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도급 업체 기술 자료 요구 사건에서 공정거래위원회 처분의 시효 판단

주식회사 A는 태양광 스크린 프린터 제조를 중소기업자인 주식회사 B에 위탁하는 과정에서 B의 기술자료를 요구하고 이를 자체 장비 개발에 유용했다는 이유로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시정명령 및 과징금 납부 명령을 받았습니다. A는 이 처분이 처분시효를 도과하여 위법하다고 주장했고 법원은 하도급법상 처분시효의 기산점인 '신고일'의 해석을 놓고 다툼 끝에 A의 손을 들어주어 공정거래위원회의 처분이 위법하므로 취소되어야 한다고 판결했습니다.

관련 당사자

• 원고: 주식회사 A (화약·기계장비 등을 제조·판매하는 원사업자이자 주식회사 B에 태양광 스크린 프린터 제조를 위탁한 회사)
• 피고: 공정거래위원회 (주식회사 A의 하도급법 위반행위에 대해 시정명령 및 과징금 납부 명령을 내린 기관)
• 피고보조참가인: 주식회사 B (전자기기 자동화 설비 등을 제조하는 중소기업자로서 주식회사 A로부터 태양광 스크린 프린터 제조를 위탁받은 수급사업자, 주식회사 A를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한 당사자)

분쟁 상황

주식회사 A는 2011년 수급사업자인 주식회사 B와 태양광 스크린 프린터 제조 위탁 계약을 체결했습니다. A는 계약 기간 중 B에게 G 장비 도면, 매뉴얼, N 장비 및 R 장비의 레이아웃 도면 등 총 5가지 기술자료를 요청하여 제공받았습니다. 이후 A는 2014년 10월부터 2015년 12월까지 자체적으로 스크린 프린터를 설계, 개발, 생산하는 데 성공했고, P 말레이시아 공장에 15대의 스크린 프린터를 납품했습니다. 이에 B는 A가 자신의 기술자료를 부당하게 요구하고 유용했다고 주장하며 2016년 7월 13일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했습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A의 행위가 하도급법 위반이라고 판단하여 2019년 10월 24일 A에 시정명령 및 과징금 납부 명령을 내렸습니다. A는 이 처분이 처분시효를 도과하여 위법하다고 주장하며 취소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핵심 쟁점

이 사건의 핵심 쟁점은 하도급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하도급법) 제22조 제4항 제1호에 규정된 공정거래위원회의 처분시효 기산점인 '신고일'을 어떻게 해석할 것인지였습니다. 피고 공정거래위원회는 한국공정거래조정원의 분쟁조정 종료 보고서를 접수한 날을 신고일로 보았으나, 원고 주식회사 A는 참가인 주식회사 B가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서를 제출한 날을 신고일로 보아 처분시효가 도과했다고 주장했습니다.

법원의 판단

법원은 피고 공정거래위원회가 2019년 10월 24일 의결 C로 원고 주식회사 A에게 내린 시정명령 및 과징금 납부 명령을 모두 취소한다고 판결했습니다. 소송비용 중 보조참가로 인한 비용은 피고보조참가인이 부담하고, 나머지는 피고가 부담하도록 했습니다.

결론

법원은 개정 하도급법 제22조 제4항 제1호의 '신고일'은 '신고인이 조사 개시에 필요한 위반행위를 특정하여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한 날'을 의미한다고 판단했습니다. 따라서 참가인 주식회사 B가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서를 제출한 2016년 7월 13일을 신고일로 보았고, 그로부터 3년의 처분시효가 경과한 2019년 10월 24일에 이루어진 공정거래위원회의 처분은 위법하므로 취소되어야 한다고 결론 내렸습니다.

연관 법령 및 법리

1. 하도급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하도급법) 제22조 제4항 (처분시효)​: 공정거래위원회가 하도급법 위반행위에 대해 신고를 받고 조사를 개시한 경우, '신고일'로부터 3년이 지나면 시정조치를 명하거나 과징금을 부과할 수 없다고 규정합니다. 이 사건에서는 '신고일'을 '신고인이 조사 개시에 필요한 위반행위를 특정하여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한 날'로 해석했습니다. 이는 행정청의 수리 행위와 무관하게 신고서가 형식적 요건을 갖춰 제출된 시점에 신고의 효력이 발생한다는 대법원 판례의 입장과 일치합니다.
2. 하도급법 제2조 제15항 (기술자료의 정의)​: 하도급법상 '기술자료'는 원사업자가 수급사업자로부터 취득한 기술에 대한 정보로서, 상당한 노력에 의해 비밀로 유지·관리되고 독립된 경제적 가치를 가지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 사건에서는 처분시효 판단으로 인해 기술자료 해당 여부에 대한 실질적 판단은 이루어지지 않았습니다.
3. 하도급법 제12조의3 제1항 (기술자료 제공 요구 금지)​: 원사업자가 수급사업자에게 기술자료를 요구할 경우, 정당한 사유가 있어야 하며, 요구 목적, 비밀유지, 권리 귀속, 대가 등을 서면으로 협의하여 교부해야 합니다.
4. 하도급법 제12조의3 제2항 (기술자료 요구 시 서면 미교부 금지)​: 기술자료 제공을 요구하면서 서면을 교부하지 않는 행위를 금지합니다.
5. 하도급법 제12조의3 제3항 (기술자료 유용 금지)​: 원사업자가 취득한 기술자료를 자기 또는 제3자를 위하여 유용하는 행위를 금지합니다.
6. 하도급법 제24조의4 제1항 (분쟁조정 의뢰)​: 공정거래위원회가 하도급법 위반 신고를 접수했을 때 분쟁조정협의회에 조정을 의뢰할 수 있습니다. 이 사건에서는 신고 접수 후 분쟁조정을 의뢰한 사실이 '신고일' 판단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고 보았습니다.

참고 사항

1. 하도급법 위반 신고 시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서를 제출한 시점이 매우 중요합니다. 처분시효 기산점은 신고서를 접수한 날이 아닌, 신고인이 위반행위를 명확히 특정하여 제출한 날로 판단될 수 있습니다.
2. 수급사업자로부터 기술자료를 요구할 때에는 요구 목적, 비밀유지, 권리 귀속, 대가 등에 관한 사항을 서면으로 명확히 협의하고 교부해야 합니다.
3. 제공받은 기술자료를 자체 개발이나 생산에 참고하거나 응용하여 사용하는 것은 기술자료 유용행위로 간주되어 하도급법 위반이 될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합니다.
4. 하도급거래에서 발생할 수 있는 기술 탈취 분쟁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사전에 기술자료의 범위, 사용 목적, 반환 조건 등을 구체적으로 명시하는 계약을 체결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5.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하는 경우, 신고 내용이 구체적으로 위반행위를 특정할 수 있도록 작성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6. 하도급법상 처분시효는 '신고일' 또는 '조사개시일'로부터 3년이므로, 관련 당사자는 시효 기간을 정확히 인지하고 대응해야 합니다.