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행정
주식회사 A는 한국전력공사와의 공기압축기 납품 계약을 기한 내에 이행하지 못하여 6개월의 입찰참가자격제한 처분을 받았습니다. 이에 주식회사 A는 해당 처분이 부당하다며 취소 소송을 제기했고, 1심에서는 패소했으나 항소심에서는 승소했습니다. 항소심 법원은 주식회사 A가 계약을 이행하지 못한 동기와 경위에 충분히 참작할 사정이 있고, 피고인 한국전력공사가 이를 제대로 고려하지 않은 채 처분을 내려 재량권을 일탈·남용했다고 판단하여 입찰참가자격제한 처분을 취소했습니다.
주식회사 A는 한국전력공사가 발주한 공기압축기 납품 입찰에서 낙찰받아 2019년 5월 30일을 납품기한으로 하는 계약을 체결했습니다. 그러나 주식회사 A는 낙찰 후 곧바로 계약 철회를 요청했으나 한국전력공사 담당자는 입찰보증금 몰수 및 최대 2년의 입찰참가제한 등 불이익을 경고하며 계약 체결을 요구했습니다. 이에 주식회사 A는 계약을 체결하고 물품을 직접 제조하려 했으나 여의치 않았고, 결국 해당 물품을 독점 생산하는 것으로 알려진 E사에 물품 공급을 요청했습니다. 하지만 E사는 계약상의 공급금액인 67,899,999원을 훨씬 상회하는 96,800,000원(최종 87,000,000원)을 공급가격으로 제시하여 주식회사 A는 물품을 공급받지 못하게 되었습니다. 결국 주식회사 A는 계약을 이행하지 못했고, 한국전력공사는 2019년 10월 29일 계약을 해제한 뒤 2020년 1월 6일 주식회사 A에 대해 6개월의 부정당업자 입찰참가자격제한 처분을 내렸습니다. 주식회사 A는 이 처분에 불복하여 취소 소송을 제기했으나 1심에서는 패소했습니다.
주식회사 A가 계약을 이행하지 못한 데에 정당한 사유가 있었는지 여부 및 한국전력공사의 입찰참가자격제한 처분이 재량권을 일탈·남용한 것인지 여부입니다.
항소심 법원은 제1심 판결을 취소하고, 한국전력공사가 주식회사 A에 대하여 2020년 1월 6일 내린 6개월(2020년 1월 16일부터 2020년 7월 15일까지)의 부정당업자 입찰참가자격제한 처분을 취소했습니다. 소송에 들어간 모든 비용은 피고인 한국전력공사가 부담하도록 했습니다.
법원은 주식회사 A가 계약상의 납품기한을 지키지 못하여 계약을 이행하지 아니한 처분 사유 자체는 인정했습니다. 그러나 이 사건 계약 미이행에는 동기와 경위에 상당히 참작할 만한 사정이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특히 주식회사 A가 낙찰자로 선정된 직후 계약 철회를 요청했으나 한국전력공사 담당자가 입찰보증금 몰수 및 입찰참가제한 등의 불이익을 들어 계약 체결을 요구했고, 이후 주식회사 A는 계약 이행을 위해 직접 물품을 제조하려 노력하거나 계약상의 공급가액(67,899,999원)을 훨씬 웃도는 금액(E사의 최종 제시액 87,000,000원)까지 감수하면서 물품을 공급받으려 했으나 무산된 점 등을 고려했습니다. 이러한 사정들을 종합할 때, 부정당행위가 고의가 아닌 과실에 기인한 것으로 보이며, 이는 국가계약법 시행규칙에서 정한 재량적 감경 사유에 해당한다고 보았습니다. 하지만 한국전력공사가 이러한 감경 사유를 전혀 고려하지 않은 채 일률적으로 6개월의 입찰참가자격제한 처분을 내린 것은 재량권 불행사에 해당하여 위법하다고 최종 결론을 내렸습니다.
이 사건은 공공기관의 계약 불이행에 따른 입찰참가자격 제한 처분의 적법성을 다룬 사례로, 여러 법률과 법리가 적용되었습니다.
