년 1월 1일부터 정년을 60세로 연장했기 때문에, 개정 고령자고용법 제19조의2 제1항에 따른 임금체계 개편 의무가 발생하지 않는다고 해석했습니다. 즉, 이미 정년을 연장한 사업장은 새로운 법률에 따른 추가 조치 의무가 없다고 본 것입니다. 헌법 제32조 (근로의 권리) 및 최저임금법: 헌법은 근로의 권리를 보장하고 최저임금법은 근로자의 생활 안정을 위한 최저임금을 규정합니다. 원고들은 임금피크제로 인한 임금 삭감이 헌법상 근로의 권리 및 최저임금법에 위배된다고 주장했으나, 법원은 임금피크제가 정년 연장을 대가로 노사 합의에 의해 도입된 것이며, 최저임금 미달 여부는 임금피크제 적용 전 임금이 아닌 실제 지급된 임금을 기준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보아 이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또한, 운용세칙에 최저임금 미달 시 최저임금 기준으로 지급한다는 조항이 있었습니다.
노사 합의의 중요성: 기업이 임금피크제와 같이 근로조건에 불이익을 주는 제도를 도입하거나 변경할 때는 근로자 과반수로 조직된 노동조합 또는 근로자 과반수의 동의를 받는 절차가 매우 중요합니다. 이 절차가 적법하게 진행되었는지 꼼꼼히 확인해야 합니다. 합리적인 차별의 기준: 임금피크제 등 연령을 이유로 임금을 차등 지급하는 경우, 단순히 연령만으로 차별하는 것이 아니라 정년 연장, 직무 전환(업무 경감), 복지 혜택 유지 등 불이익을 상쇄할 만한 합리적인 이유와 대상 조치가 함께 고려되어야 법적으로 유효하다고 판단될 수 있습니다. 취업규칙과 단체협약의 내용 확인: 임금피크제 등 주요 근로조건 변경 시에는 취업규칙과 단체협약의 내용을 상세히 살펴보고, 구체적인 적용 대상, 적용 시기, 임금 감액률, 업무 내용 변화, 복리후생 등에 대한 명확한 규정이 있는지 확인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법률 개정 전후의 상황: 특정 제도가 도입될 당시의 법률과 이후 법률 개정 내용이 어떻게 적용되는지 이해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 사건에서는 고령자고용법상 정년 60세 의무화 이전에 이미 정년을 연장한 경우, 법 개정에 따른 추가적인 임금체계 개편 의무가 발생하지 않는다고 보았습니다. 임금 총액 및 근로시간 변화 고려: 임금피크제 적용으로 인한 임금 삭감 여부를 판단할 때는 단순한 임금 감액률뿐만 아니라 정년 연장으로 인한 총 근로 기간 증가, 근로시간 단축, 업무 부담 경감, 복리후생 혜택 유지 등 전체적인 근로조건 변화를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