1.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 제39조 제2항: 이 조항은 공기업·준정부기관이 계약의 적정한 이행을 해칠 것이 명백하다고 판단되는 자에 대해 일정 기간 입찰참가자격을 제한할 수 있도록 규정합니다. 이는 공공기관이 공정하고 투명한 계약을 통해 공익을 달성하기 위한 기본적인 근거가 됩니다.
2. 구 국가를 당사자로 하는 계약에 관한 법률 제27조 제1항 제8호 나목 및 구 국가계약법 시행령 제76조 제1항 제2호 가목: 계약을 이행하지 않거나 제대로 이행하지 않아 계약을 해제 또는 해지한 경우 일정 기간 입찰참가자격을 제한하도록 규정합니다. 이는 국가나 공공기관과의 계약에 대한 성실한 이행을 담보하고 공적 자금의 효율적 사용을 위한 조치입니다.
3. 국가를 당사자로 하는 계약에 관한 법률 시행규칙 제76조 [별표 2]: 입찰참가자격 제한의 구체적인 기준과 기간을 정하고 있습니다. 특히, '1. 일반기준 다목'은 위반 행위의 동기, 내용 및 횟수 등을 고려하여 자격제한 기간을 2분의 1 범위에서 줄일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이는 행정청이 개별 사안의 특수성을 고려하여 획일적인 제재 대신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도록 하는 재량 규정입니다. 본 사건에서 법원은 한국전력공사가 이 감경 규정을 제대로 적용하지 않았다고 판단했습니다.
4. 재량권의 일탈·남용 법리: 행정청이 법률에 따라 재량권의 범위 내에서 처분을 하더라도, 처분 사유가 된 위반 행위의 내용과 처분으로 달성하려는 공익 목적, 그리고 그로 인해 개인이 입게 될 불이익을 비교·형량했을 때 사회 통념상 합리성을 결여하거나 비례의 원칙에 위반된다면 이는 재량권 일탈 또는 남용에 해당하여 위법한 처분이 됩니다. 특히 감경 사유가 명백히 존재함에도 행정청이 이를 전혀 고려하지 않았거나, 감경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오인하여 자격제한 기간을 감경하지 않았다면 이는 재량권 불행사로서 그 자체로 위법한 처분이 됩니다. 이 판결에서 법원은 주식회사 A의 계약 미이행에 참작할 사정이 충분했음에도 한국전력공사가 이를 고려하지 않은 것이 재량권 일탈·남용에 해당한다고 보았습니다.
공공기관 입찰에 참여할 경우, 입찰 전 계약 내용을 철저히 검토하고 실제 물품 제작 또는 조달 가능성, 특히 특정 규격이나 모델이 지정된 경우 독점 생산 업체 여부 및 공급 가격의 합리성 등을 미리 면밀히 파악해야 합니다. 계약 이행이 어렵게 된 경우, 단순히 계약 포기를 선언하기보다는 즉시 발주처와 상황을 공유하고 합리적인 해결책(납기 연장, 계약 조건 변경 등)을 모색해야 하며, 이때 계약 철회나 포기에 따른 불이익을 충분히 인지하고 신중하게 판단해야 합니다. 계약을 이행하지 못하게 된 경위와 동기, 그리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노력을 상세히 기록하고 관련 증빙 자료(업체와의 협상 내역, 견적서, 내부 회의록 등)를 보관해야 합니다. 이는 향후 발생할 수 있는 제재 처분 관련 분쟁에서 중요한 참작 사유가 될 수 있습니다. 행정청의 제재 처분에 대해 위법성을 다툴 때, 처분 사유의 존재 여부뿐만 아니라 처분 내용(예: 제한 기간)이 지나치게 과도하여 재량권을 일탈·남용한 것은 아닌지 검토해야 합니다. 특히, 위반 행위의 고의성 여부, 경미한 과실, 피해 회복 노력, 회사에 미치는 심각한 경제적 영향 등 감경 사유를 적극적으로 주장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